[2019년 01월 11일] - 워라밸, 업무 자동화, 자발적 프리터, 디지털 노마드, 니트족. 일을 자유롭게 하고 싶어 하는 사람과 일을 하고 싶지 않은 사람, 일하고 싶으나 포기한 사람이 공존하는 시대. 일 관련 키워드를 보면 한 가지 공통적인 사항이 발견되는데, 조직이나 집단에 대한 개념은 아예 실종되고 철저히 개인에게 맞춰져 있다는 사실이다. 회사를 위해 평생을 바치고 회사의 성공이 곧 나의 성공이라고 외치면 요즘은 당장 면접관조차 의심하려 든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우리나라의 평균 이직률은 12.6%로 구성원 10명 중 1명이 넘게 매년 회사를 떠난다. 세상은 스타트업과 자영업자로 넘쳐나는 것 같지만 막상 창업률은 10년 넘도록 크게 변함이 없다. 실패할 기회를 쉽사리 허락하지 않는 대한민국의 현실 속에서, 한국인들은 부단한 이직으로 약간의 급여와 약간의 여유시간을 찾아다닌다.
신생회사의 어설픈 경영진이자 기자이자 에디터로 바쁘게 활동하는 나 역시 이들 중 하나다. 조직의 보살핌(?) 아래 있었던 시간이 6년인데 있었던 조직이 6개인, ‘직장인 부적격자’다. 남들보다 퇴사 경험은 상대적으로 많을 테니, 언젠가 퇴사 얘기를 해보고 싶었다. 충동적인 퇴사도 해봤고, 벼르고 벼르다 사직서를 내기도 했지만 깨달은 것은 퇴사에도 작게나마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퇴사 후의 계획 얘기는 많이들 하는 것 같은데, 퇴사 전의 계획 얘기는 잘 안 하는 것 같다.
이번에는 퇴사 전에 미리 꼭 준비했으면 하는 작은 팁(?) 5가지를 전해보려 한다.
✔ 웬만하면 껄끄러운 사람들과 풀고 떠나라
꿈, 적성 이런 이유로 퇴사하는 사람도 있지만, 사실 '사람' 때문에 나오는 경우가 절대다수다. 사표를 얼굴에 툭 던지며(주로 상사일 테니) 해방과 저주를 동시에 외치고 싶은 마음을 모르는 바 아니나, 업계의 바닥이 좁을수록 '레퍼런스 체크'의 덫에 걸리기 쉽다는 걸 의식할 필요가 있다. 비록 완전히 새로운 분야로 떠날 생각을 했더라도, 자신이 다녔던 회사가 나중에 어떤 방식으로 나의 앞길을 가로막게 될지 알 수 없다. 생각보다 그런 일은 대단히 많다. 미운 인간일수록 나가기 전까지 의식적으로 잘해줄 필요가 있다. 그리고 막상 퇴사 결심을 하면 자연스럽게 증오의 감정도 많이 줄어들 것이다.
✔ 퇴사 통보 후에도 계속 일할 것처럼 일하라
적어도 한 달 전에는 퇴사 통보를 하는 것이 예의다. 인수인계하고, 새로운 사람을 뽑을 시간을 주는 것이 나를 뽑아주고 월급을 줬던 조직에 할 수 있는 최후의 배려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평판을 위해서라도 그렇게 해야 한다. 여기까지는 기본. 중요한 것은 퇴사가 확정됐다고 손을 완전히 놓아버리면 안 된다. 퇴사 통보 전보다 더 열심히 하기를 조언한다. 레퍼런스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동료들은 잘 지내라는 인사보다 잘 협조하는 인상을 훨씬 강력하게 기억한다. 사실 경험상 퇴사가 확정되면 마음이 가벼워져서 일이 더 잘되는 것도 사실이다. 끝이 좋으면 다 좋다는 말은 진리다.
✔ 회사 경리 직원과 안면을 트라
퇴사하고 이직을 하든 사업을 하든, 1년 후에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다. 바로 연말정산. 전 직장의 근로소득원천징수영수증이 필요할 날이 반드시 온다. 퇴사한 기억도 아련해질 때쯤 그곳에 연락해 영수증을 요구하는 것은 생각보다 민망한 일이다. 친한 동료가 있었다면 조금은 덜하겠지만, 그래도 민폐인 것은 변함없다. 경영지원팀이든, 총무부든, 경리 직원이든 '실제로' 서류를 떼어주는 이와 관계를 맺을 필요가 있다. 웬만하면 개인 연락처를 알면 더욱더 좋을 것이다. 1년 후 그 사람에게 전화하거나 메시지를 보내면 일 처리가 수월할 것이다. 퇴사하며 미리 가볍게 부탁하는 것도 좋다.
✔ 여행을 꼭 준비하라
얼마 동안 일했든 당신은 새로운 출발선에 서게 된다. 꼭 여행을 다녀왔으면 좋겠다. 바로 이직해야 한다면 2박 3일이라도 다녀오는 것이 새로운 동기부여와 에너지를 얻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변화를 받아들이는 자세가 더욱 진지해지고, 실감도 난다. 개인적으로 여행을 위해 이직을 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퇴사와 입사 사이에 여행을 매번 다녀왔는데, 이불 안에서 넷플릭스와 함께 하는 것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채움이 있다. 주말에도 할 수 있는 일은 퇴사 직후에는 하지 않도록 하자.
✔ 마이너스 통장 하나쯤 만들라
이 권유는 본인이 스스로 낭비벽이 심하지 않다고 판단할 경우에만 적용된다. 당장 이직해서 커리어를 이어갈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의 여유시간을 갖고자 한다면, 직장에 있을 때 마이너스 통장을 하나 만들어 놓는 것이 만약을 대비해 도움이 된다. 급전이 필요할 경우, 생각보다 이직이 쉽지 않을 경우 재직 증명서가 있고 없고는 대출을 받을 때 하늘과 땅 차이가 난다. 마이너스 통장의 경우 쓰는 만큼만 이자가 발생하므로 계획적으로 사용할 자신이 있다면 웬만한 친구보다 나을 것이다.
By 김신강 에디터 press@weekly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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