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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국화꽃 향기, 마음 아픈 지고지순한 순애보

생활/문화/리뷰

by 위클리포스트 2011. 12. 10.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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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꽃 향기’ 하면 떠오른 이가 있으니 故 장진영이다. 영화 ‘국화꽃 향기’에서 여 주인공을  했던 그녀가 세상을 떠나던 당시의 나이는 고작 서른 일곱에 불과했다. 동시에 병마와 싸우던 모습은 그녀가 출연했던 영화와 흡사했다. 그렇기에 ‘국화꽃 향기’가 연극으로 제작되어 무대에 오른다는 소식을 접한 그 순간 든 생각은 ‘얼마나 슬플까’ 라는 것이다.

고인을 떠올리면 저절로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영화로 인해 연극은 시작 전부터 관객에게 손수건을 쥐라고 신호를 보낸다. 불이 꺼지고 불과 30분이 지나지 않아 주변에는 눈물을 훔치거나 훌쩍거리는 이를 보는 것이 어렵지 않다. 영화와 달리 원작 소설에 더욱 충실해진 이유로 슬픔의 농도가 진하다. 동시에 극이 종료된 이후 남는 여운도 더욱 오래간다. 그렇게 국화꽃 향기는 영화가 아닌 연극으로 만들어져 우리 곁에 돌아왔다.

| 요즘 이런 사람 없어요.

연극 ‘국화꽃 향기’는 김하인 소설을 원작으로 암에 걸린 여자와 그녀를 사랑하는 남자의 지고지순한 사랑 이야기를 담은 전형적인 신파극이다. 연극은 원작 소설에 충실하게 각색되었으며, 영화에서 등장하던 두 주인공 희재와 인하는 미주와 승우로 변경됐다. 이런 사람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드는 당돌한 여대생 역의 미주는 시작부터 승우에게 강인한 인상으로 각인된다. 지하철에서 자리를 양보하라고 요구하며 승우의 기를 죽이는데 알고 보니 선후배 사이다.

익숙한 내용임에도 공감대를 형성하기는 거리가 있다. 열 번 찍어 넘어가지 않는 나무 없다고 하지만 요즘 세상에 1년도 아닌 7년도 기다렸다고 하면 ‘멍청한거야 순진한거야’는 소리가 반사적으로 나온다. 그렇게 승우는 학교 선배로 만난 미주를 7년간이나 기다렸다. 지속적으로 관심을 안보인 것도 아니다.

지하철에서 첫 만남을 가지고 과 동호회에서 두 번째 만남을 가지면서 “그쪽이 사용하는 샴푸가 뭐에요?” 라며 적극성을 띄지만 눈치 없는 미주는 “저 비누 쓰는데요”라며 대차게 관심을 거부한다. 역시나 사랑은 쉽지 않았다. 주변을 맴도는 남자의 관심을 눈치 채지 못하는 둔감한 여자의 순애보 사랑. 연극 ‘국화꽃 향기’는 처음부터 남자의 한결같은 기다림이 계속되며 관객의 애간장을 태운다.


| 당신의 이름은 엄마 입니다.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다. 눈치 없는 미주를 상대로 구애를 펼친 승우의 기다림이 결실을 맺기 까지 오랜 세월이 소요됐다. 같은 대학생이 던 두 사람은 사회인이 되어 입장이 바뀐다. 잘나가던 방송국 PD로 등장하는 승우와 달리 미주는 밤무대 가수로 하루살이 인생을 이어가며 황금빛 미래를 꿈꾸지만 이 또한 순탄치 않다. 둘 사이를 잘 아는 친구 정란이 간신히 자리를 마련해 두지만 여전히 밀어내기에만 정신없는 미주의 행동에 관객 또한 포기하게 만든다. 지고지순한 순애보를 펼치기 전에 만남이 이뤄지지 않으니 될일도 안될 상황이다.

그러다가 간신히 결혼에 골인하고 행복한 삶이 펼쳐지나 했으니 이것 조차 허락되지 않는다. 임신의 기쁨과 암 진담을 함께 받은 미주는 죽음의 공포와 싸워가며 아이를 지켜갔다. 혼자서 얼마나 힘들고 아팠을까? 몸이 망가지는 와중에도 자신을 포기하고 아기를 선택했던 결정을 십분 이해한다면 거짓말이 될지 모른다. 하루하루 커가는 뱃속의 아기를 위해 항암제 투명도 거부한 장면을 보는 순간 감정이 북받쳐 오른다. 흐르는 눈물 누가 볼까 애써 감춰보지만 마음처럼 되는 것도 아니다.

어려운 사랑을 하게 되고, 두 사람 사이에서 뒤늦게 결실을 맺지만 그것조차도 미주에게는 쉽지 않았다. 9개월을 채우지 못하고 먼저 세상에 나온 아기는 그녀가 남긴 마지막 선물이었다. 라디오를 통해 미주의 사연이 전해지고 자신의 사연인줄 모르는 방송국 PD 역의 승우를 통해 바나나 우유, 좋아하는 노래, 추억이 깃든 사연이 전해지자 관객의 눈시울은 붉어졌다.

커튼콜을 앞두고 밤하늘을 바라보며 들리는 아이의 목소리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오늘은 우리 엄마 생일날이에요. 우리 엄마 생일은 두 개인데요, 하나는 세상에 태어난 날, 또 하나는 밤하늘의 오리온 자리가 된 날… 오늘은 오리온 자리가 된 날이에요. 우리 엄마는 내가 태어나던 날 하늘의 별이 되었어요.” 이 순간 또 한 번 감정이 북받쳐 오른다. 연극이지만 마음에 와닫는 슬픈 사연으로 인해 자연스레 빠져드는 ‘국화꽃 향기’. 그 순간 이제는 고통스런 모습이 아닌 행복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어야 한다는 간절함이 우러나온다. 여성이자 엄마라면 누구라도 같은 선택을 할 거라는 공감대가 관객에게는 슬픔으로 승화됐다.

| 짧은 시간, 긴 여운, 진한 감동

기다리겠다는 남자와 기다림을 허락하지 않은 여자. 어렵게 만남을 가지게 되지만 곧이어 닥친 불치병으로 인해 헤어져야할 운명을 가진 두 사람. 드라마에서 흔히 접하는 소재임에도 연극 ‘국화꽃 향기’는 시작부터 달랐다. 영화로 인해 단순히 호기심을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오명을 쓰고 있지만 상당 부분의 내용이 영화가 아닌 소설을 기반으로 각색됐고 보강됐다. 기본은 원작이지만 전해지는 감동은 진국만 우러낸 담백한 느낌이다.

음악 또한 ‘국화꽃 향기’의 감상 포인트다. 일본 뉴에이지 피아니스트 니시무라 유키에가 테마 음악에 참여 했으며, 피아니스트 신지호가 전체 음악감독을 맡았으며 직접 피아노를 연주한다. 동시에 첼로와 바이올린의 클래식 3중주 연주가 라이브로 펼쳐지면서 구슬픈 사연에는 더욱 슬픈 감동을 더해 관객을 극속에 빠져드는데 공헌한다.

가슴 아픈 사랑을 나눌 미주와 승우 役에는 배해선-이건명, 정애연-박상훈 커플이 더블 캐스팅됐다. 이 밖에 정란 役에는 송인경과 이은주, 멀티맨 役에 윤병희, 멀티우먼 役에 김가영이 발탁됐다. 주연배우가 더블 캐스팅인 만큼 각 커플에 따라 분위기도 나뉜다. 연출은 뮤지컬 미녀는 괴로워를 선보였던 김동혁이 맡았다.

첫사랑의 풋풋함과 마지막 사랑의 애틋함이 공존하는 연극 ‘국화꽃 향기’는 9월, 가을의 첫날부터 10월 9일까지 KT&G 상상아트홀에서 공연된다. (070)8263-1360

김현동 cinetiqu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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