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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러스라인, 35년만에 돌아온, 브로드웨이 전설

생활/문화/리뷰

by 위클리포스트 2011. 12. 10.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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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뮤지컬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조금은 심오하고 무거운 주제를 다루는 소위 엘리트 계층만이 이해하는 그런 뮤지컬만을 선호하지 않았는가? 아니면 보는 이를 즐겁게 하고 흥겹게 어께 들썩이게 하는 뮤지컬을 원하는가?

한때 뮤지컬이라는 것이 특별한 자를 위한 전유물이자 특별한 날을 위한 고급 장르로 인식된 바 있다. 시대가 변한 지금 뮤지컬은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며 행복이라는 것을 추구할 수 있게 도와주는 한 편의 공연문화로 부각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몇몇 언론은 오래전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 채 여전히 딱딱하고 고상하며 심오한 뮤지컬을 선호한다. 뮤지컬 코러스라인도 그들의 도마 위에서 처참히 난도질당해 미완성이라는 팻말이 붙어버린 작품이다. 따지고 보면 기자 한 명의 주관적인 평가에 불과할 뿐인데도 말이다.

그렇다. 종합해보면 뮤지컬 코러스라인은 고상한 척 해왔던 학구열에 불타올라 선입관 넘치는 틀에 사로 갇힌 자에게는 어울리지 않다. 흥겨운 리듬에 몸을 흔들 줄 알며, 슬프면 눈물 흘리고, 기쁘면 크게 웃음 지을 수 있는 보통 사람을 위한 뮤지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시작부터 결말을 내버린 듯하다.

대중적인 공연 문화 관람을 즐길 줄 알고 그속에 뛰어들어 어울리기를 원하는 이를 위한 아주 흥겨운 뮤지컬. 그래서 뮤지컬이라는 것을 즐기기 보다는 평가하기 위한 자에게는 그저 미완성에 불과한 뮤지컬이 무대에 오른다.

| 하늘의 별 따기보다 힘든 뮤지컬배우가 되려고 합니다.

겸손이 미덕이 되던 과거와 달리 요즘 세대들은 자신을 알리는 데 당당하다. 자신만의 확고한 신념과 목표를 향해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두고 헌신할 줄 안다. 하지만 스타라는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란 예나 지금이나 쉽지 않다.

아직도 많은 이가 스타를 꿈꾸며 정진하고 있다. 이런 이유에서인지 우연한 기회가 주어져 혹은 길거리나 패션의 거리 등에서 캐스팅 되어 정상의 자리에 오른 이야기는 부러움이 대상이 되곤 한다.

게다가 손꼽히는 아이돌 그룹 뒤에는 스타의 표정과 행동에 죽는 시늉까지 하는 오빠 팬, 언니 팬 혹은 삼촌 팬이라는 든든한 버팀목도 막연한 스타에 대한 환상을 갖게 한다. 걸어 다니는 중소기업이라는 명칭을 달고 다닐 정도로 화려한 생활도 보장된다.

그렇기에 스타는 선망의 대상이다. 뮤지컬 코러스 라인은 스타가 되고 싶어 젊음을 담보로 오디션에 참여하는 이들의 이야기다. 누구나 스타가 되고 싶고, 스타기 되기 위해 어린 시절을 다 바친 아이돌 스타의 사연이 한 낮 가십거리에 불가한 요즘. 그들은 왜 스타 되기를 희망했을까?

내용인 즉 총 8명의 댄서를 뽑기 위한 오디션에 미 전역에서 지원자가 몰리면서 시작된다. 나름대로 자신의 끼를 아낌없이 표출 했으며, 실력이 검증되어 선정된 17명. 이 가운데 9명이 더 탈락되어야만 최종 무대에 서는 주인공만 남는다.

하지만 연출가 ‘잭’ 눈에는 그 들 모두의 재능이 손색없게 보였다. 그리고 선택한 것이 외면이 아닌 내면을 보여 달라는 주문이다. 춤을 잘추는 오디션에서 느닷없이 내면 이야기를 해달라는 황당한 요구를 받고 당황한 지원자. 더구나 연출가는 정해진 순번도 아닌 맘 닫는 대로 무작정 지목해 말을 시킨다.

자신과 코드가 맞는 최종 8명의 주인공을 선발하기 위해 내민 과제에 적잖이 당황하는 지원자. 게다가 연출가 ‘잭’은 앞뒤가 꽉 막힌 외골수다. 스타 등용문으로 불리는 꿈의 경연장인 오디션의 총 책임자라는 이유로 지원자의 과거를 난도질 하는 그의 행동이 코러스라인의 하이라이트다.

모노드라마이며 동시에 옴니버스 형식으로 진행되는 17명 지원자의 내면 이야기는 어린 시절 차마 말 못한 아픈 사연을 가지고 있는 지원자부터 자신이 동성연애자라는 사실을 애써 숨겨왔지만 결국 성정체성을 찾아 춤꾼의 길에 접어들었고, 클럽에서 부모를 대면하게 된 지원자. 그리고 여자라는 이유로 모든 것을 일방적으로 희생해야만 했던 엄마를 대신에 나온 사연 등 다채로운 내면 연기가 흥미롭게 펼쳐진다.

물론 최종적으로 선정된 것은 남자 넷, 여자 넷 도합 8명에 불과하며 9명은 결국에는 그저 들러리라는 낙인이 찍혀 돌아가야 할 상황이다. 그렇다 보니 뮤지컬 코러스라인을 보다 보면 오늘날 결과만 우선시 하는 물질 만능주의 허상을 떠오르게 된다. 노력과는 무관하게 오직 최종적으로 살아남는 자가 강한 자로 인정받고 대우받는 현실. 코러스라인도 그것과 무관치 않다.


| 지금까지 누구도 시도하지 않은 작품

브로드웨이의 감동을 안겨줄 국내 초연 공연으로 시작 전부터 주목 받았던 코러스라인. 35년 만에 한국에서 처음 선보인 공연은 2006년 브로드웨이 작 리바이벌 버전이다. 게다가 원작에서 느껴지는 감동을 사실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초연 공연당시 배우로 출연했던 안무가 ‘바욕 리’가 한국 무대에 설 배우를 직접 선별하고 엄격한 검수과정을 거친 일화도 유명하다.

1975년 브로드웨이에서 첫 선을 보인 이후 토니상 최우수 뮤지컬·극본·작사·작곡·연출 등 9개 부문의 상을 휩쓴 작품의 평가는 이제 관객에게 넘어갔다. 총 8명의 댄서를 뽑는 오디션에 도전한 17명의 후보에게 연출가는 각자의 이야기를 들려달라는 내면 연기를 요구하고, ‘병풍’에 불과한 배역이라도 따내고자 안간힘을 쓰는 처절한 지원자의 애환이 본 뮤지컬의 감상포인트 이다.

120분간에 달하는 공연의 노래가 100% 라이브이며, 코엑스 아티움이라는 대형 공연장임에도 불구하고 화려함 보다는 소박한 무대 효과를 추구 한 것도 치밀하게 계획된 결과다. 뮤지컬로 일약 스타가 되어 인생 역전을 꿈꾸는 이들의 소박한 오디션 무대가 처음부터 거창하다면 그렇지 않은가! 종료 10분 전부터 나오는 피날래 공연은 그 어떤 화려함 보다 더욱 눈부시다.

이처럼 최대한 사실감을 살리기 위한 공연이 시작 전부터 극으로 나뉜 평가로 난도질 당해버렸다. 한마디로 뮤지컬을 보면서 영화나 드라마의 완성도를 요구하는 것인데, 그런 이를 위해 지난 85년도 작의 영화 코러스라인이 있다. 뮤지컬은 뮤지컬 일 뿐이다. 그리고 평가는 관객이 하는 것이다. 뮤지컬에서 영화 수준의 완성도를 요구하며, 미완성이라는 단어를 선정했다면, 그 의도가 궁금할 뿐이다.

김현동 cinetiqu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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