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01월 18일] - “노트북은 어쩔 수 없지” 단상에 선 LG전자 PC마케팅팀 조홍철 책임의 말이다. 분통이 터질만한 상황을 마주하고도 노트북이라는 이유로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는 현상. 느려도 괜찮고, 업그레이드가 안 되어도 괜찮고 혹은 성능이 좋은 노트북은 휴대성이 조금 떨어져도 얼마든지 수용하겠다는 모습까지 유독 한없이 관대한 모습. 이처럼 대중은 ‘노트북’이라는 단어 앞에서는 끝없는 아량을 지닌 천사로 돌변했다. 강요한 것도 아닌데 노트북이니까! 라는 식으로 얼버무리고 당연하게 인지했다.
PC의 판매량을 추월하던 일명 노트북이 반란을 꾀하던 기점은 지난 2010년으로 추정한다. 간단하게 휴대할 수 있고,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사용할 수 있다는 노트북만의 특화성은 노트북의 성장을 이끈 결정적인 기폭제였다. 물론 초기에 등장한 제품은 무려 4kg에 육박한 무게를 지닌 탓에 온종일 들고 다니면 기진맥진 말 그대로 진이 빠졌다. 분명 짜증 나고 힘든 상황임에도 대중의 당시 모습은 서두에 나온 한 문장으로 통했다. “그래~ 노트북은 본디 이렇게 사용하는 거야!”
그러한 분위기가 만연하던 시기에 등장한 1kg 미만 노트북 LG그램. 초경량 노트북 시장을 연 상징적인 아이콘이자 노트북의 경량화를 가능케 한 LG그램을 기점으로 시장은 확연히 변화했다. 그래도 남는 한 가지 문제가 골칫거리였으니 제아무리 날고 기는 노트북일지라도 전원 공급이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 힘 못 쓰는 건 매한가지. 그 당시에도 대중은 똑같은 반응으로 일관했다. “노트북은 어쩔 수 없지”
하지만 2017년을 기점으로 노트북 시장은 또 한 번 변혁을 맞는다. 바로 대용량 그램의 등장인데 60W에서 72W로 배터리 용량이 증가하면서 사용 시간이 크게 늘었다. 혹시라도 어댑터를 깜박하고 나올 때면 실시간으로 줄어드는 잔여사용 시간을 보며 발을 동동 구르게 만들던 애잔함도 과거의 일이 됐다. 이를 기점으로 대용량 배터리도 당연히 갖춰야 할 조건이 됐다. LG그램의 등장과 함께 노트북은 더 노트북다워졌고, 노트북 사용성도 개선된 셈이다.
업그레이드가 가능한 노트북 시대 개막
장시간 동작 가능한 초경량 노트북에서
이제는 오랫동안 쓸 수 있는 초경량 노트북
사실상 노트북 시장에서 LG 그램은 발빠른 제품이다. 그리고 아직 가장 중요한 핵심이 남아 있다. 초경량 노트북에서 업그레이드라는 새로운 시도를 가능케 하면서 노트북 업그레이드 시대를 열었다. 이전까지 초경량 노트북은 가장 최상위 옵션을 선택하는 것이 유일한 옵션이었다. 그때도 “노트북이니 그런 거야”라며 위안 삼았다. 하지만 LG그램은 여기에 해결책을 제시했다. 초경량 노트북이면서 동시에 업그레이드를 가능케 한 최초의 노트북은 그렇게 등장했다.
지난 2018년 북미 컨슈머리포트 최우수 노트북으로 선정된 LG그램의 위엄이다.
다시 3년 전으로 돌아가보자. 새로운 LG그램이 논의 되던 시기다. 그리고 2019년 새해벽두가 되어 모습이 공개됐다. 사전 예약과 함께 몰린 대수는 무려 3만 대라고. 무려 17인치에 달하는 대형 스크린을 장착한 그램 17 모델을 향해 대중은 환호했다. 물론 17인치가 호락호락 나오지는 않았다. “역사상 가장 담대한 도전을 사용자의 가치를 위해 해보려 한다.” LG전자 조홍철 책임은 당시 개발 현장의 분위기를 이렇게 표현했다.
‘초경량 그램은 왜 더 커질 수 없는가?’ 이 궁금증에 관한 해답이 될 17인치 그램은 기존 15인치 그램에 17인치 디스플레이를 장착하는 방식을 찾는 것부터 시작했다. 물론 어려운 일은 아니다. 단 커지면 안 되고, 무거워도 안 된다는 조건만 없다면 아주 쉬울 뿐이다. 오늘날 17인치 그램의 인기는 이 조건을 충족했기에 가능했다. 아담한 15인치 크기를 한 노트북이 디스플레이는 17인치를 장착하고 있다. 상상이 가는가? LG전자는 꿈을 현실로 구현했다.
게다가 15.6인치 그램의 디스플레이 두께는 2.0T(2mm)에 불과하다. 만약 기존 17인치를 그대로 옮긴다면 두꺼워 지는 건 불을 보듯 뻔한 일. 동시에 무게는 필연적으로 증가하고 베젤도 두꺼워지면 제품은 비대해지는데 그램의 추구하던 가치도 정신도 모두 지킬 수 없다. 그래서 LG그램 17인치는 아예 원점에서 다시 고민했다. 디스플레이는 세상에 없던 디스플레이를 LGD(LG디스플레이)와 만들어냈다. 같은 베젤에 화면은 17인치. 덕분에 체적은 15인치 울트라 PC 모델과 거의 흡사하다. 열면 17인치 대화면, 닫으면 15인치 노트북이라는 이중성을 지닌 하나의 완성작이 탄생했다.
굳이 17인치 제품을 고집해야 했나?
듀얼 디스플레이에 가장 최적화한 크기
동시에 사람의 눈에 부담 없는 PPI
15인치 그램에 이어 등장한 17인치 그램. 15인치 대비 35% 더 넓은 면적으로 더 유연한 작업 환경을 제공한다. 동시에 노트북 사용자가 듀얼 모니터를 사용하는 것 또한 고려한 인치다. 해상도가 2560x1600이라는 WQXGA로 결정된 것도 마찬가지다. 실제 지금까지 그램이 고수한 해상도는 Full HD로 1920x1080이다. 표준과도 같은 해상도인데 유독 17인치 그램만 해상도가 껑충 증가했다. 조홍철 책임은 “노트북에 풀 HD 해상도는 기본. 그 외 해상도는 잉여” 라는 것이 실제 LG 내부 개발 현장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러던 그램의 해상도의 전환점은 오롯이 사용자가 더 편하게 볼 수 있는 조건에서 시작했다.
17인치 기준에서 시뮬레이션할 경우 가시거리를 50cm로 두고 나온 인치당 픽셀 개수는 약 130PPI. 하지만 적절한 수준은 157PPI 이상으로 이보다 낮을 경우 예민하거나 시력이 좋은 사용자가 받아들이기에는 완성도가 떨어지게 보이는 부작용이 체크됐다고. 그 결과 선택한 그램 17 해상도가 구현하는 인치당 픽셀도 약 178PPI로 체크되었기에 이보다 더 적합한 해상도와 이보다 더 현실적인 대안은 사실상 유일했다. 17인치의 넓은 대화면을 더 섬세하고 더 선명하게 볼 수 있고, 17인치의 대화면에 기본보다 더 많은 콘텐츠를 담아낼 수 있는 효과도 모두 다 완벽하게 충족했다.
최초로 등장한 그램 14인치 무게는 830g 그리고 15인치는 980g 새롭게 등장한 그램 17인치는 1340g. 1kg 미만 노트북도 그램이 최초였지만, 17인치 디스플레이를 갖춘 노트북에서도 그램 17인치는 2kg 미만 무게를 지닌 노트북이라는 타이틀을 최초로 석권하며 또 한 번의 기네스 기록까지 경신했다. 사실상 세상에서 유일한 초경량 노트북이자 LG그램만의 정체성이 가장 확실히 녹아있는 행보가 아닐까 싶다.
〈LG전자 개발, 상품기획, 마케팅 관계자와 1문 1답〉
Q. 베젤을 최소화하고 두께는 줄인 제품에서 내구성이 지적되는데, LG그램 17은 다른가?
A. 액정이 휘어지면서, 누르면 약간 들어가는 현상에 대해 내구성에 문제가 있는 거 아닌가? 이야기가 있는데 아니다. 이는 내구성에 기반한 설계다. 외부의 충격이 가해져도 액정이 손상되지 않도록 상판과 그 사이에 지지대가 있다. 딱딱한 제품은 상판이 휘어질 정도의 충격이라면 액정이 깨진다. 멀쩡하다는 건 그만큼 연성을 고려한 설계이며, 외관의 손상이 내부 부품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진정한 기술이다.
Q. 제품 설계 할 때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의 난도가 높았는지 궁금하다. 사이즈가 커지다 보니 기판이나 배터리 등에서 여유가 있었을 거라 생각이 드는데 개발 과정에서 어려운 점 혹은 에피소드가 있나?
A. (김석호 책임) LCD와 PCB 사이에 공간이 있는데 그 공간을 채우면 목표한 무게를 달성할 수 없다. 그래서 17인치 임에도 기존 15인치 무게를 달성하기 위해 모든 부품을 하나하나 단위로 분해해 무게를 줄일 수 있는 부분을 찾아 줄였다. 강도 면에서도 내부적으로 협력 연구소와 방법을 함께 모색했다. 가장 어려운 점은 무게를 줄이는 것인데 무게는 라벨 하나 부착해도 0.01g 늘어나기에 레이저 인쇄를 도입하면서까지 방법을 연구했다.
Q. 국내와 세계 시장 점유율이 궁금하다?
A. 글로벌 PC 판매 수량은 1억 6천만 대다. 노트북은 LG와 삼성이 시장에서 40%를 차지하고 있다. 그램 노트북은 LG PC 사업부에서도 약 6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
Q. 그램 17의 전원 단자가 선더볼트3으로 갈 수 있는데 일반 전원 단자를 선택한 이유가 있는가?
A. (유승균 책임, 이동한 책임) 그램은 범용 포트를 기본으로 지원한다. 하지만 사용성을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파워 전원을 합치면 충전 중에는 포트를 사용하지 못해. 사용성을 포기해야 한다.
Q. 디스플레이 계측을 하면 앞서 출시한 2017, 2018년, 2019년 모두 SRGB가 109% 정도로 나온다. 하지만 데이터베이스에는 96%라고 표기를 했던데 이유가 있나?
A. (유승균 책임) SRGB는 기획했을 때 100% 목표로 했고 모듈 자체는 해외에서 100%라고 말하는 제품을 사용했다. 그래서 충분한 성능을 지니고 있으나 품질관리 기준에 근거해서 스펙을 기재하고 문제가 되지 않도록 충분히 버퍼를 두다 보니 나오는 수치다. 물론 SRGB 100%가 나오는 것도 알고 있으나 쓰지 않는 것이 내부 방침이다.
Q. LGD와 모든 것을 새롭게 설계했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알려달라. 배터리 효율은 공개 가능한가?
A. (김석호 책임) 모듈 기획부터 시작했다. 17인치라면 구체적으로 어떠한 크기로 할 것인가도 중요했다. 그 결과 명확히 17.3인치가 아닌 17인치라 결정 났다. 기존 17인치 대비 어느 정도 가져갈 수 있는가에 집중했다. 배터리는 구체적인 수치를 언급할 수는 없지만, 기존 원통형이 약 300회 보장한다면 파우치 타입은 두 배 이상으로 길다. 사이클이라고 하면 완전충전과 완전 방전을 의미한다. 추가로 수명연장을 위해 80%까지만 충전하도록 설계했기에 실제 사용 가능한 배터리 수명은 더 길다.
Q. LG는 마케팅이 적이라는 말이 있던데, 왜인가?
A. 마케팅에 관한 최고의 마케팅은 제품 마케팅이라고 생각한다. LG그램 17인치도 마케팅을 굳이 1340g을 내세우는 이유는 어떤 고객이 우리 제품을 사더라도 고시하는 무게보다는 가벼운 제품을 받게 함에 있다. 내부적으로 유관 부서가 모여 합의를 한 사안이다. 더 가벼운 무게를 내세우는 마케팅 효과보다는 고객이 실제 느끼는 감동이 더 큰 가치라 보고 있다.
By 김현동 에디터 press@weekly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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