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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달콤한 나의 도시, 씁쓸한 그녀들의 도시

생활/문화/리뷰

by 위클리포스트 2011. 12. 10.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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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앞만 바라보고 달려온 지난 삼십하고도 하나가 더해진 세월. 하지만 그 결과는 너무 가혹하기만 하고, 회사를 위해 충성을 다한 주인공의 인생에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팀장이라는 직책은 2년차 신입 대리로 바뀌면서 한 없이 꼬이기만 하는 삶. 오은수라는 이름 석 자가 부끄러워진다. 너무 늦어 이제는 발을 뺄수도 없다. 모두를 위한 아이디어를 내놨지만 결국 이 모든 것은 환상이라는 것을 뒤 늦게 깨닫고 자신의 정체성에 끝도 없는 의문을 가진다.

“행복하려면 후회하지 않아야 합니다. 후회하지 않으면 선택을 잘해야 합니다.”

그녀는 선택을 잘 못한 것일까? 한 번의 선택이 살아온 지난날까지 후회하게 만들면서 혼돈을 경험하는 주인공 오은수. 사귀던 남자친구를 뒤로하고 맞선자리에 나가면서 더욱 꼬여버린 그녀의 인생. 결코 이런 결과를 원하던 것이 아니었는데.... 너무도 가혹한 결과가 그녀를 채찍질 한다.


| 이 시대를 사는 31살 오은수는 현실적인 선택을 합니다.

주인공은 여자라는 이유에 31살 노처녀라는 또 다른 이유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사회적으로 성공해야만 인정받을 수 있는 커리어우먼을 꿈꾼다. 하지만 성공은 너무 멀리에 있고, 결국 원나잇으로 만난 한 남자와도 완성된 하트를 만들지 못한다.

이도저도 아닌 후회만 가득한 오은수. 아무리 땅을 치고 통곡하고 후회하지만 결국 그녀에게 돌아온 것은 가혹한 현실뿐.

후회하고 또 후회하지만 그 후회의 결과는 뼈저린 또 다른 후회를 낳는다. 회사 상사의 끈질긴 권유와 친구들의 “시집만 잘 가면 되지”라는 허영이 만들어낸 그녀의 선택은 누가 봐도 옳지 않았다. 마음속에서 울부짖는 “사랑하는 남자”가 아닌 그녀는 사회와의 타협을 선택하기에 이르면서, 결국 모든 것은 파국을 맞는다.

사랑 그리고 인생. 마지막으로 여성으로써의 삶. 한 가정을 꾸리고 남편을 보필하며, 사랑하는 아이를 보살펴야 하는 소박한 꿈을 꾸기에 31살 오은수는 너무도 연약한 존재인 것.

이 시대를 사는 현대 여성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꿈꾸는 주인공의 간절한 바람은 결국 너무도 이루기 힘든 소박한 꿈이 되어버렸다.

| 여성의 시선으로 바라본 현대 사회는 너무도 가혹하다

“행복하려면 후회하지 않아야 합니다. 후회하지 않으면 선택을 잘해야 합니다.”

끝없이 반복되는 대사에는 현대인의 애환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매번 갈림길에 서야 하는 여성에게 맞닥뜨려지는 선택의 기로, 그리고 결과마저 선택했다는 이유 하나로 양 어깨에 짊어지고 나가야만 하는데.

마치 오늘날 우리가 사는 시대는 결코 아름답지도, 결코 소박하지도 그렇다고 마냥 핑크빛 러브스토리만 난무한 것을 아니라는 의미를 강하게 전달하는 한 편의 뮤지컬. 게다가 주인공은 사랑보다는 현실적인 문제 해결책을 택했고 이마저도 정답이 아니라고 외친다.

도대체 이 시대를 사는 여성은 갈등과 선택 사이에서 어떻게 해라는 말인가?

무려 40만부가 팔려나간 ‘달콤한 나의 도시’는 베스트셀러 작가 정이현의 원작에 기초하고 있다. 신문을 통해 알려졌으며, 이후 소설로 등장하면서 “도발적이고 치밀하다“ 평가를 받은 작품.

미혼 직장여성인 오은수가 세상에 나와 경험한 일련의 사건을 통해 자아를 찾아가며, 이 과정에서 잘못을 채찍질하기 보다는 따뜻하게 토닥여준 독특한 화법이 인기를 더해준다.

뮤지컬에는 원작에는 없던 내면의 연기자가 추가돼 새로운 재미를 더해주고 있다. 마음속에 담긴 내면만을 연기하는 ‘위치’배역의 독특한 연기자는 고민과 갈등이라는 인간의 심리를 표현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즉 뮤지컬로 다시 태어나면서 더욱 심오해진 달콤한 나의 도시라는 표현이 옳다. 단순히 웃고 떠드는 기존 뮤지컬 보다는 조금은 부담스럽고 그래서 더욱 가슴을 억누르는 내용을 다룬 것. 특히 20대 후반과 30대 초반 여성이라면 오은수라는 캐릭터에 더욱 공감한다고.

현대 시대를 사는 31살 오은수는 너무도 많다. 성공을 위해 달려온 그녀들의 삶은 결코 헛되지 않아야 함이 옳지만 이 시대는 그것을 용납지 않는다.

내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뒤쳐져야만 하는 무한 경쟁 시대에서 오은수는 성공과 실패의 갈림길에서 또 한 번 고뇌하고 쓴잔을 마신다. 그리고 후회하며 또 한 번 성숙해지는 계기를 경험하지만 실수는 줄어들지 않는다.

여성으로써 살아가기 위해 너무도 많은 것을 감내해야 하는 오늘날. 여성에 국한되지 않고 우리 모두가 마음속의 짐을 덜어버릴 수 있는 진정한 해답은 없는 것일까?

안타깝게도 그 해답은 ‘달콤한 나의 도시’에서도 찾을 수 없다.

김현동 cinetiqu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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