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진 : 김현동(cinetique@naver.com) · 브라이언.K
[2016년 01월 03일] - 성인 남자에게 집 다음으로 소유욕을 자극하는 품목이 자동차다. 이왕이면 공도 주행은 기본, 산과 들 바다를 가리지 않고 못 가는 곳을 찾아야 할 정도로 튼튼한 내구성과 재빠른 기동성을 지닌 SUV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그중에서도 랜드로버는 정통 SUV 브랜드의 대명사이자 ‘아웃도어’에 최적화된 차량으로 단연 으뜸으로 치는 브랜드다. 여기에 남자만의 영역이던 SUV에 여성의 이목을 집중시킨 바로 그 브랜드 ‘이보크(EVOQUE)’를 탄생시킨 주역이니 오랜만의 신차 출시는 그 의미가 남다르다.
무려 4년 만의 컴백이다. 랜드로버(LAND ROVER) 이보크(EVOQUE)가 한국에 출시되던 시점은 지난 2011년 무렵. 소형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의 등장과 함께 열광한 주역은 다름 아닌 여성이었다. 이전까지의 SUV는 치마를 입은 여성이 올라타기에는 불편하다는 전제와 함께 운전하기 불편하다는 편견이 깊어 외면받던 차량이었던 것.
뿌리 깊게 자리한 편견을 뒤로하게 만든 랜드로버 이보크는 출시와 동시에 1년이 지나지 않아 여성 오너의 수가 급격히 증가하는 현상을 기현상을 보였다. 경제력이 있으며 SUV를 모는 여성이라면 랜드로버 이보크가 선망의 차량이자 능력을 동시에 보여주는 상징과 같았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이 유독 한국에서만 심했다는 것만으로도 남성은 쉽게 체감하지 못하는 이보크만의 매력이 숨겨져 있음이 분명하다.
그리고 새롭게 페이스리프트로 돌아온 랜드로버(LAND ROVER) 이보크(EVOQUE) 기존의 낮은 차체에 선을 더해 세련미를 더했고 최근 출시되는 차량의 상징과도 같은 LED 램프를 대거 도입해 현대미를 도드라지게 강조했다. 어댑티브 LED와 LED 데루등 여기에 다양한 편의장비는 남성이 아닌 섬세한 감각을 지닌 여성 오너에게 어떠한 평가를 받을지 그 결과가 주목된다.
# 존재감을 살린 랜드로버(LAND ROVER) 이보크(EVOQUE)
새롭게 등장한 랜드로버(LAND ROVER) 이보크(EVOQUE)를 한 단어로 정의하자면 ‘존재감’이다. 기본 형상은 바로 전 세대의 이보크와 같다.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는다면 “같네”라고 평가를 할 부분이다. 페이스리프트 버전이긴 하나 그만큼 디자인 완성도가 높았기에 큰 폭의 수정보다는 섬세한 수정을 더 해 상품성을 높였다.
차량 전체의 길이는 4,370mm로 현대자동차 투싼(4,475mm)과 기아자동차 스포티지(4,480mm)보다는 짧다. 좌우 폭은 1,900mm로 투싼(1,850mm)과 스포티지(1,855mm)보다 넓다. 여기에 기본 형태가 쿠페로 낮은 높이로 치마를 입은 여성에게 상대적으로 편안한 승차감을 제시하고 넓은 차폭은 안정된 운전성능의 토대가 됐다.
전면 인상은 양쪽 어댑티브 LED가 좌우했다. 시인성이 높은 DRL (주간전조등, Daytime Running Light)는 배치해 존재감을 과시했으며, 범퍼 양 끝에 기능과는 하등 상관없는 덕트(막혀있음) 형태의 의미 없는 에어홀을 부착해 심심함을 줄였다. 여기에 그릴의 통기성을 줄인 대신 미적인 효과를 높여 상품성을 높이려는 의지가 엿보인다.
내부는 큰 폭으로 개선됐다. SUV 차량에 모노코크 하면 전통 아웃도어 차량 오너에게 찬밥 대우는 떼 놓은 당상이다. 그 만큼 프레임 차체가 정설로 여겨지고 있는데 이는 랜드로버 차량의 기존 계보가 프레임에 근간을 두고 있기 때문. 그렇지만 랜드로버(LAND ROVER) 이보크(EVOQUE)는 SUV 차량의 명가 랜드로버가 출시한 제품이지만 모노코크 프레임을 기반으로 설계된 차량이다.
당연히 모노코크이니 내구성이 걱정될 수 있다. 이를 염두에 둬서 랜드로버 측은 고강도 보론 강철(Ultra High Strength Boron Steel)을 18% 적용한 강철 구조에 마그네슘 크로스 카 빔을 더해 오프로드 주행 시 누적될 피로도에 대적할 수 있는 강성을 확보했다. 그렇지만 이보크의 태상 자체가 오프로드 보다는 온로드 위주이기에 거친 산과 들을 달려는 목적의 차량이 필요하다면 재고의 여지는 충분하다.
# 디젤과 가솔린 2가지 버전. 기본은 온로드에 최적화된 SUV.
먼저 2ℓ 디젤 엔진은 180마력과 43.9kg.m의 토크를 자랑하며 이는 앞서 스포츠세단 재규어 XE에도 탑재된 바 있는 인제니움과 같다. 하지만 이전세대 이보크 대비 21% 개선된 연비에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6%가량 줄인 것. 연비는 복합 기준으로 리터당 12.1km(2등급)를 찍어 동급 배기량 차량 대비 낮은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높은 수치도 아닌 애매한 포지션을 확보했다.
가솔린 엔진도 디젤과 같은 2ℓ로 240마력과 34.7kg.m의 토크 사양이다. 물론 가솔린의 낮은 폭발력을 높이기 위해 직분사 방식에 터보차저, 독립식 가변 밸브 타이밍을 더해 SUV 차량의 거친 성격을 체감할 수 있게 했다. 아쉬운 점은 복합 기준으로 리터당 9.9km(4등급)에 불과한 아주 저조한 연비에 불과해 가솔린 버전의 인기는 상대적으로 디젤보다 낮을 전망이다.
두 차량 모두 9단 자동변속기와 지능형 사륜구동 시스템(할덱스 센터 커플링)이 적용됐으며, 아스팔트 도로는 물론이고 잔디나 자갈밭, 눈길 등 노면 상황에 따라 엔진과 변속기의 반응과 구동능력을 스스로 결정하는 전자동 지형 반응 시스템을 장착했다.
가솔린 버전만의 특이한 기능이 있다. 평상시에는 2륜으로 동작하다 4륜 동작이 필요한 환경에서는 0.3초 이내에 구동방식을 자동으로 전환하는 액티브 드라이브 라인 기술이 그것. 연비는 낮지만 두뇌 회전 능력은 디젤보다 앞서있다.
그 밖에 HSE 다이내믹 트림에는 연속 가변 댐퍼 시스템인 매그니라이드가 장착되며, 내리막 주행제어장치나 오르막 주행 보조장치, 브레이크 압력을 자동 조절하는 경사로 브레이크 제어장치 등 있으면 요긴하게 쓰이는 편의 장치도 알차게 갖췄다.
# 세단에 버금가는 안락한 실내와 군더더기 없는 익스테리어
기본 뿌리는 SUV에 두고 있지만, 실내는 흡사 세단과 비슷했다. 운전석에 앉았을 때 운전자를 중심으로 배치된 각종 조작 버튼과 계기판은 간결하다 못해 세련미가 도드라졌다. 차량 트림에 차이는 있으며, 나름 신경 쓴 발표회이기에 엄선해서 점검했겠지만 행사장에 공개된 표본 차량 시트의 가죽 질감이나 마감 모두 흠잡을 곳 없이 완벽함을 보였다.
여기에 11개의 사운드 시스템이 적용된 메리디안 사운드 설계와 파노라마 글래스 루프는 SUV 보다는 세단의 안락함과 가까웠다. 무엇보다 차체가 커 거부감이 있을 여성이 선호하는 차량이라는 점에서 평행 주차 및 직각 주차 등을 돕는 주차 기능과 차량을 360도 보여주는 서라운드 카메라 시스템은 랜드로버(LAND ROVER) 이보크(EVOQUE)를 출퇴근용으로도 손색없는 차량이다.
패밀리 차량으로도 랜드로버(LAND ROVER) 이보크(EVOQUE)는 어울린다. 5인이 앉기에 넉넉한 실내 크기를 지녔으며, 성인 남성 180cm 정도의 체형까지도 앞/뒤 간격은 물론 좌/우 넓이도 여유롭지는 않지만 좁은 느낌도 없는 적당한 실내 공간을 확보했다. 물론 다목적 SUV 차량이기에 적재능력도 중요하다. 마트에 장을 볼 때 특히 유용하게 쓰일 ‘제스처 기능’은 범퍼 아래에 발을 가져가면 자동으로 트렁크 문을 열어준다. 사실 SUV에는 과분한 기능이긴 하나 이보크가 여성 오너에게 상대적으로 관심도가 높다는 것을 염두에 둔다면 도입 배경이 충분하다.
비포장도로를 달려야 하는 오너라면 필시 랜드로버(LAND ROVER)에 관심을 보이겠지만 아쉽게도 랜드로버(LAND ROVER) 이보크(EVOQUE)는 그러한 환경과는 거리가 먼 아스팔트 공도에 어울리는 차량이다. 각종 편의 사항에 낮은 포지션 또한 남성보다는 여성을 위한 편의라는 설득이 더 어울리며 투박함과는 거리가 있는 곱상한 외형 또한 이를 뒷받침한다.
그렇다고 해서 가격이 저렴한 것은 아니다. 트림에 따라 기본 6,600만 원부터 최대 9,000만 원까지 다양하며, 이 중에서 디젤은 5도어(6,600/7,420/8,220만 원), 가솔린은 5도어(8,170만 원)와 3도어(9,000만 원)로 만만한 가격대는 아니다. 물론 랜드로버(LAND ROVER) 이보크(EVOQUE)라는 이름이 지닌 상징성과 전작을 통해 인기를 가늠한다면 새롭게 출시된 랜드로버(LAND ROVER) 이보크(EVOQUE) 또한 성공 가능성은 떼 놓은 당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