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진 : 김현동(cinetique@naver.com)
[2015년 10월 01일] - 안에 들어서니 파란 하늘 대신 인간이 만든 투명 차음막이 한눈에 들어왔다. 날이 맑은 오후에는 별도의 조명시설 없이도 충분한 밝기가 유지된다는 것이 시설공단 측의 주장이다. 야구장의 형태를 지녔지만, 용도 변경이 가능하도록 설계된 시설이기에 공연장이나 콘서트 무대로도 얼마든지 활용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되기까지 무려 7년이라는 세월이 걸렸다. 어느 정도 공사가 마무리되니 세간의 우려와는 달리 나쁘지 않아 보인다. 무엇보다 주목되는 것은 한국 첫 돔구장이라는 전무후무한 상징성이다.
2007년 7월 취임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야망은 거칠 것이 없었다. 고교 야구의 피와 땀이 서린 현장이자 야구의 산실로 불렸던 동대문 야구장을 달달한 감언이설로 꼬드겨 동의를 얻어 내는 데 성공했고, 포크레인을 동원한 것이 2008년 3월 14일이다. 그 조건에는 대체 구장 설립이 포함되었는데 약속을 지킨다는 구실로 시작한 삽질은 다양한 파급효과를 발휘했다. 먼저 고척동에서 착실하게 본연의 역할을 향해 준비중이던 야구장이 뜬금없이 돔구장의 형태로 설계가 변경되면서 공사 기간이 연장됐고 두 번째로 애초 500억원 규모의 예산이던 비교적 아담한 사업에 일순간 800억원 규모의 예산이 추가로 증액되면서 돈 잔치가 시작된 것. 토건족의 야심은 1차 예산으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연면적 8만 3,876m²에 달하는 거대한 경기장을 실내로 들여오기까지 서울시는 첫 삽을 뜬 지난 2009년 2월 이후 약 7년간 1,948억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 오세훈 전임 시장의 유지를 받들었다. 일단 시작된 것이니 중간에 멈추기도 모호했을 터이니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만합시다.’ 한 마디 외칠 놈 한 명이 없다는 것이 기막힐 뿐이다. 그렇게 완성된 공든 탑이 아닌 공든 돔구장(서남권 돔구장)은 서울 고석동에 ‘한국 첫 돔구장’이라는 팻말을 달고 첫 손님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태동은 '하프돔(Half-Dome)'이었지만 이후 '완전돔(Full-Dome)' 형태로 수정되면서 자연의 죽 끊는 변덕에서 더욱 자유로워졌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돔구장은 사시사철 체육시설이라는 장소 본연의 역할을 묵묵하게 해낼 수 있게 됐다. 인간이 만든 거대한 인공 조형물이자 거대 프로젝트의 완성이 드디어 공개되는 순간 평가는 극과 극으로 나뉘었지만, 그 결과물 하나는 정말 ‘대단하다.’라는 감탄사에 손색없다.
그 와중에 미끼를 덥석 문 야구단은 하필 자금난에 힘겨워하고 있는 넥센 히어로즈. 목동야구장을 대관형식으로 빌려 사용하는 비용만 40억원에 달하던 넥센이 최소 80억원 이상의 추가 비용을 지불하면서 위탁운영이라는 힘겨운 싸움을 시작하게 된 상황인 것. 총알이 부족해도 너무 부족한 야구단 입장에서는 적잖은 유지비용에 서울시와 시작부터 티격태격 줄다리기를 시작했다.
오는 2018년에는 위탁운영권을 넘겨달라는 것이 핵심이다. 상징성이라는 한 가지 측면만 놓고 본다면 1만 8,076석에 불과한 관중석에 200대에 불과한 주차장은 너무 큰 흠이다. 그렇다 보니 시작부터 정작 돔구장 본연의 역할인 야구경기는 뒷전이고 수익창출이 이뤄지는 공연장으로의 활용을 모색하는 분위기다. 본격적인 개관식은 11월 중으로 이뤄질 예정이지만 벌써 10월 중에만 아이돌 그룹 엑소의 콘서트가 예정되는 등 잿밥에 눈어 어두운 상태이니 가야 할 길이 멀어도 너무~ 험난해 보인다.
# 늘 막히는 상습정체구역의 오명을 벗어날 방법 있나?
200대에 불과한 주차장 가지고 프로 경기장!
허공으로 사라진 아마추어 야구인의 소망은 돔구장과 함께 물거품
시작부터 운영권과 광고권으로 티격태격.
국민의 세금으로 건설하고 기업 잇속 챙기기로 얼룩진 기막힌 상황
10월의 첫날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오랜 가뭄을 달랬다. 오전부터 갑작스레 퍼붓기 시작한 비는 점심시간까지 이어졌는데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남부지역에 내린 강우량은 시간당 30mm 이상을 기록할 정도로 많았다는 것. 일부 지역은 빗물이 역류해 도로가 침수되는 등 강한 비바람의 급습은 짧지만 강한 인상을 남기고 사라졌다. 만약 동시간대에 스포츠 경기가 예정돼 있다면 소강상태에 접어들 때까지 무기한 연기하거나 혹여 경기 중간에 내리기 시작한 비라면 악천후 속에서 경기를 강행하는 어려움도 불사하는 것이 기존의 관례다. 기후에 밀접하게 좌우되는 스포츠라는 점에서 이의 영향이 경기의 GO or STOP을 결정 내릴 정도로 중요하지 않다고 말할 자는 없다.
그렇기에 돔구장의 등장은 남다를 가능성을 열어놓은 셈이다. 다만 고척동에 있는 돔구장 '고척스카이돔'은 그 위치가 매우 취약하다. 재차 강조했지만, 주차장이 시설보다 터무니없기에 주차난을 피할 수 없다. 이에 대해 시설공단 측은 '사전예약제'라는 특단의 대책을 세웠는데 야구 경기를 보러 오는데 주차장까지 사전에 예약해야 하는 초유의 사태를 경험해야 할지도 모른다. 막상 예약을 했더라도 문제가 해결된 것이 아니다. 고척스카이돔이 위치한 고척동은 평소에도 차량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상습정체구역. 그렇기에 경기가 있는 날은 더욱 최악의 차량 소통이 불가피하다. “주차가 가능할까?” 라는 질문에 “경기나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화답이 정답이 될 지도.
한강 외딴곳에 둥둥 떠 있다가 좌초된 새빛둥둥섬의 낙동강 오리알 신세를 대적하기에 고척스카이돔은 외딴곳에 홀로 위풍당당한 풍채를 드러낸 체육시설로서 손색없다. 보장된 경기 일수가 불과 80일에 불과하기에 잠깐의 불편일 거야? 싶지마는 그 외의 기간을 고민하는 시설공단 측의 계획은 매우 치밀하고 집요하다. 일단 비용충당이 이뤄지는 행사라면 모두 받아들이겠다는 속내다. 여기에 부족한 주차공간은 주변 롯데마트와 대학 주차장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해소하겠다는 것인데 반대로 생각하면 실제 이곳이 터전인 고척동 주민의 불편은 뒷전에 밀려난 셈이다. 눈앞의 문제 해결에만 급급한 미봉책에 터줏대감의 애환은 더욱 깊어진다.
지하에는 헬스와 수영장 등의 체육시설을 오픈해 공공시설로서의 역할도 하겠다는 것이 시설공단의 계획이지만 이의 승패를 좌우하는 것은 100% 비용이다. 시작부터 돈 문제로 삐걱대는 고척스카이돔이 이용 비용을 결코 낮출 수 없는 이유는 이미 충분하다. 방문한 당일 축구장과 농구장 등의 시설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지만, 이 또한 구민을 위한 시설이라고 보기에는 빈약해보인다. 지금까지 언급된 내용만 정리하자면 고척스카이돔은 정말 몹쓸 경기장으로 낙인찍힐 요소가 충만하다. 하지만 이게 다는 아니다. 단점만큼이나 장점도 충분히 갖추고 있기에 낙담만 하기에는 이르다.
# 경기장으로써 제 기능을 다 할 수 있도록 보완 필요
새로 오픈한 시설인 만큼 충분한 방음과 수준 높은 부대시설은 기본
문제는 노점상의 눈독이 시작된 만큼 주변 상인과의 충돌 불가피
체육시설의 역할을 하기에는 조건이 당장 돈벌이에 나서야 할 정도로 취약
야구인이 오래전 잃어버린 로망을 고척스카이돔에서 되찾을 수 있을까?
한국 야구 역사 110년 만에 사방이 막힌 돔 구장 시대 오픈은 이제 초읽기에 나선 상태다. 자연풍의 효과나 선선한 날씨가 발휘하는 기분 좋은 홈런은 애초에 기대할 수 없게 됐다. 순전히 선수 본연의 능력 발휘 100%에 야구의 승패가 나뉠 전망이다. 안타까움의 탄성에도 끄떡없고 홈런의 환호에도 관중의 소리는 쉽사리 외부로 유출되지 않는다. 애초에 소음으로 인한 민원의 가능성이 없도록 설계했기 때문이다. 공단 측은 야구 경기 시 발생하는 소음을 약 98데시벨로 예상했는데 외부에서 받아들이는 소음의 수치는 40∼50데시벨까지 낮췄다고 설명했다. 실제 돔구장이 위치한 이곳은 김포공항을 오가는 비행기의 소음이 많은 구간임에도 외부의 소음이 안쪽까지 도달하지 않았다.
내부의 면적은 넓어도 너무 넓다. 그라운드에서 지붕까지 최대 높이가 67.59m, 플레이트에서 외야까지의 거리는 중앙 122.167m, 좌우 99.116m에 달한다. 1만8000석 규모의 관중석은 웅장하다 못해 거대하며, 필요에 따라 단체 관람이 이뤄질 수 있는 편의시설도 갖췄다. VIP를 위한 좌석은 좀 더 쿠션을 살려 관람의 편의를 더한 것도 재미라는 요소와 함께 씁쓸함을 자아낸다. 살짝 귀띔해보니 부스로 이뤄지는 단체석 대관에는 80만 원 선이 될 거라는 후문이다. 물론 정답은 아니다.
단 체감만족을 좌우할 요소를 찾는다면 신장이다. 시설공단 측은 고척스카이돔에 비치된 좌석과 좌석의 평균을 50㎝로 정해 쾌적함을 추구했다고 설명했지만, 의자가 배치된 위치에 따라 면적도 미세하게 달라져 쾌적함이 엇갈렸다. 특히 신장이 클수록 불편은 더했다. 170cm 정도에 80킬로 미만의 신장을 지닌 성인 남녀라면 견딜만하겠지만, 신장이 180을 넘거나 혹은 몸무게가 남다를 경우에는 불만이 될 상황이다. 다닥다닥 붙어 있는 오래된 구장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쾌적이라는 단어를 차용하기에는 부족하다. 여성의 반응도 다르지 않았다. “충분하다.”는 반응보다는 “좁게 느껴진다.”는 것이 다수였고 위치에 따라 “좀 더 좁은 것 같다.”는 의문도 제기됐다. 모든 좌석을 획일화된 사이즈로 정한 것이 아니라는 확신이 드는 순간이다.
그래서 찾아보니 일반석 55㎝·외야 일반석 46㎝로 설계를 달리했다. 게다가 일단 자리에 착석한 이후에는 안쪽의 사람은 통로를 향해 나가는 것 자체가 대단한 각오가 필요하다.자칫 재수가 없으면 같은 줄에 앉은 모든 사람이 일어나 길을 터줘야 하는 당황스러운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수를 세보니 대략 외야석은 최대 23석, 홈런석의 경우 최대 28석이 이어진 좌석의 형태다. 이와 같은 환경에서 행여 발생할 다툼에 대해 성숙한 시민의식을 탓하기보다 애초에 경기장의 설계 자체에 의문을 제기해야 할 수도 있다. 총 1만8076명 중 내야 일반석이 1만1657석·외야 일반석이 5,314석이니 될 수 있으면 외야석은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과연 고척 돔구장이 구장으로써의 역할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을까? 일단 상징성이라는 측면을 제쳐두고 냉정하게 들여보면 대한민국 1호 돔구장이라는 타이틀 외에 모든 면에서 너무 어설프다. 야구를 위한 시설로써는 낙제요인이 너무 많다. 하나부터 열까지 일일이 열거하자면 끝이 없다. 하지만 모든 문제 해결의 근본은 주차장 확보라는 해결이 쉽지 않은 과제와의 타협이 이뤄진 이후에 가능하다. 이에 서울시가 내놓은 대책은 고작 대중교통 이용을 장려하겠다는 궁색한 변명에 불과했다. 그다음으로 나온 대책이 '사전주차예약제'라는 오묘한 아이디어다.
화려한 외형을 지닌 2015년산 고척스카이돔. 7년간 설계도면의 변경만 8차례 이상 발생할 정도로 내부에서도 잡음이 많은 공사였다. 취악한 상황에서 완성되었으니 완성도가 뒤지는 것은 당연한 사실. 결국 초반임에도 욕이란 욕을 다 얻어먹고 있다. 일각에서는 전광판의 크기도 지적했으나 현장에서 살펴본바 구분을 못 할 정도는 아니다. 물론 전광판을 통해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면 상황이 다르겠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스코어 구분 용도 이외에 다르게 쓰일 방도는 없어 보인다. 일단 뭐라도 하면서 차츰차츰 고쳐나가야지 우려를 종합하면 애초에 개장해서는 안될 경기장에 불과하다. 게다가 전임 오잔디 시장이 싸 질러 논 똥이라고 두 번 욕해봤자 그 양반 생명 연장에만 일조할 뿐 우리에게는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주목하자. 천수를 누릴 수 있게 염원할 필요는 없지 않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