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하기도 전에 판매된다는 이경규 꼬꼬면의 선호도는 과열 양상을 넘어 광적이다. 커뮤니티에는 시식기과 각종 사진이 등장하며 꼬꼬면의 인기를 부채질 했으며, 구매할 수 있는 정보를 서로 공유하는 등 구매 전쟁도 한 창 벌어지고 있다. 대체 그 맛은 어떻기에 고작 라면 하나 가지고 이 같은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적색 국물 위주의 기성 라면시장에 백색 국물로 대적한다는 것을 두고 말도 많았다. 정작 기우에 불과하다는 것은 제품 출시 다음날 시식해본 후기를 통해 증명됐다. 붉지만 않을 뿐 견주어도 부족함 없다는 것이 시식기의 중론이다.
지난 8월 2일 출시된 이후 9월 19일까지 판매된 수량은 1600만개 이상을 기록했다. 출시 보름 만에 35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던 ‘꼬꼬면’의 판매량은 ‘대박’임이 분명하다.
한국야쿠르트는 생산능력을 70% 가까이 키우는 등 공급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연말까지 월 600만~650만개의 라면을 생산할 수 있는 생산라인 1기를 증설하고 내년 초에도 비슷한 규모의 라인을 추가할 계획이다. 현 월 최대 수치인 1,900만개인 봉지면 생산능력을 월 3,200만개로 올리겠다는 것. 단순 계산으로도 현재보다 68% 이상 생산량이 상승한다.
라면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백색 국물의 특징은 “해물과 야채를 풍부하게 넣은 하얀색 국물에 청양고추를 넣어 시원하고 칼칼한 맛”에 기반하고 있다. 적색 국물 라면은 “쇠고기 육수과 고춧가루의 진한 붉은색 국물로 맵고 자극적인 맛”이 확연하게 나뉘는 다른 점이다. 인식도 꼬꼬면의 인기를 자극했다. 자극적인 조미료를 사용해 몸에 해롭다는 적색 국물의 기존 편견이 백색 국물에는 덜했다.
끓는 물에 스프와 라면을 넣고 4분 더 끓이는 방법도 동일하다. 단 계란을 넣고 그대로 익히거나 흰자만 넣어 익혀라 는 설명이 차이점이다. 곰탕면 류에서 느껴지는 뿌연 국물이 아닌 고기 육수를 우려낸 듯한 노란색 국물에 가까웠다. 시각으로도 다른 점이 확연하게 느껴졌다. 중요한 것은 꼬꼬면은 기성 라면과 대적해야 할 라면이라는 사실이다.
| 닭 육수라고 했지만, 부족해
남자의 자격을 통해 꼬꼬면이 처음 모습을 보였다. 이후 한국야쿠르트를 통해 제품이 시판되었으며 얼마나 당시 느낌을 재현했을지 에 대해서는 맛을 볼 수 없으니 알 수는 없다. 물론 이경규도 방송에서 시중에서 판매되는 닭육수 스프를 사용한 것으로 나왔으니 그 맛을 흉내 내는 것에는 어렵지 않을 거라 보인다. 문제는 꼬꼬면이 기존 라면을 대적할 만큼 몸에 해롭지 않다고 알려지고 있는데 국물 색 만으로 좋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스프 성분을 보면 치킨스프베이스라고만 표기되었을 뿐이다. 스프베이스에 무엇이 첨가 되었는지는 제조사만이 알 수 있다. 맛의 핵심이기에 공개하지 않을 것임이 분명하다. 여기에 복합감칠맛분말도 더해졌다. 여타 라면류가 감칠맛을 위해 L글루타민산나트륨(MSG)을 사용하거나 비슷한 재료를 대체하고 있다.
그리고 닭 육수분말도 추가됐다. 시판중인 닭 육수분말 대부분에는 MSG가 포함됐다. 꼬꼬면에 공급된 닭 육수분말에 포함 여부는 알수없다. 표기된 지표는 기존 라면과 다르지 않다. 여기에 나트륨 함량은 1,750mg이다. 신라면 블랙은 1,950mg 으로 높다는 지적을 받았고 외면을 받았다. 둘 의 차이는 200mg에 불과하다. 이 차이를 가지고 몸에 좋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닭 육수라고 하기에는 고소함이 덜하다. 담백함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오히려 칼칼함이 더 강하다. 적색 국물이 짠맛이 강했다면 꼬꼬면엔 칼칼함에 느끼한 맛이 더해져 묘한 풍미를 풍긴다. 라면하면 찬밥이 떠오르지만 꼬꼬면은 그 반대다. 국물 자체만을 들이키는 것을 추천한다. 백색 국물에 밥을 말아먹는다 한 들 뭐가 다르겠냐만은 시식해본 후에 든 첫 생각은 “분식집에서 그리 반길 것 같지는 않다”는 것이다.
꼬꼬면의 성공은 기존 라면 업계에 대한 반발 심리의 반증이다. 몸에 해로운 조미료에 자극적인 맛에 실증을 느낀 소비자는 꼬꼬면의 참신함에 높은 점수를 안겼다. 농심 신라면과 너구리 그리고 신라면 블랙의 높은 가격으로 완성된 반발 심리도 한국야쿠르트의 성공을 도왔다. 무엇보다 경기가 심상치 않다. 라면 하나에 1400원이 넘는 금액을 두고 한 끼 식사를 대적할 수 있는 CF는 공정위의 지적이 나옴과 동시에 농심에게는 치명타가 됐다.
라면 시장은 지금 웰빙이나 웰빙이 아니냐는 기준 사이에 흔들리고 있다. 맛을 쫒던 식탐이 이제는 몸에 좋은 쪽으로 넘어갔고 상대적으로 적색 국물은 몸에 해롭다는 인식으로 자리 잡았다. 그렇기에 꼬꼬면의 인기는 웰빙 열풍에 편승한 단기적인 성과에 불과하다. 제품 특유의 맛을 지적해라면 “칼칼함과 단 맛이다” 라면에 찬밥이라는 공식이 성립되지 않으니 배부르게 잘 먹었다는 표현은 과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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