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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 신라면블랙 ‘상술이 만든 졸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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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클리포스트 2011. 10. 8.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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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이 돈 좀 더 벌어보겠다는 야심이 만든 ‘졸작’이다. 대중은 이렇게 평가했다. 열에 여덟은 머리를 갸우뚱 했으며 나머지 둘은 “몸에 좋지 않겠냐”며 기대를 보였다. 농심은 한 끼 식사를 대체할 수 있는 식품이라고 광고 했다. 그것을 공정위는 과대광고라며 제동을 걸었다. 우골을 비롯하여 설렁탕 한 그릇에 해당하는 영양분을 담았다는 농심의 주장에 철퇴를 내린 것. 결국 욕심에 비롯된 상술은 거짓말이라고 탄로 났다.

嗜好食品 기호식품 
- 향기(香氣)나 맛이나 자극(刺戟)을 즐기기 위(爲)한 것.
  영양소를 섭취할 목적이 아닌, 기호를 만족시키기 위한 식품.
  과자, 술, 담배, 음료 등을 가리킨다. (출처 : 네이버)

라면은 기호식품이다. 과자, 술, 담배 등과 동급이라는 의미다. 배고플 때 간단히 한 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선호된다. 농심은 기호식품을 밥상위로 끌어올려 필수식품으로 만들고자 했다. 이 같은 시도에 대해 대중과 전문가의 반응은 “웃기고 있네” 였다. 라면을 비하시킬 수는 없지만 주식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는 부족한 음식임은 분명하다. 결과는 출시 4개월 만에 단종이라는 이례 없던 판매 중단 선언이다.

돈 많던 대기업이 대중을 상대로 돈 좀 벌어보겠다는 꼼수가 오히려 기업 이미지를 훼손하게 된 역풍으로 돌아갔다. 기존 라면에 비해 두 배의 영양분을 갖추고 있기에 한 끼 식사와 맞먹는 다는 라면은 마트에서 개당 1,600원이라는 고가에 판매됐다. 프랜차이즈 미니스톱에서 팔던 버거의 가격이 1,500원이니 신라면블랙이 성공했다면 라면은 버거보다 비싼 음식이 될 공산이 크다.


돼지 뼈를 푹 고아 만든 육수에 정성스럽게 만든 생면을 넣고, 삶거나 쪄낸 고기 몇 점을 넣어 만든 일본의 생라멘과 버금갈 수 있는 발판을 만들 수도 있었으나 야심이 너무 컸다. 인스턴트의 고급화는 수포로 돌아갔고 대중과 언론은 제품 출시와 동시에 얼마 못 가 단종 될 것을 예언했다. 제조사의 주장에 따르면 한 끼 식사대용이 아닌 한 끼 식사를 대체할 수 있는 영양분을 지녔다는 신라면블랙을 대중은 철저히 외면했다.

| “신라면 블랙 없나요?” 가판대에서 사라진 배경

한 끼 식사를 대체할 수 있는 제품이라면 그에 어울리는 만족을 안겨줘야만 했다. 1,700원에 불과한 라면이 5,000~6,000원에 가까운 한 끼 식사 영양을 만족시킬 수 있다니 분명 놀라운 일이다. 게다가 조금은 비싸도 품질이 좋으면 용납할 수 있다는 최근의 웰빙열풍과 맞물려 분위기만 타면 성공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그렇지 못했기에 농심 신라면 블랙은 버려졌다. 허기진 배를 위로해주던 인스턴트 라면의 도전은 한계를 드러냈다.

정확히 4개월 만이다. 국내에서 정부 가격 압박과 매출 부진으로 농심은 철수를 선언하기에 이른다. 정확히 표현하면 국내 판매만 중단한 셈이다. 어쩌면 농심은 국내 소비자가 자신의 음식을 평가할 정도의 높은 수준이 아니라고 판단했을지 모른다. 농심에 따르면 지난 9월 20일 한국에서 철수를 선언함과 동시에 중국 선양 현지 공장에서 신라면블랙 생산을 시작했다. 앞에서는 중단하고 뒤에서는 생산을 시작한 것.


이달 5일에는 일본 내 175개 점포를 보유한 할인점 이토 요카도에 입점했고, 또 다른 할인점인 쟈스코에도 입점을 앞두고 있다. 게다가 지금까지 일본에 수출된 물량이 1만 3,000박스(26만 봉지)에 달한다고 밝혔다. 그렇기에 한국에서는 출시 초기 매출이 90억에 달했고 반응도 뜨거웠다는 농심의 말과 달리 공정위의 허위. 과장 광고 제재와 오픈 프라이스에서 제외되어 매출이 급감했다는 이유는 수긍하기 어렵다.

따가운 시선을 느꼈는지 농심 측은 “신라면블랙은 이미 첫 수출 당시부터 해외 수출을 계획하고 있었다. 국내 판매 중단으로 조금 앞당겨진 측면이 있다”며 궁색한 변명을 늘어놨다. 이어 “신라면블랙은 우골을 사용해 매운 맛이 덜하고 프리미엄급 제품이라서 해외에선 오히려 가격 저항이 덜한 편”이라며 “중국과 미국에서 만들어진 제품은 동남아와 북중미 등에도 수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 ‘설렁탕 한 그릇의 영양을 담았다’, ‘완전식품에 가깝다’

뚝딱 만들어진 제품은 아니다. 농심은 3년간의 연구개발을 통해 신라면블랙을 시장에 내놓았다고 언급했다. 신라면 출시 25주년을 기념해 만든 제품이니 그만큼의 심열을 기울인 것이 자명하다. 기존 신라면의 야성을 넘을 수 있는 작품이라는 증거로는 달라진 성분을 내세웠다. 그렇지만 논란을 부채질한 셈이 됐다.

/ 커뮤니티 디씨인사이드에 등록된 오리지널과 블랙의 성분차이 (출처. 디씨인사이드)

달라졌다는 성분이 오히려 역풍을 낳았다. 달라졌으나 그 차이가 미미함에 그친 것이다. 오리지널에는 건더기와 분말 스프이던 것이 우골설렁탕분만이 추가됐고 건더기는 더 풍부해졌다.  이로 인해 칼슘은 5% 증가했고, 단백질은 6% 증가했다. 중량은 10g 늘었으며 칼로리는 오리지널 보다 수치가 40더 높아졌다. 농심의 비유에 따르면 쌀밥 한 공기에서 한 수저를 더 먹은 셈이다. 따져보면 기존 오리지널 신라면도 주식을 대체할 수 있다는 의미다.

‘설렁탕 한 그릇의 영양을 담았다’,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의 비율이 가장 이상적인 영양균형을 갖췄다’, ‘완전식품에 가깝다’는 구호는 농심 측의 주장에 불과했다.

공정위가 성분 분석을 의뢰한 한국소비자원은 4월부터 분말스프의 영양구성 등을 조사했으며 그 결과로 “단백질과 탄수화물 함유량은 실제 설렁탕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었으며 지방은 오히려 많이 함유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나트륨도 설렁탕보다 많이 함유된 것으로 알려져 건강보양식이라는 광고카피는 과장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내렸다.

농심도 할 말은 있다. “신라면블랙에는 설렁탕을 농축해 만들 우골분말이 들어 있는데, 우골은 몸을 보하는 음식이기 때문에 ‘보양’ 이라는 문구를 사용했다”고 해명했다.


그렇다면 소비자는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오리지널 신라면보다 더 굵고 커진 면발
●스프가 2개에서 1개(우골설렁탕 분말)더 추가된 3개 구성
●스프색상이 오리지널 신라면보다 어두운 붉은빛
●오리지널 야채건더기 중량이 1.4g에서 3g으로 늘어남.
●매콤한 맛이 오리지널 보다 약해져 순해진 맛


으로 보였다. 더욱 충격적인 평가는 사리곰탕면 + 오리지널 신라면을 함께 끓이면 맛은 같고 용량은 두 배가 된다는 지적이다. 한 끼 식사를 대체하기 위한 농심의 완벽식품은 그렇게 실패로 끝났다.

그리고 한국에서 철저하게 외면당한 신라면블랙은 미국, 일본, 베트남 등 30개국에 수출되고 있으며 일부 국가는 수출을 앞두고 있다. 성공하면 농심의 주머니를 두둑하게 불려줄 효자 상품이 될 것이며, 실패해도 농심은 오리지널 신라면을 팔면 되기에 승산을 떠나 충분히 해볼 만한 시도임이 분명하다.

김현동 cinetiqu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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