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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우스 분해 어디까지 해봤니? 매드캣츠 R.A.T 8 플러스

IT/과학/리뷰/벤치

by 위클리포스트 2020. 4. 15.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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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우스의 변신은 무죄다. I'm Back! Mad Catz

[써보니] 매드캣츠 R.A.T 8 플러스 마우스




[2020년 04월 15일] - 영화 터미네이터 제니시스가 연상됐다. 구닥다리 터미네이터가 타임머신에서 튕겨 나와 액체 금속에 빠졌던 순간. 모두가 이제는 끝났겠거니 생각했지만, 실상은 반대였다. 오히려 업그레이드되었고 더 강해졌다. 생긴 건 똑같았지만 면모는 전혀 다른 기종으로 견고해지면서 수명이 늘어났다. 한동안 조용했던 매드캣츠 아니 망했다던 매드캣츠가 새롭게 제품을 내놨는데 그 제품에서 다른 점을 찾아야 할 정도로 흡사했기에 들었던 생각이다.

누가 보면 딱 이렇게 평하기 좋은 마우스다. 너무 복잡하고, 너무 현란하고, 너무 특이하다. 그럴 것이 무게도 조절할 수 있고, 길이도 늘였다 줄였다 할 수 있고 원한다면 추가 파츠를 더해 변형도 가능하다. 단지 마우스일 뿐인데 라고 평가 절하할 만큼 절대 단순하지 않다. 각설하고 이 마우스를 게이머라면 너도나도 달라며 환장을 했다. 높은 몸값 내세웠음에도 수년 전 두터운 성애자가 있을 정도로 제대로 인정받은 전적은 아직도 많은 이의 뇌리에 각인된 상태다.

그러던 마우스가 3년 전 소리 없이 종적을 감췄다. 제품이 안 팔려서? 라는 이유라면 제 명이 끝난 것이니 굳이 이런 궁금증이 생길 필요도 없다. 그게 아닌 상황인 데다가 일단 나오는 대로 족족 소화하는 대기 수요가 충분했음에도 자진해서 시장에서 철수해버린 매드캣츠는 잘 나갈 때 물러나라는 말을 현실로 구현한 비현실적인 브랜드였다.

그리고 2020년 수입유통원으로 서린씨앤아이가 사라졌던 아니 종적을 감췄던 아니 없어진 줄 알았던 그 제품을 산채로 생포해 시장에 공급하겠다고 알렸을 때 기대했다. 어쨌건 일단 환영했고 오랜 시간 사용했기에 가끔 오동작하던 기존 마우스를 더는 고집할 필요가 없겠다고 하는 안도에 욕심도 난 게 사실이다. 몇 번이나 버려야 했던 놈을 다시 구할 수도 없었기에 하지만 추억으로 맴도는 그 촉감을 잊지 못해서 고수했더랬다.

그러한 제품의 귀환을 격하게 환영하려 한다. 단순히 좋다는 느낌 그 이상으로 매드캣츠마우스는 개성과 브랜드 본연의 매력이 철철 넘친다. 마우스를 굳이 한 브랜드만 고집할 필요가 있나? 싶을 정도로 참 잘 만들었던 마우스. 생긴 것은 전작을 연상할 정도로 비스름한 녀석이 그간의 외도에 마음고생이 심했던지 군더더기를 싹 빼고 더 세련된 면모로 ‘신병 받아라’를 외쳤다. 이쯤 되면 고민할 가치는 충분하다. 그 전에 똑같은 놈인지 아니면 달라진 놈인지 그 점부터 알고자 한다.


눈앞에 아리따운 자체를 드러낸 것은 8시리즈다. 매드캣츠는 타 마우스와 다르게 보급형부터 브랜드를 대표하는 플래그십까지 라인업을 굉장히 디테일하게 쪼개놨다. 물론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보급형이라면 충분히 사볼 만 한 몸값이지만 위로 올라갈수록 그 등급이 최고에 달할수록 구매 욕구를 수줍게 만드는 마법을 부린다. 특히 플래그십이라 분류하는 8시리즈부터 그 이상인 PRO X시리즈까지 나열한다면 이건 마우스를 모셔도 될 수준이다.

막 다루고 싶다면, 그 생각 다시금 고쳐먹게 된다. 그런데도 사용자는 환장한다. 일단 손이 먼저 알고, 손이 크건 작건 힘이 달리건 넘치건 그 어떠한 복잡한 까다로운 취향까지 죄다 충족할 수 있게 해놨기에. 사실 지금까지 이런 제품은 없었고 이런 제품을 만들려 한들 볼품 없던 외형에 정나미부터 떨어지던 것이 무수히도 반복했던지라 그 와중에 등장한 매드캣츠는 출발부터 ‘난 놈’으로 평가받던 녀석이다. 아무리 봐도 멋진 건 사실이다.

똑같지만 다르다.
부드럽지만 정확하다.
무겁지만 빠르다.

업그레이드? 신형? 죄다 공통분모는 달라짐을 의식한다. 하지만 매드캣츠는 아주 깔끔하게 기존 상식에 반기를 들고 얼마나 ‘똑같을 수’ 있는지에 도전장을 내민 형국이다. 원조 격인 오래전 그놈과 새로 나온 이놈을 나란히 두면 떠오르는 생각은 단호하게 ‘데자뷔’ 이 제품이 이 제품 같고 저 제품이 저 제품 같은 오묘한 구도는 처음 보는 사람 상대로 ‘오래 사용해서 그래’라고 핑계를 대면 믿어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비슷한 비주얼이다. 달라진 부분을 애써 찾지 않는 한 똑같은 제품이라 보일 정도인데, 그 정도로 과거 유물은 제품 완성도가 높은 제품이었다.


아주 쉽게 말해서 전작도 명작이다. 그래서 이번 신작은 그렇게 잘 만들었던 명맥을 잊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봐주시라. 변화는 디테일을 깨알같이 개선했다. 우레탄 코팅이 전부였던 표면은 일부가 유광으로 변화했다. 밋밋하던 클릭 버튼에는 세련미를 더하고자 했던지 약간의 인쇄가 더해졌고, 손을 타던 위치의 무게추 고정 볼트 색상은 금속 느낌이 그대로 드러내던 은색에서 블랙으로 달라졌다. 에게 색상? 이 정도 표현도 격하게 용납한다.

사실 기존에 가장 마음에 안 들 던 부분인지라 이러한 변화가 내심 환영 될 수밖에 없다. 특히 손의 땀에 포함된 염분이 금속 표현을 서서히 부식했기에 오래 사용했던 매드캣츠는 표현이 마치 겨울철 염화칼륨에 제대로 노출된 자동차 바퀴처럼 볼품없게 변한 터였다. 물론 그 지경이 될 때까지 사용자가 눈치챌 가능성은 1도 없다. 그러다가 세월을 탄 모습으로 확 변한 마우스가 눈에 들어오는 순간 애잔하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한때는 세상의 모든 마우스를 상대로 호령할 것만 같았던 위엄을 뽐내더니 결국 이리될 것을 말이다.


결정적인 거라면 성별에 따른 호불호가 명확히 갈릴만한 스타일이다. 단도직입적으로 매드캣츠는 사내의 취향. 특히 공대생 취향을 명확히 저격했다. 아기자기한 면모라고 표현하기에는 더욱 오한 엔지니어링을 표방하는 구조는 손이 갈수록 연구를 하면 할수록 제품 한계를 궁금하게 만든다. 단지 커서를 움직이는 마우스라는 녀석이 사용자를 상대로 ‘멋대로 사용해봐’라는 식인데 지금까지 이런 마우스는 세상에 없었지만, 앞으로도 이런 식으로 흔쾌히 지갑을 열게 만들어 사용자 심기를 뒤틀리게 할 제품은 드물 거다.

까면 깔수록 도도한 콧대 드높일 만한 정황은 계속 나온다. 센서는 더 좋은 센서가 무의미할 PIXART PMW3389를 사용했다. 흔히들 게이밍으로 알아주는 넘사벽 제품이 하나 같이 차용하던 바로 그 센서를 품은 것인데 빠르고 정확하고 오작동 확률도 확실히 낮다. 그러한 이유로 추천하는 것이 바로 게이밍이다. 빠른 화면 전환은 전혀 상관없고, 빠른 마우스 전환이 필요할 경우 날아다니는 제품이라는 거다.

센서만 잘났다고 좋은 제품이 될 수 없다. 잘 나가는 마우스라면 스위치도 그에 걸맞은 제품이 있다. 공식은 바로 옴론 스위치다. 잘 눌러지고 오랫동안 눌러도 고장 없고, 제대로 눌러지고. 수없이 누르는 스위치임에도 동작 방식도 별거 없음에도 기본을 제대로 하는 게 그리 어렵다는 건 마우스도 매한가지다. 사람도 기본만 하는 게 그리 어렵던데 마우스조차도 같은 삶을 공존하다 생각하니 왠지 더욱 아껴줘야 할 것만 같은 이 기분. 쓸모없는 동정인 걸까?


생각보다 다양한 파트를 취향에 맞춰 변화할 수 있게 해놨지만 건들지 못하게 한 부분은 명확히 선을 그어 놨다. 이리저리 분해하다 보면 어느 순간 더는 분해를 못 하겠다. 라고 생각이 드는 순간이 바로 그때다. 동시에 생각보다 다양한 부품을 개별 파츠 형태로 구현해 모듈화해놨다. 물론 사용자 개개인이 해당 부분만 구매해 교체하는 건 애초에 손이 많이 가도록 해놨다. 한 번 해볼까 라는 생각을 애초에 포기하도록 한 셈이다.

고로 어디까지나 제조사가 매드캣츠 마우스 만의 독특한 형태를 구현하다 보니 발생한 설계 형태라도 이해하는 것이 정신 건강에 이롭다. 몹쓸 호기심에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다보면 원상 복귀하다가 성질 버릴 수 있다. 그만큼 매드캣츠 마우스는 구조가 공학적이다.

세상에 마우스는 많지만
매드캣츠는 오직 하나!
그만큼 유별난 마우스

바닥 면은 금속이다. 알루미늄을 아주 부드럽게 성형해놨다. 마감에 적잖이 손이 갔을 구조다. 다른 마우스는 조립하면 끝이 나지만 대충 눈에 보이는 부품 가짓수조차도 무수히 많다. 애초에 저렴하기는 불가능한 마우스다. 그런데도 매드캣츠는 그러한 수고로움을 감수하고 제품을 만들어냈다. 그들 스스로가 극도로 공학적인 형태에 집착하는 것이 첫 번째 이유요. 마우스는 본디 이렇게 만들어야만 제 기능을 할 수 있다고 여기는 습성이 두 번째다. 그리고 세 번째는 사용자가 이러한 형태를 좋아하기에 변화를 시도할 이유가 없음이다.


어찌 보면 마지막 항목이 지금의 매드캣츠가변화하는 것을 더디게 한 핵심일 수 있다. 잘 움직이면 된다고 수없이 자위했던 마우스는 복잡하면서 잘 움직이는 형태로 진화했고 8시리즈는 무거우면서도 부드럽고 빠르게 제대로 움직이는 마우스로 완성됐다. 곳곳에 배치한 각종 기능은 게임 내에서 활용할 수 있게 함이 명확한 의도이기에 평상시에는 다양한 기능과 스위치 가운데 쓰이는 것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그 정도로 이 제품을 제대로 사용하고자 한다면 학습도 연구도 환경도 뒷받침되어야 한다. 물론 그냥 써도 좋기에 그냥 쓰고 있는 본좌 같은 이도 무수히 널렸다. 다소 부담스럽다는 이유가 유일한 걸림돌인데 그러하기에 구매까지는 수 없는 고민과 오랜 기다림 그리고 때가 되면 실행에 옮길 수 있는 과감한 결단도 따라야 한다. 그때가 언제가 되거든 오래전 사라졌다 여겼던 그 제품이 다시 귀환해 우리에게 생존 신고를 하던 것처럼, 사용자는 매드캣츠라는 이름 그 존재의 명맥이 끊이지 않고 이어진다는 것에 다시금 환영하는 몸짓을 보낸다.

이쯤 되면 공대생이 만든 것 같은 이런 독특한 마우스 하나쯤은 세상에 공존해야 할 필요성이 충분히 검증된 것 아닐까! 그냥 마우스가 아닌 매드캣츠마우스가 말이다. 이렇듯 서린씨앤아이의 매드캐츠 현장 복귀 신고식은 짧지만 굵게 제대로 된 한방으로 기록됐다. 그나저나 어떤 게임방에서 먼저 들일지 그것은 필시 게임방 사장님이 게임 좀 해본 이라는 방증일 터. 그 게임방이 나타나거든 제일 먼저 만나 이야기를 듣고 싶다. 인터뷰하고 싶다는 말이다. 누가 되었거든 매드캐츠만 사용하는 게임방을 알고 있다면 혼자만 알고 있지 말고 제보해달라.


By 김현동 에디터 hyundong.kim@weekly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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