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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응답했다 H.O.T 청춘으로 돌아간 소녀들 _ 예매전쟁편

생활/문화/트랜드/기획

by 위클리포스트 2018. 10. 12.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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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응답했다 H.O.T’, 청춘으로 돌아간 소녀들
‘피 튀기는’ 티켓팅 현장 속 팬덤은 빛났다.




[2018년 10월 12일] - 몇 줄의 뉴스보다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예능프로그램이 시대를 뒤흔들어 놓는 경우가 많다. 그 중 tvN이 방영한 드라마 ‘응답하라 1997’, 그리고 MBC 대표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은 지금의 X세대에게 옛 향수를 떠올리게 했다. 지금은 종영되었지만, 방송계에 혁신을, 그리고 수많은 청취자에게 추억을 선사했다. 특히나 30~40대는 더욱 남다른 감회에 빠졌는데 다음아닌 먹고사니즘에 떠밀려 오랜시절 잊혀졌을 거라 여겼던 10대로 돌아가는 추억을, 그리고 학창시절을 다시 생각해 보게끔 말이다.

그렇기에 당대 90년대 말을 주름잡았던 양대 아이돌 그룹 H.O.T와 젝스키스가 다시 브라운관에 모습을 보인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그 순간 밀려온 감동은 더할나위 없었다. 무릇 한 동안 조용했던 팬클럽이 다시 들썩이는 이유도 같다. 모름지기 90년대 가요계를 이야기하면서 이 두 그룹이 빠져서는 안 된다는 팬덤은 시간이 흘러도 여전했기 때문이리라. 간절히 바라면 이뤄진다고 했던가! 그 희망은 무한도전 제작진의 마음을 움직혔고 ‘토토가2-젝스키스편’, ‘토토가3- H.O.T편’을 방영하며 그 시대 그 느낌을 다시 안겨줬다.


10대로 돌아간 나, 그리고 우리들


어느 덧 시간이 흘러 30대 중반이 된 지금 돌이켜보면 필자의 10대 시절은 H.O.T가 전부였다. 지난 1996년 처음 데뷔했을 당시 중학교 1학년이었고 고등학생 때는 ‘응답하라 1997’에 나왔던 ‘열혈 토니 부인’ 성시원(정은지)처럼 콘서트와 공연 등을 찾아다니던 수십만 명의 H.O.T. 팬 중 하나였던 나. 그러다 지난 2001년 H.O.T 해체와 함께 솔로 활동 체제를 선언하며, 돌연 해체 수순에 돌입하던 그 순간까지 펑펑 울던 모습도 바로 나였다. 한 번도 잊은 적이 없었다. 30대 중반이 된 지금까지 그때 그 마음으로 오빠들과 함께 나이를 먹어가며 언젠가 완전체로 만나게 될 날을 손꼽으며 말이다.

더욱이, 마지막 콘서트였던 2001년 2월 27일 콘서트에서 H.O.T.의 리더인 문희준이 남긴 메시지 한통 “항상 저희를 믿어주는 여러분들이 있고, 우리 멤버가 있는 한 우리 H.O.T는 절대 떨어지지 않습니다.”가 한줄기 희망이 되었다. 그게 언제가 되었던 H.O.T는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신뢰이자 팬과의 약속은 17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 공고했다.

그리고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나 기억에서 아른거리던 옛 모습 H.O.T 완전체의 모습을 무한도전에서 다시 접하는 그 순간 앳된 얼굴에서 서른 중반을 넘긴 아줌마로 변모했지만 마음만은 그 당시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몇 번이나 돌려봤을까? 무한도전 토토가3 - H.O.T. 편을 무한 재생하며 수없이 눈물을 훔쳤고, 이와 같은 형국은 육아의 고단함 혹은 만성피로로 가득한 직장인 또한 스트레스에서 해방하는 데 주효했다고 본다.

이러한 팬의 공통된 심경이 전달되었던지, ‘기다릴 게 H.O.T!!’를 외치는 팬덤을 상대로 H.O.T 멤버인 장우혁은 이렇게 화답했다.

“저희가 진짜 심각하게 이야기 나누어 보겠습니다”

좀 처럼 입을 열지 않는 그렇기에 멤버 중에서 가장 과묵하기로 유명했던 장우혁의 한 마디에 집중했다. 진정 H.O.T가 다시 무대에 오르는 그 순간을 경험할 수 있을까? 팬이라면 진심으로 다시 멤버들이 마음을 모아 주기를 기다렸고 그 날이 언제가 되었건 수없이 되뇌었다. 손꼽아 기다리며 그날이 되면 우리 다시 그 시대 그 모습으로 환호하고 열광하며 노래 불러요.라는 바람이다.


진짜로 돌아온 오빠들, 이제 우리는 예매만 하면 돼!!!


결국 우리의 오빠, H.O.T는 정식 완전체 콘서트를 확정했다. 일정은 오는 10월 13, 14일 양일간 잠실 주 경기장이며, 대망의 티켓팅은 9월 7일 옥션과 YES24를 통해 예고했다. 뉴스를 접하고 제일 먼저 한 것은 팬클럽 접속이다. 나만 그런 것은 아니였다. H.O.T. 컴백을 원했던 이가 SNS와 뉴스 댓글, 그리고 소소하지만, 꾸준히 이어져 오던 멤버들 개인 팬클럽을 통해 다시금 H.O.T.의 팬으로 뭉칠 준비를 완료했다. 그런데 당황스럽게 한 것은 야속한 세월이 흔적이 아닌 예매였다. ‘온라인 예매 시스템에서 우리가 과연 티켓팅을 성공할 수 있을까?’ 예상은 적중했다. 실제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우리가 10대였을 콘서트 표 예매라면 은행 앞에서 며칠 밤을 새워가며 번호표를 받고 친구들과 교대로 줄을 서가며 간신히 손에 넣고 웃던 것이 유일했었다면, 지금은 그러한 수고로움은 사라진 대신 온라인이 그 자리를 대신했고 시스템의 허점을 이용해 매크로와 같은 방법으로 꾀한 온라인 표 예매 선점이 자리했다. 그리고 예나지금이나 변함없이 존재하는 ‘암표상’에게 더욱 손쉬운 기회가 됐다. 오히려 시스템에 관한 이해도가 높았기에 구매 성공 확률은 월등히 높았다. 암표와의 전쟁이 우리에게는 넘어야 할 산이었다.


일부는 가족 혹은 지인을 동원해 구매 확률을 높이려는 시도를 마다하지 않았지만 한계 앞에서 좌절했다. 소위 ‘피케팅(피 튀기는 티켓팅)이 예상된다.’는 이야기는 팬클럽 내에서는 단골 화두였다. “세상에~ 서른여섯 아줌마가 집 컴퓨터는 성능이 느릴 것 같아서 PC방 중·고등학생들 게임하는 그 사이에서 지금 예매 준비하고 있어!!! 나 혼자로는 화력이 부족할 것 같아서 우리 신랑도 데려왔어!!! 얼른 예매창 열렸으면 좋겠어~!!!”라는 말은 우스갯소리가 아닌 실제였다.

필자라고 예외는 아니였다. 어찌 보면 직업적인 특성 탓에 ‘공연 표를 쉽게 구할 수 있는 것 아니야?’라는 말도 있었지만, 17년 묵은 팬심이 폭발한 탓인지, 나 또한 노트북 앞에서 예매창이 열리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마치 20여 년 전, 제일은행 앞에서 오빠들의 노래를 부르며 밤을 새우던 그때, 그날처럼 말이다. 그리고 연예부 초대장은 단언컨대 말하자면~ 놉! 그런일은 조중동만 해당해. 총알도 넉넉하게 준비하고 대기 행렬에 이름을 올렸다. 이 나이 먹고 이럴줄은 상상도 못했다.


‘피 튀기는’ 티켓팅 전쟁, 암표상의 상술… 팬들 뿔났다!!!


피 튀기는(?) 예매 전쟁이 될 거라던 예상은 적중했다. 9월 7일 오후 8시, 예매 사이트 오픈과 동시에 매진은 딱 1초 걸렸다. 단 1초 만에 2회분 콘서트 8만여 석이 전량 매진된 것. 말이 안되는 일이지만 그게 현실이 됐다. 8만명이 1초만에 동시 접속해 동시에 구매 버튼을 클릭했다.


나 또한 그 중 한명이 될거라 예상했지만 나만의 호기였다. YES24를 통해 시도하던 나는 예매 시작과 동시에 ‘2018 Forever [High-five Of Teenagers] Concert 공연은 매진되었습니다, Please Wait’이라는 팝업 메시지를 마주하고 좌절했다. 혹시나 취소한 표라도 나오지 않을까? 라는 기대감에 한 시간 넘게 예매를 시도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그러던 와중, 예매 시작 5분 뒤부터 중고나라 등을 비롯한 장터에 등장한 ‘H.O.T 콘서트 표 팝니다, 가격은 쪽지 주세요’ 같은 게시글. 나중에 알고보니 상당수 선점이 암표상을 통해 이뤄진 거라고. H.O.T팬들, 소위 밥풀들(H.O.T. 공식 팬클럽의 고유 색상인 하얀 풍선이 밥풀 같아 보인다는 말이 돌아 별명이 ‘밥풀’이었다)의 성토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암표상의 만행은 짜증을 불러왔다. 무대와 최고 근접한 SR 석의 경우 1석에 14만 3천 원, 최고 먼 자리인 B석이라 하더라도 7만 7천 원이라는 가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당시에는 부르는게 값이기에 100만 원으로 표값은 수직 상승했다.

예상은 했지만 대응하지 못한 탓인가! 대책이 필요했다. 암표상의 무분별한 영업 질(?)에 제동을 걸 결정적인 한 방을 날리자! 에 팬덤이 분노했다. 즉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해 구성된 H.O.T 팬 페이지가 일제히 연대해 ‘암표상 아웃 캠페인’, ‘콘서트 표 구매 사기꾼 주의보 캠페인’ 등을 전개하며 암표 분매운동을 시작했다. 정가에 판매가 아닐 경우 고소미를 먹이자는 움직임이다. 현재 페이스북 H.O.T 팬 페이지 ‘H.O.T - High five of Teenagers’를 운영하는 박지희 씨는 위클리포스트와의 인터뷰를 통해 암표근절 캠페인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과거 암표상 근절에 대한 부분이 명확히 드러난 사례가 없어서 팬클럽 문화 1세대인 우리가 주도하면 어떠냐는 생각을 했어요. 문화 공연 부문 외에도 암표에 대한 문제는 계속 제기됐던 것이 사실이고요. 그래서 팬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암표상 근절 캠페인을 시작하게 됐고, 온라인 티켓팅에 익숙하지 않은 언니들을 위해서 동생 세대들이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 없을까 생각을 하다가 제가 운영하는 페이스북 페이지는 물론이고, 다른 분들이 운영하는 인스타그램 등 SNS 팬 페이지 등과 함께 공동으로 암표근절 카드뉴스를 배포하게 됐어요”

이러한 팬들의 직접적인 움직임에 힘입어 공연 주관사들도 암표상들에 대한 예매 강제 취소라는 강경 대응을 현실로 옮기며 암표 근절은 효과를 보였다.


이번 콘서트의 주최사인 솔트이노베이션 측은 “표를 현장 수령할 때도 예매 내역서와 본인 신분증이 없으면 수령되지 않도록 할 것이며, 암표상을 철저히 배제하도록 하겠다”고 공식 발표하고, 1차 티켓 오픈 이후 온라인 암표상들이 매크로를 이용한 티켓팅 사례를 적발해 강제 취소하거나, 대량의 티켓이 같은 주소지로 발송 요청된 경우 현장 수령만 가능하도록 조치하고 2차 예매를 진행했다. 또한 중고나라 등을 통해 업데이트된 암표상 표와 사기꾼들에 대한 팬들의 제보도 줄지어져 실제 사기를 시도하고자 한 사람은 경찰에 입건됐다고.


이제 또다시, 오빠들을 만나러 간다!!!


약 한 달 남짓한 예매 전쟁은 이제 끝을 맺어간다. 드디어 10월 13일, 콘서트의 화려한 개막을 앞두고 팬들은 이미 10대 때로 돌아갈 준비를 마쳤다. 물론 필자 또한 직접 예매는 하지 못했지만, 필자의 지인을 통해 13일, 14일 양일간 콘서트를 즐길 표를 어렵게 확보했다.


그러던 와중, 10월 12일 오전부터 콘서트 표가 대량으로 풀리며 미처 예매하지 못했던 팬들에게도 기회가 돌아왔고,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콘서트 표를 구하려는 움직임이 줄 이어 일어나고 있다. 이에대해 H.O.T 팬은 암표상들이 고가 판매를 위해 보유하고 있던 표를 대거 포기했거나, 더 좋은 자리 선점을 위해 일단 마구잡이로 구매한 일부 팬이 이동하면서 생긴 공석이 아니겠느고 추측을 내놨다. 하지만 정가를 고수하며 웃돈을 거부하는 작금의 시장 흐름 앞에서 암표상들도 두손 두발 다 들었지 않겠냐는 쪽에 무게를 두고 싶다.


예컨대 과거 워너원 콘서트장 앞에서 일부 암표상이 팬들 앞에서 욕설과 함께 미판매분 콘서트 표를 훼손하며 돌아선 모습을 목격했다는 제보도 있던 만큼, 이번 또한 암표상 근절을 외친 모습이 주효했던 것이 사실이다. 특히 이번 콘서트는 기성 세대에 반기를 들고 불합리함에 항거했던 X세대인 30~40대가 대거 합류했다는 점에서 ‘자칫 잘못해서 암표를 팔려고 했다가 적발되어 경찰서에 끌려가는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라는 도려움도 뒤늦게 작용했을 것이라 예상한다.

거두절미하고, 이제 우리가 10대 때로 돌아갈 수 있는 이틀간의 시간이 돌아왔다. 필자 또한 즐거운 마음으로 준비를 마쳤다. 만 17년 만에, 함께 울고 웃었던 잠실 주경기장에서 다시 만난다. 비록 10대 때보다는 체력이 떨어질 수 있겠지만,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만나기를 고대하며 2탄(공연실황 편)을 준비하도록 하겠다.

By 김미리 에디터 milkywaykim2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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