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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은 구닥다리폰, 2G 완전 사랑해”

뉴스/IT/과학

by 위클리포스트 2011. 12. 10.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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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끄럽게 울어대는 아이를 상대로 아이의 부모로 보이는 남자가 스마트폰을 정신없이 만진다. 아마도 뽀로로를 보이려고 하는 듯. 그러나 스마트폰이 보내는 메시지는 통신 불가. 그 와중에 한 남자가 자신의 스마트폰을 자신 있게 보이는데, 그 속에는 뽀로로 영상이 등장하고 아이는 언제 그랬냐는 듯. 울음을 그친다.

LG U+ 가 선보이는 CF의 내용 일부다. 내용의 골자는 3G가 지원하지 못하는 서비스도 지원한다는 것이며, 속도를 강점으로 내걸었다. 이는 작은 화면의 스마트폰에서 사용하는 서비스가 최근 갈수록 비대해지는 것에 따른 LG U+ 측의 묘안이다. 통신 주파수 미확보로 사실상 꼴지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 간신히 시작한 LTE 서비스를 토대로 순위권에 합류하겠다는 강한 표현이다.

LG U+를 필두로 SKT와 KT는 LTE 전생에 사활을 걸고 있다. 그런데 사용자 반응은 LTE는 아랑곳 않고 2G에 집중된 상태다. 여전히 1,100만 명에 달하는 사용자가 2G에 몰려있다. 이통사 시선에서 보면 이들 사용자는 잠재적인 고객인 셈이다. 언제 움직여도 이상하지 않지만 2G 단말기 공급도 안 돼 단말기 갈증에 굶주려 있다.

당근을 제시해 LTE로 옮기겠다는 심산이 짙다. 문제는 좀처럼 반응하지 않는 2G 사용자다. 업계에 따르면 KT가 11만 명, SKT가 728만 명, LG U+가 400만 명을 보유하고 있다. 스마트폰 가입자가 2,000만 명을 넘어선 시대에 50%가 넘는 수치의 2G 가입자 1,100만 명이 대기 중이니 먼저 선점하는 이가 머시멜로우를 독차지 할 수 있는 셈이다.

실상은 쉽지 않아 보인다. 업계는 번호에 대한 애착쯤으로 치부하고 있지만 사용자는 자신의 번호는 자산이며 곧 추억 게다가 사회와 자신을 연결해주는 매듭인 셈이다. 집 전화는 알려주지 않아도 휴대폰 번호는 알려주는 요즘 추세에 연락처는 이름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게다가 2G 사용자는 평균 10년 이상 사용 기간을 내세우고 있으니 단순한 전화번호가 아닌 셈이다.

KT는 이를 간과했다. 단말기 교체라는 당근에 3년간 기존 서비스 제시라는 혜택을 내놓고 가입자 전환을 종용했다. 15%에 달하는 장기 할인에 저렴한 2G 요금제는 마일리지로 보상할 테니 비싼 3G 요금제를 들이밀었다. 반응은 “그만해!” 이다.

여기에 집 전화선 단절이라는 부작용까지 야기하면서 반발을 키웠다. 결정적인 한 방은 법원이 날렸다. 법원까지 2G 사용자의 손을 들어주면 주파수 부족으로 2G를 LTE로 전환하려던 KT의 잔꾀는 오히려 큰 역풍을 낳았다.

기세등등한 2G 사용자 뒤에서 LTE 전환의 타이밍을 기다리고 있는 KT. 티격태격 양상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장기전에 돌입했다. 법원의 제동으로 KT의 야망이 끝났다고 단정하긴 어렵다. KT가 언제든지 항소할 수 있고 이럴 경우 길어봐야 10개월의 시간만 벌어놓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남들은 구닥다리폰이라고 지적하는 구형폰에 대한 강한 애증을 보이는 2G 사용자. 그들의 주장은 한결 같다. “내가 쓰는 2G, 완전 사랑해” 2G 사용자를 집착으로 치부하고 당근을 제시해 이동시키려던 KT의 짧은 생각에 변화가 필요한 이유다. 10년 넘게 인생고락을 함께 해온 친구를 돈 몇 푼에 하루아침에 버리겠는가!

| Behind Story

* KT가 서비스 중지를 고지한 2011.12.8일 오전 0시를 하루 남긴 7일.

서울행정법워너 행정5부(조일영 부장판사)는 7일, KT 2G 가입자 900여명이 2G 서비스 폐지를 승인한 방송통신위원의 결정에 대해 제시한 집형정지 시청을 받아들였다. 판결문에 따르면 “15만 9,000명의 이용자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 주된 이유다.

이번 소송을 대리한 법무법인 장백의 최수진 변호사는 재판부를 상대로 KT의 2G 서비스 중단은 치명적인 오류가 있다고 지적했다. 내용인 즉 "방통위는 기간통신사업자가 사업을 폐지하기 60일 전에 이용자에게 알리고자 한 전기통신사업법 규정 절차를 여겼다"는 것.

* 베스킨라빈스 본사에 있던 에어컨 4대가 압류 된 사연

KT 2G 서비스 종료를 막은 결정적 역할을 한 변호사는 법무법인 장백의 최수진이다. 2G 사용자에게 영웅으로 등극한 최수진 변호사는 과거 베스킨라빈스 사건으로 주목받은 바 있다.

‘베스킨라빈스의 굴욕’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최 변호사는 해외여행 경품 이벤트에 당첨 돼 일본행 항공권과 숙박비를 받게 돼 있었으나 웬일인지 시간이 지나도 베스킨라빈스가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것. 결국 최 변호사는 베스킨라빈스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으며, 이 또한 회사가 지급명령을 이행하지 않아 강제집행 신청을 통해 베스킨라빈스 본사에 있던 에어컨 4대 압류에 이르게 됐다. 그리고 베스킨라빈스를 운영하고 있는 비알코리아로부터 사과를 받아낸 사례다.

하지만 이번 KT건은 즉각 사과와 달리 KT는 즉각 항고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지난해와 다른 양상으로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 KT가 내세우는 항고 이유는 확고하다. “그동안 이용자 보호조치를 충실히 이행했다.” 를 내세우고 있는데, 2G 사용자가 그렇게 느끼고 있는지를 생각한다면 답은 간단하다.

김현동 cinetiqu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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