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얼라이언스 / 김현동 기자 cinetique@naver.com
[2017년 02월 15일] - 졸업시즌이 끝나자마자 본격적인 입학 시즌이 시작됐다. 매년 반복되는 분위기이기에 별반 다를 게 없지만 사회가 이들을 받아들일 여지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사회의 책임이 부모의 책임으로 전가 되었고 다시 선생의 책임으로 대물림 되었고 이쯤에서도 더는 버틸 여력이 없게 되자 학생의 책임으로 내려갈 정도로 졸업과 동시에 각박한 사회로 내몰리는 형국이다.
사실상 누구보다 보호받아야 할 정도 연약한 존재이지만 이제 갓 세상에 첫 발걸음을 떼고 사회 초년생이라는 팻말을 붙은 이들을 향해 사회는 너무도 가혹한 잣대를 내밀며 따를 것을 강요한다. 이도 저도 아닐 경우 ‘부적응자’라는 타이틀을 걸어놓고 별도 분류하는데 그 모습이 마치 군대에서의 ‘관심사병’과 흡사하다. 그렇기에 학생이 낙오하지 않도록 독립심에 내성까지 길러줘야 할 교육기관이 제대로 역할을 해야 한다.
사회가 요구하는 니즈가 이런 데 정작 학교에서는 이렇게 사회에 나오게 되는 학생에 대해 얼마나 책임지고 교육을 집행하고 있을까? 하지면 현실은 ‘믿을 놈 하나 없다’는 말이 떠오를 정도로 주먹구구식 ‘탁상행정’이 난무했다. 본지가 특성화 고등학교의 학업 행태를 파악하던 중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3학년 학생의 취업은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졌고, 학생 스스로 취업에 성공했을 때에도 학교 측은 ‘추천받아 이뤄진 취업’이 기재된 서류에 서명받아 제출해줄 것을 기업에 요청한 정황이 포착됐다.
특성화고는 여타 인문계열 고등학교가 대학교 입학을 목적으로 한 교육과정과 달리 입학 단계에서 전문기술 습득을 목적으로 하고 국가에서 필요한 전문인력을 양성하고자 만들어진 교육기관이다. 그렇기에 이곳 교육을 이수한 학생은 졸업을 앞둔 3학년 후반기가 되면 상당수가 ‘산학연계 실습’을 위해 학교를 벗어나 현장실습으로 나가는 것이 일반적이며, 이 과정에서 취업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많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채용에 이르는 학생을 학교 측이 ‘취업 성공 사례’로 분류하고, 학교는 ‘실적 달성’으로 나누어 교육 당국에 보고하는데 이 과정에서 학교 측의 노력이 반영되지 않는 사례까지 ‘실적’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확인을 위해 학교 측과 전화 통화를 시도했고 해당 담당자 또한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이며 유지하던 관행이니 ‘따를 것’만을 설명했다.
해당 서류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기업 인사 담당자는 “학생이 직접 취업 공고를 보고 지원을 했고, 정상적인 서류와 면접을 거쳐 정규직으로 채용했지만, 학교에서 제출하라고 보낸 서류는 학교장의 추천을 받아 학생을 채용한 것을 인정하라는 내용이 담겨 있어 황당했다”고 설명했다.
관행만을 내세우는 교육당국의 실적 채우기
노력으로 취업 성공한 학생은 그저 속만 타고
기업 담당자는 사실과 다른 내용에 난처할 뿐
그렇다면 학교 측은 왜 이렇게까지 무리한 방법을 써가며 ‘실적’ 채우기에 급급한 것일까? 전화통화 결과 ‘아직 졸업이 이뤄지지 않는 학생의 보호 의무는 학교가 지는 것이 원칙이고, 졸업 전 발생한 모든 사고에 대해서도 학교가 책임을 져야 하기에 서류를 받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렇기에 정식 졸업 전에 학생의 취업이 이뤄졌더라도 학교 측은 학생이 현장에 없는 이유를 교육 당국에 설명할 수 있게 서류를 만들어 놔야 한다고. 학교 측의 추천으로 취업이 이뤄졌음에 동의하는 서류의 서명 또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는 기업 담당자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으나 서류상 기재하는 기간이 불과 1주일에 불과하며 이어지던 관행이니 양해해달라”고 설명했다.
사실상 교육기관은 정부에서 요구하는 서류를 맞추려다 보니 무리한 요구를 하게 되고, 기업은 현실에 어울리지 않는 조건에 억지로 따를 수 밖에 없는 형국이 반복되고 있다는 의미다. 학생 입장에서는 그저 황당할 따름이다. 학교 측에서 아무런 추천 없이 취업에 성공한 것을 가지고 학교의 실적으로 분류하는 내용이 적힌 서류에 서명을 받아오라고 하니 그저 중간에서 난처하다는 이유다.
이제 처음 사회로 나와 첫걸음을 뗀 사회초년생인 고등학교 졸업생. 적게는 18세부터 많게는 20살의 나이에 처음 사회가 가르치는 것은 조건을 충족하는 ‘요령’에 불과했다. 그것도 계약관계를 입증하는 서류를 거짓으로 만들어 교육기관에 제출하는 일명 ‘사문서위조’와 흡사한 범죄 행위를 처음 접하게 되었을 때 속으로 어떤 생각을 했을지 한 명의 어른으로서 부끄러울 뿐이다.
결국, 해당 기업은 전화 통화 과정에서 서류에 서명하기로 합의했으며, 추후 본 서류로 문제가 될 경우 학교 측이 책임을 진다는 답변을 듣고서야 전화를 끊었다고 했다. 물론 전화통화로 오간 구두상 내용이기에 문제가 되었을 경우 입증할 수도 없다고 하지만 ‘우리 회사에 입사한 직원인데 학교의 무책임에 책임 전가에 피해자로 만들 수는 없지 않으냐’라는 것이 수락하게 된 이유라고.
하지만 충격적인 설명은 다음에 이어졌다. 그래도 내용이 사실과 다르기에 문제가 될 여지가 있는데 누가 책임져야 하느냐? 라는 기업 담당자의 지적에 대해 학교 측은 “그렇다면 1주일간 학생을 출석시켜달라”는 대답과 함께 정상 출근하고 있는 직원의 채용을 가로막았다. 기업 담당자는 “우리 회사 직원에게 말을 함부로 하는 것 아니냐.”라는 말에 학교 담당자는“규정에 따르는 것일 뿐….” 이라는 설명과 함께 동참해줄 것을 강요했다고.
교육기관의 무책임한 정책 따르기에 정작 학생과 기업은 황당할 뿐이다. 교육도 좋고 취업도 좋다만 근본적으로 문제의 여지가 많은 정책에 억지로 끼워 맞춰오라고 요구한 정부 당국의 변화가 선행되지 않을 경우 같은 문제는 매년 반복될 전망이다. 결국 관행이라는 단어로 발생하는 문제가 매년 졸업생의 발목을 잡고 논란을 키우고 있다.
왜 변하지 않는가? 라는 질문에 취재하는 과정에 찾게 된 근본적인 이유는 ‘책임없는 제도’ 였다. ‘실적’에 급급한 고등학교와 사실 관계없이 ‘결론’만 따지는 정부 당국의 장단에 맞춰 결과물을 제출해야 하는 고등학생은 매년 졸업시즌을 앞두고 ‘황당한 관행’에 내몰려 ‘이해 불가능한 서류를 들고 ‘서명’ 앵벌이에 나선다.
왜 이들 고등학생이 이런 경험을 해야 하는지?
한 번이라도 입장바꿔 고민 해봤는지 당국에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