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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코요테어글리, 언빌리버블한 감동을 남겼다

생활/문화/리뷰

by 위클리포스트 2011. 12. 10.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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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적인 효과에 스케일도 방대한 영화와 달리 절제된 동작과 함축된 대사를 통해 의미가 전달되는 뮤지컬. 두 장르는 성격이 다르기에 표현 가능한 범위도 큰 차이를 보인다. 그렇기에 영화로 먼저 알려진 코요테 어글리가 뮤지컬로 각색된다고 알려졌을 때 좁은 무대에서 영화를 통해 전달된 11년 전의 감동 구현은 불가능할 것만 같았다.

대중에게 영화 코요테 어글리가 알려진 것은 지난 2000년도 경. 제이브룩하이머 작으로 스토리와 작품성 모두에 합격점을 받은 바 있다. OST 로도 큰 인기를 누린 만큼 우리에게 익숙한 Can't Fight the Moonlight’를 비롯해 I will Survive’ 등의 친숙한 사운드 구현을 얼마나 제대로 하는가도 승패를 나뉠 수 있다.

영화를 뮤지컬로 각색한 초연임에도 우려와 달리 영화 속의 그 장면이 무대 위에서 충실하게 재현됐다. 화려한 군무에 주인공 바이올렛의 약해빠진 행동 하나 하나 까지도 영화 속의 장면과 일치되면서 영화를 보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초연인데다가 유독 연기 도전이 처음인 배우가 많기에 실수도 많을 거라는 기대도 했지만 이 또한 기우에 불과했다.

뮤지컬 코요테어글리를 통해 가장 큰 수혜를 입은 한명을 지목한다면 단연 주인공 바이올렛 역으로 뮤지컬에 도전한 가비앤제이 장희영이다. 흠잡을 데 없는 연기력을 펼쳤으며, 귀에 맴돌던 영화 속의 OST는 가창력을 100% 발휘하기에는 부족하게 보였다.

무려 7년을 발라드 가수로만 활동했던 여 가수의 첫 처녀작임에도 합격점을 주어도 아깝지 않다. 가수 이전에 배우 경험을 쌓았다고 설명해도 될 만한 실력을 십분 발휘해 브라운관 진출 가능성도 열었다.


| 원작과는 차별화된 무대에 친숙한 OST

전반적으로 원작을 충실히 따르면서 큰 이벤트 중심으로 이야기 라인이 구성되는 형식이다.

영화를 기반으로 뮤지컬로 각색된 작품이기에 기본 골자는 변함없다. 시골에서 살던 바이올렛이 가수라는 꿈을 품고 도시로 상경하면서 벌어지는 교과서적인 스토리 라인이다. 영화 속의 뉴욕이라는 것도 그대로 이어 받았으며, 주제곡도 가사가 영어에서 한글로 바뀌면서 현지화가 이뤄진 것을 제외하면 차이가 없다. 영화에서 복선 역할을 해냈던 클럽에서의 다양한 이벤트 또한 뮤지컬로 옮겨진 후에도 비중 있게 다뤄졌다.

영화 속에서 보였던 배우의 역동적인 퍼포먼스에 화려한 군무는 무대 위의 댄스와 바텐더 쇼, 짐승남의 섹시댄스, 복근퍼레이드, 비보잉댄스 등의 볼거리로 태어났다. 여성 관객 위주의 기존 뮤지컬과 달리 남성 관객을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해낸 요소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등장인물에 따라 달라지는 분위기도 관전 포인트다. 루나가 몸 동작에 익숙한 역을 잘했다면 장희영은 가창력이 유독 돋보였다. 숨은 공신도 있다. 네 명의 색깔이 확연히 나뉘는 코요테걸이다. 든든한 리더 역의 속 깊은 ‘레이첼(유미 분)’ 쇼핑광으로 등장하는 ‘알리사(이영은 분)’ 여전사 콘셉트의 터프걸 ‘사만다(최소영 분)’, 할리우드 뮤지컬 배우 지망생이자 오디션 경력으로 등장하는 ‘나탈리(강웅곤 분)’ 네 명이다.

아버지 역에는 박준규가 나왔으며 바이올렛의 남자친구 앤디역에는 디셈버의 한대규가 열연했다. 남자친구 역의 두 사람 역시 뮤지컬 도전은 처음이다. 더블 캐스팅으로 앤디 역에는 웨잇포유에서 감미로운 연기를 펼친 배우 김수용도 합류했다. 이 외에도 에프엑스 루나와 디셈버 윤혁이 출연했다.

| 언빌리버블한 쇼~ 코요테어글리

영화를 재미있게 봤고 그러한 기대감으로 뮤지컬을 관람했다면 큰 차이가 있다.

영화가 과거였다면 뮤지컬은 현실에서 이야기를 그려나간다. 게다가 영화가 에이프릴의 시선이었다면 뮤지컬은 전면에 나서지 않는 네 명의 코요테걸이 중심이다. 그렇다 보니 쇼걸의 단체 군무 등 특정 이벤트를 집중 부각시키는 전략이 다수 등장한다.

이 같은 특징은 화려한 볼거리로는 손색없지만 다소 식상하다는 반응을 남길 여지가 있어 보강이 필요해 보인다. 무대 효과도 다소 아쉽다. 주류가 다뤄지는 무대 배경과 달리 빈 술병이 오가고 과감한 의상에 어울리지 않게 정적인 움직임은 뮤지컬의 역동성을 십분 발휘했다고 평하기는 부족해 보인다. 물론 초연 공연이기에 지적될 수 있는 흠일 뿐이다.

인기 영화의 뮤지컬로 알려졌으며, 세계 최초 시도라는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국내 초연 뮤지컬 코요테 어글리가 한 달 간의 짦은 공연을 마무리했다.

7월 8일 첫 공연을 이후 8월 15일까지 ‘영화의 감동을 뮤지컬로 전달한다’는 표어로 등장해 세간의 조명을 집중시켰던 공연의 모든 것을 보여주기에는 한 달은 너무 짧다. 초연임에도 초연답지 않은 짜임새에 화려한 캐스팅이 볼거리를 더해 아쉬움이 크다.

마무리 된 이 시점에 감동을 되살릴 수 있는 재공연에 기대를 걸어본다. 커튼콜이 닫힌 이후 귓가에 맴도는 익숙한 멜로디. 아마도 “무대 위 배우와 함께 노래하고 춤추고 즐기면 된다”고 밝힌 오세준 연출의 각본이 뮤지컬 코요테어글리의 대중화를 노린 것이 아닌지 조심스레 추측해본다.

김현동 cinetiqu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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