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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 한 방 해결… 소름 돋는 연극 ‘우먼인블랙’

위클리포스트 2012. 7. 11. 23:30


[ 인터뷰 · 연극배우 ]
배우도 놀라게 만드는 레전드 연극 ‘우먼인블랙’
두 주인공 ‘홍성덕·김경민’





- 여름에는 공포~ 공포하면 우먼인블랙
- 주인공이 말하는 공포의 묘미란?
- 소설과 영화를 거쳐 연극으로 체감한다.

글·사진 : 김현동(cinetique@naver.com)



[2012년 07월 11일] - 으레 이맘때처럼 찌는 듯한 무더위가 계속되는 여름 하면 공포물이 그리워진다. 온몸을 짓누르는 무더위에 몸과 마음이 지쳐가는 그 순간에도 공포가 안겨주는 짜릿한 쾌감은 더위 해결사로 손꼽는 차디찬 팥빙수에 비할 바가 아니다.

나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게 하는 두려움과 달리 이후 내용을 궁금하게 만드는 호기심은 공포물을 보게 하는 촉매제요 끊을 수 없는 중독성의 원천이다. 손사래를 치고 비명을 지르는 찰나에도 여간해서는 공포의 마수를 뿌리치긴 힘들다.

연극 우먼인블랙은 이 점에서 손꼽히는 작품이다. 실체 없는 허상을 두고 관객의 비상한 공포심을 자극한다는 기본 방식은 여타 공포물과 다르지 않다. 그렇지만 재차 반복해서 보게 하는 중독성은 타 작품과 구분 짓는 우먼인블랙만의 차별점이다.

그렇다 보니 연극 우먼인블랙은 마니아 제도라는 특별한 제도가 있다. 볼수록 중독되는 ‘볼 매’ 작품으로 손꼽히는 작품의 묘한 매력에 환호하는 마니아층이 두툼하다는 의미다. ‘그래 봤자 연극이 다 같은 것 아니야?’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물어봤다. 내심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연극 우먼인블랙의 두 주인공을 통해 작품이 지닌 남다른 매력에 대해 들어봤다.

연극 우먼인블랙의 두 배우 홍성덕·김경민 배우를 만나기로 약속한 당일. 인터뷰 장소로 정한 지하 공연장으로 향했다. 불이 켜진 상태에서는 처음 보는 무대 이곳저곳에는 거미줄로 연상되는 무대 장식이 눈에 들어온다.

발자국을 떼면 금방이라도 삐거덕 소리가 날 것만 같은 낡은 마루에 꽤 오래됐을 법한 각종 소품이 연극 우먼인블랙이 공포물이라는 것을 암시했다. 조명이 낮춰진 상태에서 지나가면 그야말로 공포물 속의 한 장면과도 다를 게 없다.

정교하게 완성된 무대 시설만으로 연극 우먼인블랙을 관람하러 온 관객은 초반부터 비상한 분위기에 기가 죽는다. 곧이어 연극 우먼인블랙의 두 배우 홍성덕·김경민의 리얼한 연기에 온몸에는 소름이 돋는다. “이런 것이 공포일까?”를 체감하는 그 순간 무더위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좁은 무대 위에서 일인다역을 표현해가며 관객을 웃기고 두려움에 떨고 만들고 때론 관객 사이에 숨어 또 다른 관객의 역할을 하며 공감대를 만든다. 그렇다 보니 공연시각은 1시간 30분에 불과하지만, 체력소모는 여타 공연과 비교하면 몇 배가 많다는 것.

공포의 완성은 조명부터 시작된다. 좁은 소극장에 이렇게 많은 조명이 있을 필요가 있을까? 의문이 드는 그 순간 연극 라이어 활동을 잠시 멈추고 새롭게 합류한 김경민 배우가 입을 열었다.

“처음 우먼인블랙 공연장을 들어와서 놀랐어요. 큐버튼부터 조명까지 이전에 몰입했던 라이어 공연장과 비교했을 때 왜 이렇게 많던지. 정신이 없더라고요.” 라는 것이다. 대충 봐도 타 작품의 그것에 비해 많기는 많다. 무대 위 천장을 빼곡히 뒤덮인 조명 틈 사이로 콘크리트가 수줍게 속살을 비춘다.


# 2004년 초연 이후 ‘작품성’ 인정
회가 더해질수록 인기 상승하며 입소문 타
소설, 영화보다 볼만한 작품으로 주목
07, 10, 11 그리고 2012년 다시 대학로 컴백


김경민 배우의 긴장된 모습과 달리 홍성덕 배우에겐 왠지 모를 여유가 있다. 게다가 연극 우먼인블랙에만 4번째 합류한 무대 경험이 ‘홍성덕 = 아서킵스’라는 무대 공식을 만들어 놨다. 한 작품을 오랫동안 연기한 까닭에 좋은 점도 있단다. 연극 우먼인블랙을 찾는 마니아층이 두꺼운 것만큼이나 홍성덕 배우만을 쫓는 티켓파워도 무시할 수 없다는 말이다.

하지만 웬걸~ 무대 위의 진지한 표정과 달리 얼굴에는 장난기가 다분하다. 동시에 노랑머리에 수염을 긴 모습이 멋스럽기까지 하다. 일인 다역을 소화해내는 배우의 내공은 평소의 모습에서도 나오는 것일까 생각할 무렵 연극 무대 위의 가면 쓴 여자 이야기를 꺼내게 됐다.

연극 우먼인 블랙은 중간마다 흰색 가면 쓴 여자가 관객의 시야에 들어온다. 대략 3번 정도 짧게 사라지는데 극이 끝나는 마지막까지 그 정체를 알 수가 없어 더욱 궁금증을 증폭시킨다. 그래서 이의 실체를 두고 말도 많은데 궁금한 것은 물어봐야 하는 성격상 살짝 떠봤다.

공포물의 배우 아니랄까 대답도 비장하다. “무슨 여배우요? 우린 못 봤는데” 무엇을 물어보느냐는 표정을 하고 천연덕스럽게 내뱉는 홍성덕 배우의 한 마디. 간담이 서늘해진다는 것이 이런 것을 말하는 것일까! 그렇다 보니 처음 이 작품에 합류 제의를 받았을 때 적잖은 고민을 했다는 김경민 배우.

“처음 역할을 제의받았을 때 고민이 있었죠. 중간에 합류한다는 것이 부담도 있었어요. 연습을 처음부터 한 것이 아니었고, 2인 극이고 체력소모도 심하다고 했기에 걱정도 했죠”

홍성덕 배우도 비슷한 고충을 털어놨다.

“1시간 반 공연하고 나면 옷이 땀으로 젖습니다. 두 명이 그 공간에서 일인 다역을 하다 보니 계속 움직이죠. 심지어 강아지 역할도 합니다. 그래서 공연을 마치고 나면 굉장히 힘들죠. 아마 대학로에서 우먼인블랙 만큼 열정적인 작품도 없을 거예요”며 맞장구를 친다.


# 남다른 에피소드 물었더니
멀쩡한 무대 소품 이유 없이 오동작도 잦아
하지만 같은 역할만 4번 반복할 정도로
높은 작품성은 배우에게 인상적


오래된 작품인 만큼 남다른 에피소드도 있을 것 같다. 역시나 기대했던 대로 공포물에 어울리는 무서운 에피소드가 시작됐다. 손에 꼽을 정도로 많지는 않지만 드물게 발생하는 기괴한 현상들. 여기에 배우까지 놀라게 하는 공연 순간순간들의 이야기다.




“작품이 오래되었으니 이를 연기한 배우도 많잖아요. 하지만 유독 우먼인블랙만 연기를 하면서 아픈 배우도 많았고 이유 없이 각종 기기가 오동작을 하는 경우도 몇 번 있습니다. 한 번은 멀쩡하던 음향이 안 들어오는 거예요. 고장 난 부분이 없는 데 말이죠. 간혹 귀신이 들린 건가 하면서 기분이 이상해지는 경험도 있어요.”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인지 알 길은 없지만 듣고만 있어도 음산하다. 연극 우먼인블랙은 인터뷰도 무섭다. 게다가 배우가 놀라는 경우도 잦다. 공연 중반을 넘어가면 수시로 들리는 자지러지는 비명에 관객은 초 긴장상태로 돌입하는 데 그때 발생하는 부작용이다.

“정해진 타이밍에 무대장치와 음향이 동작하는데 간혹 실수로 그 타이밍을 어긋나는 경우가 있어요. 그땐 정말 우리가 놀라죠. 분위기는 어둡고 조명도 공포영화 속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는데 갑자기 약속되지 않는 이벤트가 터지면…….” 말을 아낀다. 배우도 놀라는 공포연극인데 관객이 놀라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모습이다.

그렇다고 마냥 무서운 것만은 아니다. 극 중 아서킵스 역할만 4번 반복한 홍성덕 배우에게는 팬들과 얽힌 다양한 추억이 있다. 생각나는 것을 하나 요구했더니 팬레터 사건을 풀어놨다. 과거 한 팬으로부터 팬레터를 받았는데 그 정성에 감동하였다는 것이다.

“한 팬분이 정성스럽게 작성한 팬레터를 주는 거예요. 작성은 1년 전에 했는데 자기가 다치는 바람에 못 줬고 표도 구하지 못해 1년이 지나 재공연 때 찾아와 그때 작성했던 팬레터를 제게 준거죠. 자주 보러 오겠다고 하셨는데, 그 이후로는 못 봤어요. 이후에 다시 다쳐서 못 온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기도 해요.” 말하는 표정에는 그리움이 사무쳤다.


# 선·후배로 만난 두 사람, 홍성덕·김경민 배우
만나면 연기 이야기로 서로를 격려
연기를 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두 배우의
소탈한 인생사 인터뷰로 처음 공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제법 두 사람의 호흡이 잘 맞는다. 그도 그럴 것이 라이어를 통해 단짝으로 연기를 하게 되었다는 것. 파파프로덕션 소속으로 오랜 시간 연기에 매진하다 보니 지금에 이르게 되었다는 설명이다. 형님·아우 하는 모습에 연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졌다.

“고등학교 때 교회를 다녔어요. 교회에서 수련회 비슷하게 연기를 했는데 저도 관심이 있어 함께 하게 됐죠. 주변에 연기 좀 한다는 말에 자신감을 얻었죠.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군대를 다녀와서 극단에 입단해 처음 연기를 시작했어요. 그리고 뒤늦게 대학을 갔죠. 그렇게 지금까지 연기했으니 오래됐네요.” _ 홍성덕 배우

“대학을 가서 연극 동아리를 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데 따르던 선배가 힘드니까 하지 말라고 말리는 겁니다. 그 선배가 군대 가면 해야지 생각했는데 때가 되어 가보니 1학년만 입단할 수 있다는 거예요. 속여서 들어갈 수도 없잖아요. 그래서 군대를 갔다 와서 시작해야지 마음먹고 제대를 하고 바로 복학 전에 아동극을 통해 데뷔했어요. 처음 했던 것이 오즈의 마법사라는 작품에서 허수아비 역할이었죠.” _ 김경민 배우

라며 속내를 털어놓는 두 사람. 연기에 대한 부푼 포부를 안고 어느덧 연극 무대에서는 굵은 연기를 펼치는 내공이 쌓였고 어느덧 두 사람에게는 실력파 연기자라는 타이틀이 붙었다. 그리고 2인극 우먼인블랙을 통해 매회 관객을 마주하고 있다. 힘든 것도 있지만 보람찬 것이 더 많다는 두 사람이 강조하는 소망은 소박했다.

“연극 우먼인블랙을 하면서 이것이 인연이 되어 누군가가 나의 글을 보게 된다면 행복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무대에서 열심히 하고 있겠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합니다.” _ 홍성덕 배우

“새롭게 합류하게 돼 각오가 새로운데요. 계속 공부하면서 더 안정된 연기 더욱 탄탄한 연기 실력을 관객에게 선보이겠습니다. 앞으로도 우먼인블랙 많이 사랑해주세요.” _ 김경민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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