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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전 보컬 김재희 “나는 록커다”
위클리포스트
2011. 12. 25. 17:14
부활 전 보컬 김재희 인터뷰 :: “나는 록커다”
- 글·사진: 김현동(cinetique@naver.com)
인터뷰를 앞 둔 하루 전날에도 새벽 두 시까지 연습실에서 구슬땀을 흘렸다고 말한다. 그래서인가 이때만큼은 여느 때보다 멋지게 찍혀야 할 인터뷰 사진이 좀처럼 마음에 들지 않는다. 가수의 얼굴엔 피곤한 기색이 영력했기 때문이다.
오는 10월 14일 홍대 상상마당에서 열리는 콘서트를 앞두고 마지막 연습을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것이 이유다.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최고의 무대를 팬에게 선사하는 것”이라며 “비주얼이 아닌 오직 실력으로 평가받겠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이 남자의 이름은 록 보컬리스트 김재희다. 화려한 전성기를 뒤로 하고 무려 17년간 무명 아닌 무명의 삶을 걸어왔다. 김재희가 처음 데뷔한 것은 지난 1994년, 록 그룹 부활의 멤버로 앨범 3집과 4집에서 ‘사랑할수록’을 불렀고 당대 최고의 보컬리스트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실력파 가수다.
과거 누구보다 대중 곁으로 다가가 실력을 인정받아온 최고의 가수였지만 어느 순간 대중과의 소통이 단절됐다. 팬들에게 잊혔고 그가 부른 노래만 희미한 기억을 이어갔다. 그렇게 17년 동안 록 보컬리스트 김재희의 기록은 세상에서 지워졌다.
| 록 보컬리스트 김재희가 돌아왔다.
당대 최고의 보컬리스트라고 불리며 화려한 전성기를 뽐냈던 김재희는 부활 4집을 끝으로 대중에게 종적을 감췄다. 지면에 변변한 인터뷰나 기사 한 줄 장식하지 않고 조용히 활동을 지속했다고 주장한다. 17년간 누구보다 지근거리에서 대중음악의 변화상을 지켜봐온 셈이라고 항변한다.
17년간 뭐했어요? 라는 질문을 던졌다. 기다렸다는 듯이 받아친다. “가장 많이들 궁금해 하는 질문이다”는 것이 그의 첫 말이다. “드라마 음악도 했고, 뮤지컬 배우로도 활동했다. 뮤지컬 제작에도 참여했고 17년간 대중을 만나고 대중에게 다가가려고 부단히도 노력했다”고 한다. 그래도 17년간의 공백이라니 너무 길지 않는가. 무언가 사연이 있을 것만 같다.
너무도 힘들어 노래를 그만하려고 마음먹기도 했다. 다양한 일을 경험했지만 그의 인생은 노래 이외로는 풀리지 않았다. 그 같은 과정을 겪으며 다양한 경험을 쌓았고 상처도 많이 받았다. 포기하고 싶었지만 김재희는 그럴 수 없었다. 경험은 더 성장시키는 계기가 됐고 지금의 김재희를 완성시켰다. 록 보컬리스트 김재희가 17년의 공백을 깨고 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게 한 원동력이 됐다.
자신이 가장 잘 못 한 것이 있다면 “17년 동안 자신만의 록 음악을 찾기 위해 대중과의 소통을 줄이고 음악에 매진한 것이다”고 설명한다. 자신을 성장시킨 것도 음악이고 심취했기에 가능한 발전이었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많은 것을 잃게 한 음악. 양날의 칼을 쥐고 음악 인생을 살아온 김재희는 대중의 기억 속에 차츰 잊힐 무렵 다시 대중과의 만남을 모색한다.
| 친형 故김재기는 최고의 스승이자 멘토
김재희가 처음 음악을 접한 것은 친형인 故김재기를 통해서다. 부활의 3대 보컬리스트로 통하던 형을 통해 창법을 익혔고 같은 음악을 듣고 자랐다. 그리고 음악에 녹아든 영감까지 형을 그대로 빼 닮았다. 자신이 부활의 멤버가 될 수 있었던 것도 우연한 기회였다. 김태원의 눈에 든 김재희의 목소리와 창법은 형인 김재기와 같았다. “어~ 목소리가 똑같네. 한 번 해봐라”는 권유에 음악 인생을 시작했다.
하지만 그의 형은 지금 세상에 없다. “형제는 가까이에서 있다 보면 닮는다고 한다. 난 형을 통해 내 음악을 완성했고 지금의 나로 태어났다”고 말하는 김재희. 부활 멤버로 활동하는 형을 보며 자신도 음악을 하고 싶다고 했으나 김재기는 동생인 김재희를 말렸다.
그러다가 사고로 떠나기 1주일 전 쯤 갑자기 이 말을 꺼냈다. “음악 한 번 해보자. 내가 자리 잡히면 널 밀어줄 테니까” 그렇게 말했던 형은 동생이 노래하는 모습을 못 보고 교통사고를 당해 먼저 떠났다.
“어렵던 어린 시절 아주 작은 방에서 지냈던 우리 형제는 기타를 치며 노래를 연습했다. 그때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나도 노래를 해보고 싶다고 말했는데, 당시에 형은 내게 가수가 되는 것을 반대했다. 지금 뭐가 제일 좋냐고 물어보면 노래가 제일 재미있다고 말할 수 있다.”
| 김재희에게 음악은 인생이다.
오랜 공백을 깬 김재희의 컴백에는 남다른 의미가 있다. 구체적인 설명을 부탁했다. “거창하게 설명할 것이 없다. 음악은 내 인생이다. 소탈하게 살아온 지난날. 살아온 이야기를 가사로 풀어냈고, 공백 기간 동안 세상에서 겪은 거친 세상에 대한 경험을 그대로 담았다”고 말했다. 어린 시절 산동네에서 살아온 이야기가 노래 속에 그대로 담겼다. 자신이 벗어나고 싶었던 힘든 경험과 희망 그리고 미래에 대한 이야기도 고스란히 농축됐다.
“큰 인기를 얻고 음악이 내 길인가 보다 했다. 노래를 하다보면 느끼는 희열감은 내게 더욱 자신감이 됐다. 음악의 매력에 심취하고 음악에 빠져들기 시작하는 자신을 발견했다. 동시에 힘든 것에 점차 무뎌지는 모습도 봤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길은 이 것이구나 그때 알았다”
그렇게 완성된 곡 ‘케신의 모험’에는 김재희의 경험이 적잖이 녹아들었다. “쓰러지지 말고 가보자. 여기에서 지치면 안된다. 이게 바로 꿈과 미래가 있는 삶이지 않느냐”는 가사로 어려움을 이겨내겠다는 자신감을 담아냈다.
오랜 시간 음악을 해왔고 인기와 무명의 두 가지를 모두 맛본 당대 최고의 록 보컬리스트 김재희. 그에게 음악은 무엇이냐고 슬며시 떠봤다. “컨디션이 좋을 때는 잘되고 나쁠 때는 안 되고. 삶의 굴곡이 음악에 그대로 담겼다. 하루만 연습 안하면 내가 알고, 중단하면 내 몸이 야위는 것 같다. 계속하면 내 자신이 성장하는 것이고…….”
그리고 지금은 “이제부터 대중에게 다가가겠다. 안되면 포기해버린 것이 잘못되었구나 는 것을 알게 됐다.”고 지난날의 약했던 자신을 반성했다. 그렇게 김재희는 2011년 10월 14일 대중과의 만남을 시작한다. 무엇보다 이번 공연이 기대되는 이유다.
| 대중을 만나고 소통하는 첫 무대
이번 콘서트를 통해 발표될 싱글 곡은 ‘캐신의 전설’과 ‘오월의 편지’ 두 곡이다. 강산에의 ‘넌 할 수 있어’ 작곡가 홍성수가 작곡을, 김재희가 작사를 맡았다. 김재희 자신이 직접 노랫말을 쓴 ‘캐신의 모험’은 전설의 산악인 캐신처럼 끝없는 음악적 도전을 하겠다는 자전적인 내용을 담았다.
‘오월의 입맞춤’은 따스한 오월의 햇살처럼 눈부시고 아름다운 사랑을 영원히 간직하자는 의미의 곡으로 김연우, 김범수 등과 작업하며 감수성 짙은 작곡가로 많이 알려져 있는 작곡가 이은규가 곡과 가사를 썼다. 이 곡은 배우 고 장진영과 숭고한 사랑으로 뭇 사람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한 남편의 애틋한 감정을 가사로 표현해내고 있어 관심을 끈다.
/ 오랜 침묵을 깨고 관객과의 소통에 나선 김재희 홍대 콘서트는 성황리에 치러졌다.
김재희는 이번 싱글을 계기로 콘서트와 공연을 통해 관객과 만나겠다는 각오다. 그 첫 시작으로 오는 14일 홍대 상상마당에서 단독 콘서트를 열고 이후인 12월 30일에도 콘서트를 계획했다. 방송보다는 먼저 공연을 통해 관객과 소통하고 싶다는 신념이 반영된 것.
재도약의 장소로 ‘홍대 앞’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풀뿌리 문화가 남아있는 홍대 앞이 아름다워 보였고, 소극장 공연을 통해 이러한 문화 속에 함께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록 음악뿐만 아니라 다양한 인디 음악의 산실 역할을 해온 ‘홍대 앞’은 꾸준히 한 길을 걸어온 자신을 닮았다는 것.
직접 대중과 교류할 수 있는 공연을 통해 음악적으로 인정받고자 한 자신에게 홍대는 최적의 장소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앞으로 3개월에 한 번씩 정기적인 공연을 통해 관객과 만날 계획이며, 콘서트 이후 백두대간을 돌며, 특별한 일정 없이 장소만 마련되면 즉석 콘서트를 가질 예정도 세웠다. 기회만 주어진다면 거리공연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모든 것을 원점으로 되돌려 놓고 초심에서 시작을 알린 당대 최고의 록 보컬리스트 김재희. 인기를 누렸지만 곧이어 절망을 경험했고 동시에 모두에게 잊힌 그가 17년이라는 비싼 수업비용을 치르고 컴백을 알렸다. 좌절에 지쳤을 만도 하지만 그 상처가 자신을 더 성장시켰다고 말하는 배포까지 여간 단련된 것이 아니다. 김재희의 음악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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