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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반 토막 PC방, 알바생 횡포에 폐업 위기
위클리포스트
2020. 4. 15. 16:00
갑(甲)질보다 잔인한 을(乙)질 범죄, 생계를 흔들다.
[르포] 소상공인 보호 사각지대, 대책 마련은?
[2020년 04월 15일] - “이럴 수 있나요? 아무것도 몰랐어요. 너무 믿었던 아이라 한동안 멍하니 있었어요. 왜 그랬을까? 언제부터 그랬을까? CCTV를 더 봐야 하나... 고민했습니다. 매출이 너무 떨어지던 상황이었어요. 아무리 코로나19라고 해도 주변 PC방 5개 중 2개가 문을 닫았기에 이상했습니다. 더구나 이곳 상권이 먹자골목에다 바로 위가 오피스텔이에요. 주상복합이라 식사까지 해결하던 단골이 많았어요. PC방이지만 청결하고 맛도 좋다고 소문도 났어요. 그랬던 손님이 어느 순간부터 안 보이더라고요.”
찹찹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하는 청주 네오PC방 사장님. 무슨 일이 있었기에 하소연하는 것일까?
지난 2016년 더 좋은 자리를 찾아 옮겨온 두 번째 오픈이다. 청주대학교 바로 앞 게다가 가장 중심. 적잖은 권리금까지 주고서라도 이 자리 여야만 했던 것은 전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만 했던 가장이라는 무게 탓이다. 뒤늦게 생긴 PC방에 비하면 인테리어는 평범했지만, 서비스와 설비만큼은 뒤지지 않으려 신경 썼다. 특히 위생은 절대 양보하지 않았다. 손님이 떠난 자리는 닦고 또 닦고. 삶기만 하던 수건은 코라나19 사건 이후 알코올 소독도 병행하고 있다. 이용한 자리는 바로 가서 정리하고 수건으로 닦고. 다른 사람이 사용했던 자리라 두 번 세 번 확인한다.
그렇게 공들인 결과 매출은 개업했던 당시에 비해 느리지만, 꾸준히 상승했고 사건이 있기 전까지도 제법 많은 단골로 북적이던 곳이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발길이 줄어들더니 급기야 조용해졌고, 동시에 매출도 감소했다. 하지만 기존에 알고 지냈던 단골이 연락하는 횟수가 오히려 늘었다. 이의제기였다. 대부분이 청소 상태를 지적하는 내용이었기에 그때마다 주의를 당부하는 정도로 끝냈었다.
“청소에 좀 더 신경을 써주면 좋겠다.” 그럴 때마다 돌아오는 답은 ‘죄송합니다. 저 혼자 할 수 있으니 주말에는 편히 쉬세요. 많이 바빠지면 연락 드릴게요’ 요즘 청년답지 않게 항시 공손했기에 더욱 믿었지만 그게 착각이었다. 뒤늦게 밝혀진 현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CCTV를 돌려보기 전날 한 손님이 남기고 간 말이 계속 맴돌았다고 말했다. “사장님. 여자 알바생이 일도 안 하고 매번 놀고만 있어요. 남자 알바생도 마찬가지예요. 자리 좀 치워달라고 해도 신경도 안 쓰네요. 주의 좀 주세요.” 사장님이 자리를 비워 그런 것 같으니 신경을 써 달라는 내용이다. 하지만 남자 알바생? 이라는 부분은 의아했단다. 해당 시간대에는 한 명만 배치했기에 의구심이 들었고 녹화된 CCTV 영상에서 이상한 장면이 담겨있었다.
녹화된 내용은 인정하고 싶지 않을 정도였다고. 아니 하면 안 될 행동까지 너무나 자연스럽게 하는 모습을 보고 직감했단다. “이건 한번 해서는 나오는 모습이 아니다.”
금고 속 돈까지 마음대로 손대는 장면 담겨
최근 3주분. CCTV 영상이 저장된 기간이다. 가장 최신 일자 영상부터 확인했다. 제대로 일하는 장면이 없었다. 그렇다면 더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는 정황. 도대체 언제부터 이랬던 걸까? 언제부터 이런 문제가 반복한 걸까? 손님이 자리를 치우는 모습이 보일 정도로 엉망이었다.
음식 조리 시설 허가를 받았기에 종업원은 보건증이 반드시 있어야 하는 요즘 PC방. 하기에 타인이 조리하는 것부터가 위법항목이라고. 종업원을 채용할 때는 직원을 채용한다는 마음으로 임했고 계약서 작성 및 최저임금 및 주휴수당 준수, 규정에 어긋나는 업무도 일절 요구하지 않았다. 하지만 영상에 담긴 내용은 그러한 마음을 부끄럽게 만들었다.
카운터에 있으면 안 되는 수상한 남자가 수없이 들락거렸고, 음식도 마음대로 먹었고 심지어 금고에 있던 현금을 꺼내는 모습까지 포착됐다. 한 번이 아닌 거의 매번 반복하던 모습이었는데 매출이 급감했던 이유가 거기에 있었다.
“코로나19로 각별하게 청결과 위생이 강조되던 시기였습니다. PC방 알바생의 주된 역할은 청소입니다. 가장 기본인 업무를 안 한 것이죠. 막상 왔더니 준비가 제대로 안 된 PC방이라는 인상을 받았을 겁니다. 그렇게 손님이 이탈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만행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그제야 아무것도 모르고 속았다는 것을 직감했다고.
저장된 영상을 전부 돌려보고서 더욱 명확해졌다. 도대체 영상에 나오는 저 남자는 누구일까? 뒤늦게 알게 된 사실에 따르면 함께 있던 남자아이는 여자 아르바이트생의 남자친구였고, 출근을 같이하거나 아니면 남자친구가 대신 출근해 일해 주는 경우도 있었다. 심각한 도덕적 해이가 영업장에서 당연한 것처럼 반복되고 있었던 와중에도 걱정하지 말라던 알바생 말만 믿었던 사장님. 그랬기에 더욱더 대범하게 활개를 칠 수 있었던 것이 아니었나를 자책했다.
더구나 일을 시작하고 3개월 수습 기간도 끝나지 않았던 아르바이트생이 태연하게 이러한 행동을 했다는 것에 경악하게 됐다. 착한 아이였다. 성실한 아이였다. 라고 생각했건만 착각이었다. 트라우마는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사람을 못 믿겠어요. 누구를 어떻게 뽑아서 매장을 맡겨요?”
아이들 학비로 마련해둔 돈까지 매출이 감소하자 끌어다 운영비로 사용할 정도로 힘든 시기는 결국 새로 채용한 아르바이트생이 불러온 인재였다. 시기도 일치했다. 매출 장부를 확인해보니 아르바이트생이 일을 시작하던 무렵부터 꾸준히 감소하더니 3개월 차에 접어들어서는 1천만 원 넘게 줄었다. 동시에 바로 위에 거주했기에 주말이면 늘 보였던 단골도 다시는 오지 않았다.
지금 자리에 매장을 내기 위해 수없이 돌아다녔고 모두가 부러워하던 상권에 들어왔을 때 주변에서 축하했던 모습도 아직 생생할 정도로 열심히 살아왔지만, 한순간 터진 사건으로 용기도 의욕도 믿음도 물거품처럼 사라졌다고 말하는 사장. 허탈한 마음을 간신히 추스르고 정신을 차렸을 때 그가 내린 결정은 ‘폐업 가에 매매하자’였다.
10년 넘게 PC방을 운영했기에 한 번 등 돌린 손님은 사장이 바뀌지 않는 한 다시는 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최악의 상황을 벗어나고자 발버둥을 쳐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빠져나간 단골은 다른 PC방으로 자리를 옮겼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관리 소홀로 인해 불편을 안겨드린 점에 대해 죄송합니다.”라며 사과문까지 올렸으나 다시 돌아온 손님은 일부에 불과했다. 아르바이트가 그만둔 것을 알고서 돌아온 손님도 있었다. 하지만 대다수 손님의 한번 떠난 마음을 되돌리기란 현실에서는 불가능했다.
분했고 속상했고 심란했다고 말한다. 그의 손에는 소상공인 대출을 준비했던 서류가 들려 있었다. 아무것도 모를 시기에는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여겼지만, 현실을 알고 난 이후에는 절대 해결되지 않을 사건이라고 확신했기에 이제는 의미가 없던 서류였다.
이런 줄은 모르고 매출이 급격히 하락하자 시간이 날 때마다 사방팔방 수소문하며 운영 자금 구하기에 매진했던 자신이 원망스러웠다고 말했다. 생활비는 없더라도 아르바이트생 임금은 밀리면 안 된다는 생각에 단 한 번도 지급 일자는 어기지 않고 철저히 지켜왔던 노력도 헛된 게 됐다.
억울하면 민사소송하라? 소상공인 보호는 제도권 밖
매스컴에서는 백날 사장을 갑질하는 캐릭터로 포장하고 반성할 것만을 당부하는 상황이지만 청주에서 발생한 네오PC방 사건은 그 반대다. 영악한 아르바이트생은 갑으로 군림하려 했고 고용주가 노동자보다 우위라는 현행법을 앞세워 더욱 악랄하게 범죄에 가담했다. 조금이라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든 그만둘 수 있었고, 일하다 마음에 안 든다고 그만 가버려도 단 하루 치 수당부터 요구하는 것도 만연했던 분위기다. 그래도 지급하라는 것이 권고사항이다. 피해는 사업주가 감당할 몫이다.
알바천국 CF에서 표현한 그대로 권리만 누리려 하고 정작 의무는 이행하지 않아 그 피해는 수년간 그대로 고용주에게 누적됐다. 업주가 하소연하면 갑질, 알바가 하소연하면 피해. 이러한 분위기에서 상대적으로 열악한 소상공인은 악랄한 아르바이트생의 먹잇감으로 지목됐다. 네오PC방 피해 사례도 마찬가지다. 수개월 간 매출이 줄던 상황에서도 손님의 제보가 이어져서야 문제를 파악하게 될 정도로 깜박 속았다.
소상공인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며 외치던 중소기업은행 CF와 달리 실상은 소상공인은 먹이사슬 젤 바닥에서 아등바등 발버둥을 치며, 손님 눈치 맞추고 아르바이트 비위 맞춰가며 ‘곧 나아질 거야’를 희망하는 형국에 불과했다는 거다. 황금상권에 오픈을 알리고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상황은 점차 나아졌고 그 결실을 간신히 보려 하던 시점에 등장한 아르바이트생 한 명의 만행으로 사업은 다시 원점으로 곤두박질쳤다.
지금은 가장 안 되던 시기보다 더 최악의 상황이다. 그것도 이곳 PC방만 겪는 일이다. 알바생의 만행을 겪은 손님은 다 빠져나간 탓이다. 마음을 돌려보려고 했지만 이미 식어버린 마음을 다시 돌리는 건 불가능했다. 다른 PC방에서 얼마 전까지 늘 다녀갔던 손님을 마주하게 됐다. 찹찹했다.
“한 명의 손님을 단골로 만들기까지에는 몇 날, 몇 달 아니 몇 년이 걸리기도 합니다. pc방 특성상 1년 365일 24시간 계속 영업이에요. 그래서 사람을 채용한 것인데 예상치 못한 대가를 치르게 됐네요. 별것 아니라 여겼을지 모를 청소도 손님 입장에서는 다 알아요. 청소를 한 곳인지, 제대로 관리를 하는 PC방인지. 한 명의 만행 때문에 매장이 문을 닫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바생도 인지하고 책임감을 가져야 합니다. 저 같은 피해자가 없도록요.”
청주 네오PC방 사장님은 말한다. 억울하지만 하소연할 곳도 도움을 구할 기관도 없다고. 그리도 억울하면 민사소송하라며 대수롭지 않게 보는 시선은 그저 억울하다. 수없이 피해를 하소연했지만, 고용주라는 이유로 근로자에 떠밀렸고, 매스컴에서 입금 체불 등의 문제가 불거질 경우 일부 불량사업자의 문제를 전체 문제인 것처럼 싸잡아 매도하던 것이 지금의 사태와 같이 변질했다고 지적했다.
“소상공인이 언제 준비하고 언제 소송해서 피해를 보상받을까요? 그 시간에 당장 생계 걱정하고 일해야 하는데 말이죠. 아르바이트생이 불합리한 처사를 당했다면 당장 두 팔 걷어 올려 노동부도 관련 부처도 나서서 대응하고 제도가 미흡했다면 개정까지 하던데 소상공인이 억울하게 당한 피해는 아주 쉽게 외면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법과 규정에 따라 정직하게 사업해온 대가치고는 너무 무책임하고 가혹한 거 아닌가요?”
문제가 반복하는 PC방. 피해 사업주가 늘고 있다.
이곳만의 사연일까? 청주 시내 다른 PC방에서도 같은 일이 연달아 반복했다. 물론 보상은 하나 같이 못 받았다. 절차도 복잡하고 시간도 오래 걸리고 무엇보다 인식이 ‘사업하다가 똥 밟았다 쳐. 다른 아르바이트생 뽑으면 되지 뭘 그리 집착해’라며 별종이라 여기는 기관의 무책임한 처사에서 넘기 힘든 벽을 마주한 기분이었다고.
무게추가 노동자를 상대로 기울어 균형이 어긋난 사이 사업을 한다는 이유로 사장님 소리 듣는 소상공인의 구제는 심각 단계로 접어들었다. 갈수록 치밀하게 대범하게 진화하는 아르바이트생의 일탈 행위에도 대응할 방법 하나 없으니 매번 사건이 터질 때마다 할 수 있는 조치라면 ‘그만 나와라’만 반복되고 있다. 사법기관에 고발해도 제대로 된 처벌 규정 하나 없기에 합의하라는 권고가 해결책이다.
두 번째 PC방이었기에 더욱 각별하게 운영했던 청주 네오PC방 사장님. 하지만 지금은 폐업을 고민한다.
소상공인이 중요하다고 말하기 전에 소상공인이 소신껏 일을 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마련되지 않는 한 언제라도 같은 일은 반복할 수 있다. 세상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사건 중 피해자와 가해자를 나눌 수 있다면 아무렇지 않은 것은 없다. 갑과 을을 떠나 적법 절차에 따라 가해자는 벌을 받고 피해자는 보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나서는 것이 관련 기관의 책무 아닐까?
같은 문제가 무수히 반복되어도 근절되지 않고 오히려 악용되는 건 이미 제도적으로 계도 가능한 시기가 넘었음을 의미한다. 정직하게 세금을 내고 성실하게 운영했던 사업주의 억울함을 풀 방법이라면 지루한 법정 다툼에 불과했다.
그래도 네오PC방 사장님은 더는 좌시하지 않고 이번 일은 민/형사상 책임을 반드시 따지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문을 닫는 마지막 날까지 이곳을 찾아온 손님께 더는 실망을 안기지 않겠다며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예상치 못했던 매출 감소. 그게 믿고 맡겼던 아르바이트생으로 인한 사건/사고였기에 누구라도 당할 수밖에 없었다. 네오PC방 사장님과 같은 마음으로 오늘도 최선을 다하고 있는 소상공인이 더는 피해를 겪지 않도록 관련 부처가 나서야 할 상황이다. 지금도 늦었지만, 더 늦으면 그마저도 수습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By 김현동 에디터 hyundong.kim@weekly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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