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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화 다이슨 전략, 약발 다해가나?

위클리포스트 2019. 4. 4. 01:29


신뢰의 위기 다이슨, V11로 돌파할까?
무선청소기 V11 컴플리트 발표·개인용 공기청정기 ‘퓨어쿨 미’도 공개




[2019년 04월 03일] - 영국 프리미엄 가전 브랜드 다이슨(Dyson)은 최근 신뢰의 위기를 겪고 있다. 미세먼지를 99.95% 제거한다고 한 공기청정기의 홍보 문구가 허위 과장 광고라는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을 맞았다. 주력 제품인 청소기는 미국 컨슈머리포트부터 ‘추천 제품’ 목록에서 제외당하는 굴욕을 겪었다.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고급스러운 디자인과 앞서가는 기술력을 내세우며 큰 사랑을 받았던 다이슨의 핵심 강점이 흔들리는 시기다.

다이슨이 주춤하는 사이 경쟁자들은 무섭게 치고 올라오고 있다. 무선청소기 부문에선 특히 물걸레 키트를 내세운 LG는 무선청소기 코드제로 A9을 필두로 시장 장악에 성공하며 이의 기세가 꺾일 줄 모르고, 이에 질세라 삼성전자도 1월에 프리미엄 라인업으로 제트 청소기를 공개하면서 양강 구도를 굳혔다. 한국 내 두 기업의 기 싸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공기청정기에선 전통적인 강자 발뮤다가 지난 2월 세계 최초로 한국에 신제품을 먼저 발표한 것도 이례적인 모습이다.

3일 다이슨이 발표한 신제품은 그런 점에서 매우 큰 의미가 있다. 무선청소기 'V11 컴플리트 무선청소기'와 개인용 공기청정기 '퓨어쿨 미' 두 가지 제품을 동시에 발표했는데, 최근 다이슨에 대한 부정적인 이슈를 발생시키고 있던 제품군들이라는 점에서 정면돌파로 해석될 수도 있는 분위기다.

오늘의 다이슨이 있게 한 상징과도 같은 제품군인 무선청소기. 카펫을 청소할 때와 바닥을 청소할 때 각각에 맞는 헤드를 바꿔 끼워야 했던 전작들과 달리, 신제품 V11은 하나의 헤드로 모든 바닥을 청소할 수 있도록 하여 더 편하게 오랫동안 청소할 수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바닥 유형과 관계없이 지능적으로 최적화해 자동으로 청소해준다는 것이다. 이날 발표를 맡은 존 처칠 무선청소기 사업부 부사장은 V11에 탑재된 '다이나믹 로드 센서' 시스템을 통해 브러시 바의 저항을 최대 360번 감지해 카펫이냐 마룻바닥이냐에 따라 흡입력을 조절한다고 밝혔다.


특히 눈길을 끄는 부분은 LCD 화면 탑재다. 기존 다이슨의 무선청소기 모델은 대략적인 사용 시간을 알려주었지만 실제로 사용자가 청소기를 쓰면서 남은 배터리를 확인할 수는 없어 직감에 의존해야 하는 한계가 있었다. V11에 적용된 LCD 화면에는 사용 중인 모드, 남은 사용 시간을 알려주며, 필터 청소 시기를 알려준다.

하나의 버튼으로 일반, 미디엄, 부스트로 변경할 수 있고 한국어를 비롯해 27개 언어를 지원한다. 필터가 제대로 연결되지 않았을 때는 화면을 통해 사용자가 인지할 수 있도록 돕는다. 3개의 디퓨저를 장착해 2개는 공기 흐름을 직선화하고 난기류를 줄여 흡입력을 높이며, 나머지 하나는 소음을 줄여 음향을 개선하는 역할을 한다.

이쯤 되면 냉정히 판단해볼 필요가 있다. 이번 발표를 통해 전작인 V10의 가격 하락은 불가피한 구도인데, 과연 V10을 선택하지 않고 신제품을 구매해야 할 분명한 이유가 있는가 하는 점이다. ▲헤드를 교체할 필요가 없다는 점 ▲LCD 화면이 있다는 두 가지 특징 외에 소비자가 피부로 느낄만한 변화는 없다시피 한 것이 사실이다.

제품이 출시될 때마다 매번 최고의 흡입력이라고 밝히지만 이번 제품의 경우 다이슨이 즐겨 사용하는 ‘숫자’에서도 큰 차이가 없다. 다이슨은 V10보다 V11의 흡입력이 15% 더 강력해졌다고 하지만 모터 회전수는 125,000rpm으로 둘 다 같으며, 가장 강력한 배터리를 사용했다고 하나 최대 60분 사용 시간은 변함이 없다. 정작 기세등등한 모습과 달리 체감적인 변화는 전무한 상황이니 보는 시선 또한 마뜩잖을 수밖에 없다.

물걸레 키트가 없는 것 역시 큰 아쉬움이다. LG 코드제로 A9의 경우, 처음 출시 때만 해도 열광적인 반응을 느끼기는 어려웠으나 물걸레 키트 출시 후 급격히 고객들은 다이슨의 대체재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하나의 청소기로 청소의 시작과 끝을 모두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은 고가 청소기가 고가일 수 있는 ‘자격증’과 같은 역할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경쟁사들의 제품을 포기하고 다이슨을 선택해야 할 당위성을 갖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날 함께 발표된 ‘퓨어쿨 미’ 공기청정기는 한마디로 기존 제품군의 미니 모델이다. 정작 발표에서 샘 버나드 글로벌 카테고리 디렉터는 퓨어쿨 미를 전작들과 비교하며 ‘개인 공간’이란 단어를 수차례 사용했는데, 침대 옆이나 책상 위 정도의 공간 정도에 두는 작은 사이즈의 공기청정기로 보면 된다.

퓨어쿨 미에서 두 줄기로 공기를 분사해 두 공기가 만나 ‘고압 코어’를 형성해 깨끗하고 시원한 공기를 정확하게 분사하는 원리, ‘코어 플로우’ 기술을 내세운다. 공기 흐름의 각도를 정확하게 제어하고, 최대 70도를 회전할 수 있는 것을 주요 특징으로 한다. 헤파필터를 장착해 0.1 마이크론 크기의 입자까지 걸러낼 수 있다고 한다.

침대나 책상처럼 사용자와 매우 근접한 곳에서 사용해야 하므로 다이슨은 음향 설계에 심혈을 기울였다. 다이슨 자체 반 무향실에서 제품을 20cm 거리에 두고 1,000번이 넘는 테스트를 거쳤으며, 주변의 빛을 감지해 내장 LCD의 밝기가 자동으로 조절된다. 기본적인 기능이지만 30분에서 8시간까지 타이머 설정도 가능하다.

다른 제품 대신 퓨어쿨 미를 반드시 구매해야 할 이유가 있는가 하는 데서 의문이 또다시 제기된다. 전 세계인이 알고 있듯이 다이슨 제품은 ‘비싸다’. 이날 다이슨도 수차례 밝혔듯이 그들의 전작은 집이나 방 전체를 깨끗하고 맑은 공기로 개선해 주고 퓨어쿨 미는 내 방만 깨끗하게 해 준다면 고객들은 가뜩이나 비싼 다이슨 공기청정기를 큰 것 하나만 구매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다이슨이 침실, 사무실 같은 친숙한 단어보다 막연한 ‘개인 공간’이라는 단어를 계속해서 사용하는 것도 모호한 포지션 때문이 아니었을까. 작은 오피스텔이나 원룸이라면 선택할 수 있겠으나 주로 20~30대가 주축을 이루는 싱글족들이 40만 원대의 작은 공기청정기를 구매할 확률이 얼마나 되겠는가.

하다못해 우려와 달리 이번 2가지 신제품이 다이슨의 새로운 활력이 되어줄 수도 있다. 다이슨의 제품을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사용자에게는 분명 후회 없는 선택이 될 수 있다. 지금 제기되고 있는 제품에 대한 신뢰 문제도 문구의 진실성, 제품의 내구도에 대한 것이지 성능 자체에 대한 만족도,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는 다이슨만큼 높은 브랜드도 드물다. V11의 상위 모델인 컴플리트는 119만 원, 플러피는 109만 원이며, 퓨어쿨 미 개인용 공기청정기는 45만 원이다. 두 제품 모두 보증기간은 2년이다.

By 김신강 에디터 Shinkang.kim@weekly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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