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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커스 교육 산실’ 부산 동수영중학교 가보니
위클리포스트
2019. 1. 22. 00:30
[2019년 01월 22일] - 오바마 전 美 대통령이 촉발한 ‘코딩교육’ 열풍 속에서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당장 중고등학교는 정보 과목을 체감으로 받아들이고 연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 2018년을 기준으로 모든 중학교에 정보 과목이 정규 교과과목에 편성되면서 연간 34시간 의무교육이 도입된 탓이다. 주 1시간꼴이다. 하지만 여전히 현장은 혼란스럽다. 당장 어디서부터 가르쳐야 할지도 애매하다는 소리가 들린다.
그런데 예외인 학교가 있다. 예전부터 2학년은 주 1시간, 3학년은 주 2시간씩 총 102시간을 의무적으로 배우고 있는 학교다. 무려 의무적으로 정한 교육 시간의 3배를 자발적으로 가르치고 있는 셈인데, 바로 부산에 있는 동수영중학교다. 단연 돋보이는 이곳만의 경쟁력은 미래첨단 선도 시범학교에 선정과 무한상상실, 창의공작실 등의 다양한 공간과 전 학교 내 무선 인터넷망에서도 목격됐다.
윤규식 학교장 아래 전 교직원이 일찍이 SW교육의 중요성을 인식, ‘누구나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동수영 SW교육’을 주제로 다양한 방과후학교 프로그램과 체험활동을 운영한 것이 오늘날 시대상이 원하는 인재양성의 산실로 거듭난 것이다.
“우리 학교도 시행착오가 꽤 있었습니다. 처음부터 프로그래밍 교육을 하고 시험을 쳤더니 학생들이 외웠던 답을 그대로 쓰더군요. 응용은 전혀 되지 않는 주입식 교육이 되고 있었습니다. 이건 아니다 싶어 프로그램의 틀을 완전히 바꿨습니다. 철저히 언플러그드 교육을 먼저 시행합니다. 결과를 예측하고, 오류를 찾고, 버그를 찾고, 수정하는 학습지 활동을 먼저 하는 것이죠.”
외우는 프로그래밍 교육 의미 없어
언플러그드 교육으로 예측할 수 있는 능력 배양
그렇다면 어떻게 해결한 것인가? 동수영중학교에서 정보 교육을 총괄하고 있는 서형수 교사의 말이다. “학생들의 창의성 증진이라는 과제를 언플러그드 교육으로 풀었습니다.” 명령어를 쓰기 전에 몸으로 체험해보기, 네트워크의 원리를 알기 위해 광섬유를 직접 잘라보기 등 살아있는 교육을 경험하며 학생도 코딩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원리를 알지 못하면 프로그래밍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소신도 주효했지만, 학교 측 또한 이의 의견을 받아들이고 지지하면서 효과는 배가됐다.
실력은 어느 정도일까? 학생이 자발적으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거나 간단한 프로그램을 만들어낼 정도가 됐다. ‘제1회 소프트웨어 교육 페스티벌’에서 최우수상을 받았고, 2박 3일 동안 참여하는 ‘2017 부산 해커톤 대회’에서 대상 수상 이력은 일부에 불과하다. 최근에는 학생들이 직접 게임 앱을 만드는데 그치지 않고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론칭하기도 했다. 당장 현장에 투입해도 될 정도의 수준에 이른 셈이다.
학생들이 만든 대표작인 스마트 자전거, 스마트 미러는 동수영중학교가 강조하는 메이커스 교육의 결과물이다. 스마트 미러는 음성 인식으로 작동하는 IOT 기술을 도입해 거울에 사전에 설정해 둔 스케줄이 나타나는 제품이다. 스마트 자전거는 자전거를 탈 때 헬멧의 기울어짐을 감지해 자이로센서가 작동, 자동으로 깜빡이를 켜주는 안전도구다.
모든 교육에 ‘소통’ 강조
VR, AR 체험교육의 원년 될 것
동수영중학교만의 특별한 무엇이 느껴졌다. 서 교사가 동수영중학교의 정보 교육을 진행하며 특별히 심혈을 기울이는 부분은 대단한 기술이나 프로그램이 아닌 ‘소통’이다. 한창 예민하고 트렌드에 민감한 학생들을 위해 눈높이에서 소통해야 원활한 교육이 가능하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학생들의 관심사에 공감하는 일이 쉽지는 않지만, 일부러 유튜브도 많이 보고 개인방송도 본다.”며, “원래는 게임을 하지 않았는데 소통의 중요성을 깨우치면서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를 누리는 게임에도 관심을 두게 됐다.”
한편, 4차산업혁명이 쟁점이 되면서 메이커 교육 바람이 거세다. 이는 교육부에서도 강조하는 부분이다. 동수영중학교에는 소프트웨어 개발교육은 기본이고, 무한상상실과 창의공작실을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은 3D 프린터를 사용해 물체를 직접 잘라보고 뽑아보며 미래 사회에 꼭 필요한 맞춤형 인재로 성장하고 있다. 핸드샌더(hand sander), 우드 버닝기 등 타 학교에서는 접할 수 없는 시설은 이곳만의 자랑이다.
서형수 교사는 “올해부터는 완전한 무선 인터넷 환경에서 2개 학급이 동시에 수업할 수 있게 된다.”며, “실질적인 VR, AR 체험을 하게 될 공간이라 교사와 학부모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기대도 매우 높다”고 소감을 밝혔다.
〈서형수 교사와 3학년 최호영, 1학년 김영민 학생과 1문 1답〉
Q. 어린 나이에 개발에 뛰어든 계기가 무엇인지?
A. (최호영 학생) 개발은 어릴 때 잠깐 관심을 가졌는데 어디서 배우는지, 어떻게 배우는지도 몰라 관심에서 멀어졌다. 동수영중학교에 오니 다양한 프로그램이 잘 되어 있어서 좋았다. 문제해결 능력을 키울 수 있다는 게 매력이다. 단순히 개발에서 끝이 아니라 다른 과목에 접목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수학이 어려웠는데 프로그램의 알고리즘을 이해하니 원리를 파고드는 훈련이 되면서 성적도 올랐다.
(김영민 학생) 게임을 하다가 우연히 동영상 편집에 관심을 두게 됐다. 가볍게 시작했는데 방과 후에도 계속하게 됐다. 무엇인가를 해결하고 싶을 때 바로 만들 수 있다는 게 매력적인 것 같다.
Q. 개발과제는 어떻게 정하고 진행하는지?
A. (최호영 학생) 생활 주변에서 무엇이 불편한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진다. 1주일 정도의 토론을 거쳐 주제를 정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알고리즘을 처음에 구상하는 것이 굉장히 도움이 된다. 산출물을 계속 서로 점검해가면서 완성도를 높여 나간다.
Q. 활동하는 학생들이 남학생으로 편중된 인상이 있다.
A. (서형수 선생님) 안타깝게도 사실이다. 물론 무한상상실이나 창의공작실에는 여학생들이 더 많기 때문에 각자 잘할 수 있는 분야를 하는 게 맞는다고 생각하지만, SW교육은 정말 미래의 기초가 되는 중요한 분야기 때문에 남녀와 관계없이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Q. 어떤 꿈을 갖고 있는가?
A. (최호영 학생) 과학자가 꿈인데, 소프트웨어 개발과 관련해 장관상도 받으면서 고등학교도 이쪽으로 가볼까 생각하고 있다. 소프트웨어뿐 아니라 하드웨어 쪽에도 관심이 많아서 다양하게 공부해보고 싶다. 엔지니어 분야도 매력 있는 것 같다.
(김영민 학생) 로봇 엔지니어를 비롯해 하드웨어가 관심이 많이 간다. 컴퓨터를 뚝딱 고치는 사람도 매력 있고, 기계나 목공 쪽도 관심이 많다. 손으로 하는 것들은 다 재미있다.
By 김신강 에디터 shinkang.kim@weekly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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