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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설탕 사업으로 이룬 정경유착, 부정부패로 자본을 축적하다
위클리포스트
2019. 1. 7. 00:41
[2019년 01월 07일] - 모두에게 경악을 금치 못하게 만드는 갑질 논란이 극으로 치닫고 있다. 부를 권력 삼아 덜 가진 자를 약탈하고 강제하여 희망을 포기하게 만드는 풍토에 여론은 분노하고 다시는 똑같은 일이 번복되지 않기를 외쳤다. 하지만 원성은 그때뿐이지 시간이 지나면 원점으로 돌아가기를 반복하고 있다.
국적 항공사가 땅콩 항공이라고 불리는 작금의 실상과 젊은 청년이 어두운 공장 한편에서 억울한 죽임을 당하는 형국은 다를 게 없다. 비단 한국에서만 이럴까? 대기업의 갑질은 해외에서는 더 악랄하게 자행됐다. 백창훈 씨는 현재 설탕 유통으로 모두가 알만한 S그룹을 상대로 억울함을 하소연하고 있다. 하지만 누구 하나 그의 말에 귀 기울여주지 않고 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백씨. 어떠한 사연인지 들어봤다.
한때 인도네시아에서 잘나가는 사업가로 모두의 부러움을 사며 성공 가도를 달리던 백씨. 하지만 지금 그에게 주어진 것은 작고 허름한 사글세 단칸방에 불과하다. 제대로 항변할 기회 한 번 주어지지 않고 눈앞에서 평생을 바쳐 일군 터전을 힘없이 빼앗긴 것도 부족해 가족과는 생이별을 당했고, 모두의 관심에서 벗어난 상태로 자국도 아닌 타국 구치장에 갇혀 3년이라는 긴 세월을 보냈다.
억울함을 아무리 하소연한 들 돌아오는 것은 권력을 앞세운 협박과 합의 그리고 함구할 것을 종용하는 입막음. 하지만 응하지 않았고 결국 S그룹은 정상적인 거래만 고수해온 백씨를 상대로 치밀하게 범죄를 공모하고 늦은 밤 그가 있던 사무실에 조직폭력배를 보냈다. 이후 백 씨가 수사기관에 긴급 체포되어 구치소에 갇히기까지 채 하루가 걸리지 않았다.
이대로 당할 수는 없었기에 변호사도 선임해 대응했지만, 인도네시아 검경은 한 발도 물러나지 않고 A4용지 서너 장에 적힌 ‘혐의 내용을 인정한다.’는 서류에 서명할 것을 강요했다. ‘설마’ 했던 의심이 점점 현실이 되던 그 순간. 1심에서 유죄, 2심에서 유죄, 3심까지 모두 유죄로 일관한 판사의 목소리는 아직도 생생하다.
제대로 된 진술도 제대로 된 수사도 이뤄지지 않고 졸지에 먼 타지에서 범죄자가 된 백씨. 유일하게 백 씨가 본 것은 서명을 강요한 서류에 불과했다. 변호사가 제출한 모든 증거자료는 거부당하고, 심지어 진술조서도 일절 반영하지 않았다. 전 세계에서 가장 부정부패가 심각하기로 유명한 인도네시아. 그 나라에서 한국의 대기업과 사업을 했다기로서니 자신이 희생양이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던 일이다.
“설탕 유통으로 성장한 바로 그 기업입니다. 대기업 S 사는 인도네시아에서 돈을 앞세워 현지 변호사를 매수했고, 정관계 핵심 관계자도 같은 편으로 만들었고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심지어 공문서까지 정교하게 위조했어요. 이 한 가지만 따지면 모든 것이 풀려요. S 사가 회계사를 고용해 합작법인에 발령하고 모든 회계 업무를 진행하도록 했는데, 제가 개입하면서 문제가 되도록 해놨어요.
더 기가 막힌 것은 사건이 일어나기 직전 예고 없이 회계담당자를 보직 해임하고 한국으로 불러들인 거예요. 사건의 핵심 당사자는 제대로 된 조사 한번 받지 않고, 심지어 인도네시아 당국은 그를 불러들이지도 않았고 그가 한국 수사관에게 한 거짓된 진술에만 의존하고 있어요. 오간 이메일에도 다 담긴 내용임에도 거짓된 진술을 믿은 거죠. 분명 앞뒤가 안 맞는데 모든 혐의는 제가 혼자 한 것으로 불리하게 조작되어 구속 수감되었습니다. 줄 곳 ‘아니다’라고 항변했습니다. 그럴수록 제게 더욱 불리하게 전개되었습니다.”
변호사 曰“여기 있으면 위험하니 일단 피해라”
몸뚱이 하나만 간신히 챙겨 한국행 비행기를 타다.
하소연할 곳 하나 없이 한순간에 도피자가 되다.
인도네시아에서 범죄자가 된 그는 어떻게 한국에 돌아온 것일까? 현재 자력으로 너덜너덜해진 삶을 회복할 방법은 요원해 보였다. 게다가 수감 중 불치병까지 얻으면서 더욱더 힘겨운 상황. 정부에서 나오는 지원금에 의존한 채 시간이 지날수록 몸이 굳어져 가는 불치병과 싸우고 있는 사이 지옥 같은 3년간의 수감생활은 수시로 악몽처럼 떠올라 백씨를 괴롭혔다.
이 상황에서 그에게 비참한 심경을 안긴 것은 조사 기간 중 단 한 번도 들어주지 않던 인도네시아 정부의 차가운 외면이 아니다. 작은 희망이라도 매달리고 싶었기에 기댄 한국 대사관이다. 하지만 자국민의 말에 귀를 기울여 주겠지라는 기대는 무참하게 깨졌다. 한국 대사관조차도 합의할 것만 수차례 종용했다. 심지어 수감 중 면회 간 인도네시아 한국 대사관 담당자와 한국에서 파견 나온 수사관에게도 억울함을 하소연했으나 단 한 번도 사실관계 확인 없이 그저 S그룹 대변에만 열을 올렸다.
과연 그 당시에 S그룹이 원하는 대로 모든 것을 포기한다는 내용에 서명한다면 백 씨는 아무 일 없던 당시로 돌아갈 수 있었을까? 분명한 따져봐야 할 핵심이라면, 합의할 경우 백 씨가 수년간에 걸쳐 인도네시아에서 일궈낸 모든 재산과 사업권도 한순간에 S 기업에 넘어간다. 한마디로 합의를 앞세운 협박 문서에 서명할 것을 강요한 내용인 셈이다.
“저를 면회 간 인도네시아 대사관 관계자와 수사관은 한 마디로 모욕적이었습니다. 자국민은 억울하다고 제대로 이야기 좀 들어달라고 하소연하는데 단 한 번을 들어주지 않았어요. 오히려 ‘넌 범죄자이니 S그룹이 요구하는 내용에 합의해라’는 것이 그들이 나를 찾아온 주요 골자입니다.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합자 법인을 설립하고 더 나은 꿈을 꾼 것이 잘못된 것인가요? 면회라는 구실로 저를 찾아왔지만, 제가 받은 느낌은 제가 딴짓을 못 하도록 감시하는 것 같았어요.” 백씨는 당시 느낌을 이렇게 표현했다.
수감 생활을 끝내고 억울한 사연을 페이스북을 비롯한 인터넷에 올렸다. 하지만 엄연히 본사가 한국에 있던 S그룹은 한국인이던 백 씨를 인도네시아에 명예훼손이라는 죄명으로 또다시 법적 대응을 감행했다. 한국과 함께 명예훼손죄를 인정하는 인도네시아는 고소가 이뤄지면 사건 당사자를 일단 억류하는데, 당시 백 씨는 억류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장기간에 걸친 수감 생활로 건강도 악화하였고 동시에 이미 모든 재산을 S 기업에 빼앗긴 상태이기에 수중에 돈이 없었기에 더는 대응이 불가능했다. 설령 수감이 이뤄질 경우 부정부패가 만연한 인도네시아는 매월 수감자가 내야 할 비용이 200만 원을 넘기기에 이 또한 문제였다. 당시 변호사가 “억류당한 이후 S그룹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니, 당장 한국으로 가는 것이 좋다.”라고 떠날 것을 귀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렇게 돌아온 한국. 간신히 도착한 후 억울함을 풀고자 국민 신문고에 수시로 청원을 올렸지만, 매번 외면당했다. 그리고 지난 박근혜 정부 당시 딱 한 차례 연락 온 것이 다였다. 물론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나의 억울함을 풀려고 왔는데, 조국도 나를 외면했어요. 인도네시아는 부정부패로 어떠한 조사도 하지 않고 나를 범죄자로 만들고, 한국에서 나의 억울한 사연을 풀고 싶어 하소연했지만, 그 누구도 들어주지 않아요.”
그러던 백 씨는 얼마 전 TV를 보다가 끔찍했던 당시를 다시 떠올려야만 했다.
한동안 잊혔다고 여겼던 수사관이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수사기관 고위직이 되어 TV에 나왔던 것. 자국민이 인도네시아에서 억울하게 구속 수감되어 도와달라는 내용을 하소연했음에도 손 한번 써주지 않고 대기업 편을 들어주며 지켜만 보던 그가 국민의 세금으로 저렇게 호의호식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분통이 터졌다.
단지 대기업과 합자 법인을 만들고 같이 사업을 하다가 대기업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이유로 누명을 쓰고 나락으로 떨어진 자신은 모든 것을 빼앗기고 불치병에 걸려 억울함을 하소연하는데, 이렇게 만든 사건 당사자인 S그룹은 지금, 이 순간에도 빼앗은 인도네시아 자산을 가지고 호의호식하고 핵심 주동자 또한 아무런 책임 없이 잘살고 있다는 생각에 억장이 무너졌다.
평생을 일군 모든 것을 초토화한 지난 5년. 촉망받던 젊은 사업가는 굴지의 대기업이 내세운 사탕발림 단어 ‘상생’ 하나만 믿고 인도네시아 합자 법인을 설립했지만 불과 2년을 못가 부와 명예 그리고 가족까지 모든 것을 잃었다. 그가 인도네시아에 갇히면서 하나뿐인 아들과 연락도 끊겼고 현재 행방조차 묘연한 상태다. 잃어버린 5년. 어디에 하소연해야 하고 어떻게 보상받아야 할까? 분명한 건 S그룹을 상대로 개인이 대응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By 김현동 에디터 press@weekly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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