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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적 이직자의 고백, 직업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위클리포스트 2018. 12. 7. 14:23


습관적 이직자의 고백, 직업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좋아하는 일을 하라? 내가 좋아하는 게 뭔데?




[2018년 12월 07일] - 직업을 가진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 필자가 느낀 대한민국은 졸업, 병역, 결혼, 출산을 한 사람의 인생에서 마치 당연한 과정처럼 종용하고 강요하는 사회처럼 보인다.

취업도 비슷한 요소가 참 많지만, 생존의 문제라는 점에서 약간 결이 다르다. 결혼하지 않으면, 군대를 다녀오지 않으면 인생을 살아가는 데 조금 불편할 수는 있지만, 생사의 기로에 서지는 않는다. 사회가 당연한 듯 강요하는 것 중에 가장 피할 수 없고, 피하면 곤란해지는 건 바로 취업, 직장이라는 무대다.

생존에 필수인 직업이 위협받은 지 오래다. 청년취업률은 2018년 7월 기준 43.6%로 절반에 미치지 못하고, 100세 시대를 맞은 때에 60세 이상의 취업률도 41.6%에 그치고 있다. 청년 실업자는 40만 명을 훌쩍 넘었다.


좋아하는 일을 하라?
내가 좋아하는 게 뭔데?


1인 미디어 시대가 열리면서 유튜버, 인플루언서 등 새로운 직업들이 등장했고, 스펙이 업무 성과와 반드시 비례하는 것은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한 것은 사실이다. 취업의 길이 다양해진 것처럼 보이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세상이 변한 것이지 한국을 둘러싼 교육 환경 전반이 바뀐 것은 아니다.

대한민국 국민은 대부분 만 19세가 될 때까지 ‘취향’이라는 것을 모르고 산다. 똑같은 교육을 받고, 점수로 줄 세우기를 하며, 공부를 잘하느냐 못하느냐가 착한 학생 나쁜 학생을 가르는 기준이 된다.

점수에 맞춰 배치기준표를 보고 적당한 대학과 학과를 선택한다. 내가 무엇을 잘하고, 무엇을 좋아하는지 생각해본 적이 없는 채 성인이 되니 대학교 1학년은 방황이 당연한 수순이다. 안타까운 것은 그 방황이 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을 한 이후에도, 심지어 부모가 된 이후에도 계속되는 경우가 많다. 그냥 ‘살아지는 대로’ 사는 사람이 많다.


어느 정도 자리가 잡히면 내가 살아왔던 역사를 그대로 자녀에게 이식한다. 직업이 행복의 수단이 아니라 생계의 수단에 그치는 근본적인 이유는 여기에 있지 않을까. 우리는 생각에 맞추어 일을 하는 게 아니라, 일에 맞추어 생각하는 것이 익숙하다. 그러면서 점점 수동적인 직장인이 되어가고, 나아가 인생 전체에서 수동적으로 된다.


당신을 잃어가는 동안,
대체재의 하나가 될 뿐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이런저런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핵심은 ‘자동화’다. 기술의 발달로 사람이 하던 일의 대부분을 기계와 코드가 대체하게 되는 것이다. 요즘 식당이나 커피숍을 가 보면 캐셔를 두지 않고 무인결제 시스템으로 대신하는 경우가 급증하고 있다. 인건비보다 시스템 사용료가 저렴하니 업주 입장에선 당연한 선택일 것이다. 아르바이트 자리가 줄어드는 건 아주 사소한 수준의 변화다. 이제 시작일 뿐이다.

3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자신’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고 비슷비슷한 사람의 하나로 자란 많은 사람은 이 변화 속에 기계보다 자신이 필요한 이유를 자신 있게 말하지 못한다. 실업률이 높아지는 것은 사회 외부적인 요인도 크지만, 내부적으로 곪아가고 있는 것이 더 큰 원인일지 모른다.

‘다들 그렇게 살아’.

우리는 부모로부터, 친구로부터, 심지어 드라마나 영화로부터 이 말을 수도 없이 듣고 산다. 머지않아 이 말은 ‘다들 그렇게 죽어’와 다르지 않은 말이 될 것이다. 이미 오래전에 시작됐는지 모른다. 세상이 원망스러워도 우리는 ‘나’를 찾는 노력을 해야 한다. 취업, 이직은 여기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나’를 찾아낸 사람들,
그리고 행복이라는 키워드


아나운서 출신인 손미나 씨. 그는 KBS의 간판이었다. ‘도전! 골든벨’, ‘VJ특공대’, ‘사랑의 리퀘스트’ 등의 호스트였고, ‘KBS 뉴스 9’의 앵커이기도 했다. 잘 나가던 그는 2008년 돌연 프리랜서를 선언하고 여행작가로 변신해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다양한 에세이를 출간해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고, 허핑턴포스트 코리아 편집장, 인생 학교 교 교장, 손미나앤컴퍼니CEO이기도 하다.

필자는 화려하게 성공한 손 씨의 커리어 때문에 이 사례를 들고 온 게 아니다. 그가 밝힌 KBS를 떠난 이유 때문이다. 2012년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그는 “아나운서 생활을 하며 ‘행복하냐’는 질문에 거짓으로라도 행복하다는 대답을 하지 못하겠더라. 그래서 퇴사를 했다”고 말했다.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라이프’의 이수연 작가. 그가 ‘비밀의 숲’으로 소위 대박이 났을 때 뛰어난 필력과 촘촘한 구성으로 중견작가라는 루머가 돌 정도였지만 그는 직장인이었다. 회사에 다니다가 돌연 퇴사를 하고 도서관에 다니면서 혼자 습작 생활을 했고 ‘비밀의 숲’을 8회 차까지 썼을 때 방송 편성이 확정되며 데뷔를 한다. 그가 말하는 퇴사 이유도 지극히 간단하다. ‘행복하지 않았다’


‘나’를 찾는 과정,
늦은 만큼 치열하게


필자의 첫 직장은 은행이다. 나름 대한민국에서 가장 안정적인 직장에 속하고 선호하는 직업이다. 3년을 채 다니지 않았는데 전혀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래서 퇴사했다.

그런데 손미나 씨나 이수연 씨와 필자가 다른 점은 ‘나’를 찾는 데 게을렀다는 것이 아닐까 하는 반성이 든다. 필자는 광고대행사, 기자, 국회 등 충동적으로 이직하기 시작했다. 30년 넘게 ‘나’를 찾지 않다가 깊이 들어가기가 두려웠다.

업무적으로 전혀 연결고리가 없는 회사들을 옮겨 다녔으니 그것도 능력은 능력이라고 우스갯소리를 던져두던 이들이 있었지만, 돌아보면 아쉬운 기간이다. 바꿔 생각해보면, 나에게 집중하는 것은 그만큼 또 어려운 일일지도 모른다. 번듯하게 취업해도 얼마 지나지 않아 퇴사하는 사람들을 많이 본다. 내가 원한 건 이런 게 아니라고, 변화 없이 반복되는 삶은 싫다고 이야기한다.

조심스럽게 묻고 싶다. 당신이 원하는 삶은 무엇입니까?

이 물음에 망설임 없이 구체적인 답이 나올 때 이직을 하라고, 직장을 구하라고 권하고 싶다. 물론 난 그렇지 못했다. 준비없이 퇴사를 했고, 아직도 찾아가는 과정에 있다. 작은 사업체를 운영하며 헤맨 기간도 제법 길어서 남의 돈을 받을 때보다 삶의 질도 떨어졌다. 그런데도 후회한다고 하지 않는 것은 늦게나마 ‘나’에게 몰입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너무 늦었어도, 더 늦지는 말자

이직을 고민하는 이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은 지금 직업에서 갖는 불만을 보기보다, 그 불만이 없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즉, 현상보다 대안에 집중했으면 하는 것이다.


‘나’를 찾는 일은 경험상 매우 어렵고, 설령 찾더라도 잃을 것이 많을수록 그 길로 가기는 어렵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러나 자기 확신 없는 변화는 위험하기만 할 뿐 행복과는 거리가 멀 확률이 높다.

어차피 이 나라에 태어난 이상, 스스로 깨닫지 못했으면 최소한 20년은 부모와 세상의 기대에 맞춰 우리는 살아왔다. 당신이 몇 살이든, 얼마가 있든 먼저 ‘나’를 찾아보자. 어려워도 집중하자. 취업이든, 이직이든, 사업이든 우리는 돈을 벌어야 한다. 이왕이면 행복하게 벌자. 누구도 대신 벌어주지 않는다.


By 김신강 에디터 merrybunn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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