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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블록체인’이 막연하고 지루한 당신에게 드리는 초보자의 고언
위클리포스트
2018. 10. 29. 02:02
[2018년 10월 29일] - “비트코인, 그거 사기라던데?”
필자가 ‘비트코인’이란 단어를 처음 들은건 올해 초쯤이었던 것 같다. 블록체인이니, 가상화폐니 하는 단어는 ‘게임머니’만큼이나 막연한 신종 사기쯤으로 들렸다. 오랜만에 통화한 대학 때 친구는 필자에게 말했다.
“요즘은 비트코인만 들여다보고 살아. 이게 알고보면 별거 아니거든. 조금만 공부해보면 쉬워. 죽어라 일하는 것보다 이게 훨씬 나아. 너도 괜히 사업한다고 고생하지 말고 이거나 해.”
그 친구가 그 이후로 돈을 벌었는지, 잃었는지는 알지 못한다. 유시민 작가가 공중파 토론에 나와 ‘사기’라고 단언할 때는 ‘그것봐, 역시’쯤으로 들었고, 돈을 벌었다는 사람이나 돈을 잃었다는 사람이나 한심하게 느껴졌다. 지나가는 유행쯤으로 여겼다.
코인 하나를 보지 말고 기술을 보아야 할 때
“위험한 투자상품. 잘못하면 패가망신하는 21세기의 新 사기극”
확신하건대 여전히 대다수 국민들의 정서는 이 정도일 것이다. 그러나 국민적 광풍이 일었던 봄을 지나고, 블록체인이 화폐가 아니라 하나의 기술이며, 기존의 중앙집권화된 금융시스템의 위험성을 해결해보고자 나타난 새로운 시스템이고, 일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요소가 많다는 인식이 점차 퍼지며 색안경이 조금씩 벗겨지고 있는 것은 분명해보인다.
US뉴스앤월드리포트가 선정한 전 세계 상위 50개 대학 중 21개 대학이 블록체인 관련 강좌를 개설했고, 그 중 가장 많은 강좌를 개설한 대학은 우리에게도 익숙한 미국 스탠퍼드대학이다. 싱가포르는 정부가 발 벗고 나서 블록체인에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은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블록체인에 가장 앞선 국가로 꼽히는 에스토니아 대통령을 만났고, 하태경 의원은 ICO와 암호화폐 거래소 합법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10월 초 스위스 취리히에서 ‘블록체인 도시 서울 추진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 쯤되면 블록체인을 ‘비싼 비트코인’, ‘이더리움이란 것도 있다던데’ 하는 수준은 넘어야 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
우리가 당장 피부로 느끼는 것보다 블록체인 기술은 훨씬 가까이 와 있다. 금융서비스의 대안 정도가 아니다. 호텔, 리조트 등의 상업용 부동산, 패션 유통, 물류 등을 중심으로 생태계를 만들려는 시도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숙박 플랫폼 야놀자는 ‘테라’ 기반의 블록체인 결제를 통해 수수료를 낮추고 이용자들에게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고, 교보생명은 ‘보험금 자동청구 서비스’에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해 시범 운영하고 있다.
블록체인 업계의 화두는 ‘상용화’에 있다. 유시민 작가가 코인 시장에 일갈하며 던졌던 한 마디, “코인으로 물건 살 수 있는가?”에 대한 답을 내놓고자 하는 노력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새로운 코인이 범람하면서 투자자들도 코인의 가치를 냉정히 따지기 시작했고, 그 중요한 기준점이 상용화의 여부와 그 범주에 있기 때문이다.
최근 상용화에 가장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이고 있는 코인 중 하나가 ‘리텀(returm)’이다. 이더리움 기반으로 만들어졌으나 보다 뛰어난 직관성을 발판으로 한 달만에 4만 건의 거래를 돌파했다.
리텀코리아의 조영근 대표는 “패션 쇼핑몰, 광고 플랫폼, 대출 등의 서비스를 리텀의 생태계 안에서 실제로 이뤄내는 서비스를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플레로게임즈’는 국내 게임 업계 최초로 가상화폐 ‘픽시코인’을 도입했다. 쇼핑몰 물류대행 서비스 업체인 ‘하이QLS’ 역시 글로벌화 하는 과정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할 예정이다.
투명화되고 있는 시장..규제 완화 목소리 높아
‘비트코인’만큼은 아니지만 올 여름을 강타했던 또 하나의 키워드는 ‘ICO(Initial Coin Offering)’, 즉 ‘가상화폐공개’다. 기업공개인 ‘IPO’처럼 사업자가 블록체인 기반의 암호화폐 코인을 발행하고 이를 투자자들에게 판매해 자금을 확보하는 것인데, IPO에 비해 불투명한 기준이나 규정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합법화가 되어있지 않다. 무분별한 우회 ICO로 피해를 보는 사례도 분명히 있다.
때문에 급부상하고 있는 것이 바로 ‘IEO(Initial Exchange Offering)’, 거래소공개다. 이는 암호화폐거래소가 직접 나서 암호화폐 자금을 모집하고 공개까지 대신 해주는 시스템이다. 한 번의 검증을 거래소가 더 거쳐주기 때문에 신뢰도가 높아지는 장점이 있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규제 완화 목소리가 높아지며 유력한 대안으로 손꼽히고 있다.
최소한 알고는 있어야 할 분야..외면 말아야
이제 중요한 것은 필자와 같은 일반인들이 ‘시장을 보는 눈’을 키우는 것이다. 부동산이나 주식처럼 긴 안목과 전망을 갖고 가치있는 코인과 가치없는 코인을 골라내는 능력을 키워야 할 때가 됐다. 블록체인 기술은 국가 간의 환율 리스크를 없애고, 생태계 내에서 공정한 거래가 일어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그 기술은 엄연한 사실이고 실용화 가능하다. 거래하는 방법과 원리를 아는 것은 물론이고, 개별 코인의 비전과 흐름을 공부해야 한다.
물론 강요는 아니다. 그러나 필자가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시스템은 사기가 아니고, 기술도 기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가상화폐가 가져올 실생활의 변화는 생각보다 대단히 빨리 찾아올 수 있다. 준비는 해야 하고, 토론이 가능한 수준은 만들어둬야 귀에 따갑도록 들리는 막연한 ‘4차 산업혁명’의 참가자가 될 수 있다. 마냥 외면만이 능사가 아니다. 이는 필자 본인에게도 하는 얘기다. 남의 얘기가 아니다.
By 김신강 에디터 merrybunn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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