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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증 해소엔 물 대신 커피(?!) 우리 몸은 말라간다.
위클리포스트
2018. 9. 1. 03:19
[2018년 09월 01일] - 한 걸음만 떼었을 뿐인데…. 숨이 턱까지 막혔다.
약속이 잡혀서 학동역 방향으로 향했다.
당시 온도계는 34도를 가리켰다. 체감 온도는 40도를 가뿐히 뛰어넘었으렷다. 용가리 통뼈가 아닌 이상 땀이 송골송골 맺히다 못해 주르륵 흐르는 것이 극히 정상적인 반응인 상황이다. 저절로 커피가 당겼다. 쌉싸름한 맛에 카페인의 각성 효과는 지친 몸과 정신을 아주 빠르게 정상으로 되돌려 줄 거란 믿음이 있었다. 이 효과 덕분에 대한민국이 그토록 커피에 사로잡혀 사는 게 아닌가 싶다. 바야흐로 커피 공화국으로 자리매김한 배경은 이날 나의 정신을 수없이 들었다 놨다 하며 뒤흔들었다.
커피숍을 찾기 시작했다.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100m 간격도 안될 정도로 다닥다닥 펼쳐진 커피로드. 모든 브랜드가 돌아가며 영업권을 두고 경쟁이 벌어지고 있던 현장이다. 강남의 커피 촌극은 그야말로 박 터지는 전쟁터 그 자체의 현실판이었다. 앞으로 30분은 더 걸어야 하는데, 일단 차가운 뭔가라도 있어야겠다 싶어 브랜드 없는 매장에서 아이스커피 한잔을 시켰다. 가격은 4000원. 들이키려는 욕심에 얼음 제외로 주문했다.
밖으로 나와 한 손에 들고 차가운 기운을 느끼며 걷기를 십여 분 했을까! 커피는 금세 바닥났고. 저 멀리에 유독 특이한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이디야 본사에서 운영한다는 이디야 팩토리였다. 무작정 들어가 아이스티 한잔을 시켰다. 영수증에 찍힌 금액은 같은 4,000원. 어림잡아 10분도 안 된 사이에 음료 두 잔이 교대로 손을 거쳐 갔다. 그래서 갈증 해소는 요원했다. 땀인지 커피인지 혹은 아이스티인지 한 방울 맺혀 떨어지는 것을 넘어 줄줄 흐를 지경에 달했다.
"그래 커피는 역시 스타벅스지" 학동사거리에 도착한 즉시 눈에 뜨이는 스타벅스에 들어가 커피 한잔을 더 주문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이요" 이번에는 5천 원이 찍혔다. 아무래도 원두를 좋은 품종을 사용하는 까닭에 비싼 것이 아닐까? 라는 심정으로 비싼 가격도 당연하다는 합리화를 외쳤다. 물론 들이키는 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원래 이렇게 양이 적은 것인가 혹은 날이 더워서 이렇게 음료가 당기는 것인지 알 길은 없으나 여전히 목을 말랐다.
한 블록을 지나는 가운데 약 1시간 동안 섭취한 카페인 음료만 1만 3천 원 어치다. 한국인의 1인당 커피 소비량은 연간 약 200잔에 달한다고 한다. 아무리 안 마셔도 하루에 한 잔 이상은 마시는 꼴이다. 물론 전체 평균이니 커피를 마시지 않는 이를 고려하면 실제는 이보다 몇 배로 더 마시는 셈이다. 피곤해도 마시고, 졸려도 마시고, 집중이 필요하면 마시고 그야말로 물처럼 들이켰다. 오죽하면 커피 공화국이라는 말이 나왔을까!
카페인(caffeine) 과다 섭취, 몸에는 이상 없나?
과연 이렇게 마셔도 사람의 몸에는 이상 없는 것일까? 분명한 것은 요즘 같은 무더위가 기승을 떨치는 날씨에는 평균적인 섭취량인 데다가 더 많이 마시는 이도 널렸다. 아예 커피를 물처럼 가지고 다니며 입에 달고 사는 직장인도 쉽게 접할 수 있다. 우리가 커피를 찾는 것은 카페인의 각종 효과 때문이다. 생산성을 중요히 여기는 기업 문화 특성상 쉬지 않고 일하는 것을 당연시하는데 카페인 특유의 빠른 흡수와 동시에 발현되는 효과는 정신이 번쩍 들게 한다.
적당히 섭취하면 중추신경계와 신진대사를 자극해 피로를 줄이고 집중력과 긴장 상태를 유지하는 데 이보다 좋은 약도 없다. 하지만 섭취가 과다하면 심박 수와 혈압을 높이고, 피로감을 오히려 초래하는 부작용이 따른다. 동시에 이뇨작용 촉진으로 화장실을 가는 횟수가 늘어난다. 사실 인간이 과도하게 집착을 보이는 카페인이 사실은 커피나무가 해충에 대한 방어기제 작용으로 생성하는 일종의 살충제라고 한다.
이외에도 다양한 부작용을 초래한다. 가장 큰 문제는 중독이다. 두통, 심장 두근거림, 신경과민, 불면증은 그래도 약과다. 이유 없이 복통이 시작된다면 이 또한 카페인 중독을 의심해봐야 한다. 성인 기준 하루 카페인 권장량은 약 400mg이다. 한국소비자원의 조사에 따르면 시중에서 파는 테이크아웃 커피는 평균 125mg의 카페인을 함유하고 있다.
일부 제품은 최대 202mg까지 검출되었다. 그렇다면 카페인 함량이 적다고 알려진 콜드브루 제품은 안전할까? 예상은 어긋났다. 평균 212mg으로 일반 아메리카노 대비 높았고 일부 제품은 최대 404mg끼리 확인됐다. 커피 한잔 섭취량만으로도 하루 권장량을 훌쩍 뛰어넘게 되는 셈이다. 과다섭취는 고사하고 무더운 날씨에 수시로 홀짝이는 습관은 카페인 중독까지 야기할 수 있는 상황이다.
결정적인 것은 카페인은 골다공증을 야기한다. 골다공증은 뼈에 구멍이 숭숭 뚫리는 질환으로 우리나라 폐경 이후 여성 대부분을 고생하게 만드는 증상이다. 문제는 뼈를 만드는 칼슘의 흡수를 방해하는 것도 부족해 뼛속의 칼슘을 소변으로 배출하는 작용을 한다는 것. 요즘 젊은 층 사이에서 골다공증 환자가 부쩍 늘어난 것에 커피를 과하게 섭취하는 생활습관이 문제로 지목되고 있다.
커피 대신 찾는 아이스티, 그래도 안전하겠지?
날씨가 무더울수록 판매량이 증가하는 아이스티도 인기다. 복숭아 또는 레몬 맛 두 가지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집에서도 차가운 물에 타 손쉽게 섭취할 수 있도록 과립형 제품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무엇보다 카페인을 꺼리는 사람들이 주로 찾는다. 하지만 커피와 비교했을 때 그 함량이 미비할 뿐 마찬가지로 카페인을 함유하고 있다. 그 대신 설탕이 카페인의 빈자리를 대신하고 있다는 차이만 있다. 실제 시중 아이스티 한잔(약 300mL 기준)의 평균 당 함량은 31g으로 확인됐다. 한 잔만 섭취해도 WHO 하루 당 섭취량 권고 기준의 64%를 충족한다.
아메리카노라도 해도 시럽을 두 번 추가할 경우 WHO 하루 권고 기준의 약 24%에 해당하는 당을 섭취한 셈이다. 참고로 각설탕 2조각의 당 함량은 2.5g이다. 아이스티 한잔에는 각설탕 약 10조각이 들어가는 셈이다. 당의 위험은 카페인 보다 훨씬 치명적이다. 과도한 과당 섭취는 몸에 중성지방으로 축적되어 복부 비만은 물론 심혈관 질환을 유발한다. 여기에 피부조직을 구성하는 콜라젠과 엘라스틴을 훼손해 피부 노화를 촉진하고 뇌세포의 기증을 떨어뜨려 인지능력에 장애를 초래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신부전, 백내장 등의 발생 위험을 높이고, 중독을 유발해 과식으로 이어진다. 그래도 안전하겠지라는 생각으로 찾는 아이스티가 실제는 카페인 덩어리인 아메리카노 한잔보다 훨씬 높은 위험성을 지닌 음료이니 실제는 더 멀리해야 하는 셈이다. 그렇다고 해서 탄산음료를 대안으로 찾는다면 그 또한 각설탕 농축액을 마시는 셈이라 여기는 것이 좋다.
죄다 단점만 넘쳐나는 커피, 긍정 효과는 없나?
무조건 몸에 해가 되는 것은 아니다. 나름 적당량을 섭취하면 건강에 도움이 된다. 먼저 당뇨 예방이다. 마그네슘, 리그난, 클로로젠산이 인슐린 분비를 조절하는 효과가 있는데 이는 2형 당뇨 예방에 도움이 된다. 암 예방에도 효과적이다. 하루에 커피를 한 잔 이상 마시는 사람은 마시지 않는 사람보다 간암에 걸릴 확률이 14% 이상 낮다는 세계암연구재단의 조사결과가 있다. 마지막으로 퇴행성 뇌 질환 예방이다. 예컨대 파킨슨병과 알츠하이머가 걱정된다면 적당히 마셔라.
분명한 사실은 잘 마셔야 건강이 이롭다. 특히 커피에는 항산화 성분인 폴리페놀이 와인의 3배, 홍차의 9배 이상의 양이 함유되어 있다.
그렇다면 얼마나 마시면 우리 몸에 이득이 되는 것일까? 존스 홉킨스 블룸버그 공중보건대학 연구팀이 지난 26년간 1만4,000명 이상을 추적 조사한 결과 하루 3잔 이상 커피를 마신 사람은 간 질환으로 병원에 입원할 확률이 21% 낮았다. 우리나라에도 비슷한 연구결과가 있다. 연세의대 연구팀이 만 40~69세 8,717명을 분석한 결과 매일 커피를 한 잔씩 마신 사람은 전혀 마시지 않는 사람보다 만성 콩팥병 발병 위험이 24% 낮게 확인됐다.
쉽게 말해 하루에 한잔 정도면 적당한 셈이다. 무엇보다 커피 1잔에 포함된 항산화 효능이 비타민C 300~590mg 같다는 점에 주목하자.
무엇이든지 과하면 해가 되는 법이다. 가볍게 한 잔 마시는 커피는 우리 몸에 득이지만, 연달아 마시는 커피는 우리 몸에 독이 된다. 이유 없이 피곤하고 이유 없이 짜증이 나고 이유 없이 두근거리며, 이유 없이 속이 울렁인다면 그건 평소에 마시는 커피가 원인일 수 있다. 물론 어쩔 수 없음은 인정한다. 위에서는 실적으로 쪼고 아래에서는 말을 들어 먹지 않고. 결국 속앓이하며 쓴 커피 한잔 마시며 삭히는 것인데, 이 또한 녹록지 않다고 하니 먹고 살기 참 피곤한 세상이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다들 이렇게 산다고 하지 않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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