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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본 3D 프린터의 대중화 길잡이. 나인랩스 박성호 대표

위클리포스트 2018. 5. 27. 17:58


카본 3D 프린터의 대중화 길잡이.
나인랩스 박성호 대표





[2018년 05월 28일] - 고만고만한 3D 프린터가 범람하는 시대다. 4차 산업과 1인 제조업이 부상하자 이의 핵심이라 일컫는 프린터 시장은 급성장했다. 적게는 취미로 사용 가능한 제품부터 정교함이 핵심인 산업용까지 가짓수도 늘었다. 하지만 여전히 과도기적인 제품이라는 쟁점이 끊이지 않고 있다. 막상 사용해보니 기대와 달리 품질이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것이다. 이 무렵 3D 프린터를 관심 있게 지켜보던 나인랩스 박성호 대표 또한 같은 생각을 했다.

“개선할 수 없을까?” 구조적인 한계로 노즐이 막히는 것은 예사였다. 출력이 끝난 1차 완성품을 2차 가공해야 하는 번거로움은 상품성과 직결되는 문제다. 1차 가공이 끝나고 2차 가공을 거치고 다시 3차 가공을 거치고 나서야 그래도 볼만한 상태라면 ‘이건 아니야’라는 직감을 떨치기 힘들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3D 프린터 산업은 시장의 기대와 달리 내리막길을 걷게 될 것이 뻔했다.


3D 프린터에 매진하기로 작정하다.
품질을 높이는 것이 첫 번째 과제
가격은 낮추고, 품질은 높이는 것이 관건.


“남자가 칼을 꺼내 들었으면 무라도 썰어야지~”라는 심정으로 연구에 매달렸다.

불과 몇 년 사이 4차 산업의 핵심 도구로 일컫는 3D 프린터 업계에서 혜성처럼 등장해 주목받고 있는 나인랩스 박성호 대표. 과거 그는 전자의 메카이자 IT의 산실이라 불리던 용산 전자상가에서 아크릴 분야 맥가이버로 명성을 날렸다. 당시 박 대표의 손을 거쳐 탄생한 다양한 아크릴 제품군은 아직도 현업에서 요긴하게 쓰이고 있을 정도인데 이웃 국가에서는 당시 제품을 본떠 만든 제품이 여전히 판매될 정도로 상품성도 우수하다.

그 덕에 여전히 박 대표를 찾는 문의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데, 지난 2014년 박성호 대표는 홀연 단신 서울을 떠나 경북으로 거처를 옮긴 바 있다. 서울을 떠나 지방으로 거처를 옮긴 요즘에도 관련 문의가 끊이지 않을 정도로 아크릴 가공 분야에서는 검증된 기술력을 지닌 박성호 대표. 그가 3D 프린터로 관심사를 옮긴 것은 주변의 격려도 한몫했다.

회사를 그만둘까를 두고 얼마나 지났을까? 고심 끝에 어려운 결정을 내리고 허탈한 심정으로 집에 오던 날. 이제 어떻게 할거냐? 라는 질문에 뭐라고 대답해야하나~ 라며 걱정했건만 전혀 기대 밖의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마주했다. 기왕 그만둔거 더 잘되라는 뜻에서 화려한 축하 파티를 열어준 것부터 평소 알고 지내던 지인까지 죄다 불러 박성호 대표의 실직을 알리는 장면이다. 핵심은 이제부터다. 앞으로 더 잘되라는 격려가 이어졌다. 내가 이러한 응원을 받아도 되는 건가라며 의아하게 생각했을 정도였다.

“회사를 나온것은, 새로운 시작을 위한 준비라며, 친한 지인을 불러 축하를 해줬어요. 속으로는 내심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정해진 일자가 되면 입금되던 월급을 마다하고 이제 제가 벌어서 살아가야 하는 것에 스트레스가 적잖았는데, 집에서는 오히려 더 잘 살아보자고 그만둔 건데 축하해줘야 하는 것 아니더냐!~ 고 하더라고요. 퇴사 파티 해보셨나요? 전 퇴사 파티를 해본 남자랍니다. 분명한 사실이라면 제 아내는 저 보다 호탕했습니다.”

가족의 격려와 믿고 기다려주는 배려 덕분에 박성호 대표는 오롯이 3D 프린터 기술 개발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관건은 팔기 위한 제품이 아닌 직접 사용하고 싶은 제품의 개발이었다. 게다가 3D 프린터의 수요층이라 함은 3D 프린터를 이용해 판매코자 하는 제품 생산이 목적인데, 시중에서 유통되던 상당수 제품은 기대를 충족하지 못했다. 게다가 품질 격차도 크게 벌어졌다. 안정된 품질의 쓸만하다고 여겼던 제품은 고가 일색이며, 보급형은 말 그대로 손이 너무 많이 갔다. 보급형의 가격대에 고가 제품의 품질을 보장하는 제품 포지션이 승산이 있겠다 싶었다.

“상식적으로 3D 프린터라는 제품이 출력하는 제품은 당장 판매하기 위한 목적일 건데, 그렇다면 정해진 납품기일에 약속한 제품 생산을 끝내야 하는 것이 필수거든요. 하지만 당시 시중에서 유통되던 제품은 사용하면서 스트레스가 엄청났어요. 한번 출력을 걸어두면 5시간은 기본인데, 중간에 불량이라도 발생하면 다시 처음부터 해야 했거든요. 판매는 커녕 원재료만 소진하는 부작용이 심각했습니다.”


전직 아크릴 가공 전문가의 도전
주변 지인의 격려와 기술 자문받아 보완
그렇게 태어난 프로토타입 완성.


하지만 아크릴 가공 전문가였던 박성호 대표가 손수 해결하기에는 쉽지 않았다. 가족의 응원에 이어 이번에는 주변에서 박 대표의 앞길에 마중물이 되고자 자청했다. 손꼽히는 업계 전문가의 자문과 기술 지원 덕분에 기존 제품의 단점을 차례대로 해결할 수 있었다. 어차피 후발주자였기에 조급한 마음은 애초에 접었다. 다소 늦더라도 제대로 만들어야 시장에서 환영받을 수 있겠다 싶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그렇게 첫 프로토타입이 등장했다. 출력 품질은 월등히 앞섰다. 가격경쟁력은 두말할 필요도 없었다. 시장 경쟁력은 충분했다. 하지만 박 대표는 범용으로 쓰이던 옥수수 전분 기반의 필라멘트를 거부하고 신소재이자 항공 및 우주 산업 그리고 자동차 분야에서 선호하는 카본 소재 분야로 재차 눈을 돌렸다. 애초에 산업 분야 진출을 노렸기에 이미 성숙한 시장에 뛰어들어 치킨 게임에 열올릴 필요는 없었다.

카본은 그 점에서 최적의 소재였다.

수많은 테스트를 거쳐 제품이 태어났다. 그 무렵 지인에게 탄소로 만든 해금 제조를 요청받았다. 전통 방식의 해금은 나무를 손으로 일일히 깎아서 만들어야 했기에 금액도 비쌌지만, 품질도 균일하지 못해 완성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다. 3D 프린팅 방식에 탄소 소재 활용은 그점에서 최적이었다. 그렇게 흘러간 기간만 2년 남짓. 예상했던 것 그 이상의 품질로 완성된 제품을 의뢰자의 품에 안겼고 이후에도 100여 개에 달한 추가 제품을 생산할 수 있었다. 첫 테스트 제품이자 상용화 가능성을 검증받은 사례로 기록됐다. 자신감이 생겼다.

“일반 프린팅보다 출력물 가치가 우수한 소재가 바로 카본입니다. 드론, 항공우주, 자동차 등 차세대 소재로 카본은 단연 최고로 칩니다. 무게보다 강도가 우수하고, 심지어 전자파 차폐 등의 기능성 제품 생산도 가능한 데다가 물성도 뛰어나 외국에서는 다양한 분야에 쓰이고 있거든요. 심지어 카본 3D 프린팅 기술로 잠수함을 건조하는데 기존 제조 비용의 10%에 기간은 4주에 불과했다고 하니 시장에서 성장 가능성은 매우 밝습니다.”


창업센터&사관학교 출신 나인랩스 박성호 대표
산학협력 통해 기술 개발에 총력
대한민국에서 유일한 3D 카본 출력 프린터 기업


나인랩스는 그동안의 결과물을 WIS에 들고 나왔다. 3D 프린터는 익숙했지만, 카본은 생소했기에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무엇보다 필라멘트 일색의 3D 프린터가 아닌 대한민국 유일의 카본을 위한 첫 프린터 제품이라는 상징성은 박성호 대표의 자존심이라는 거다. 여기에 출력 이후 후가공 처리가 거의 필요 없을 정도로 품질이 우수한 것 또한 관람객의 발길을 잡게 한 요인이다. 거친 표면이 아닌 매끈한 표면에 겹겹이 쌓아 올린 미려한 결과물은 기존 3D 프린터에서는 결코 볼 수 없던 진귀한 장면이다. 질문도 이어졌다.

당장 팔아도 전혀 손색없을 정도의 완성품을 출력하는 제품. 기존 제품의 걸림돌이 되었던 노즐 막힘 증상도 대폭 개선했다. 하지만 박성호 대표가 노리는 3D 프린터는 지금까지 이뤄낸 현 단계가 아니다. 한 단계 더 완성도를 끌어올릴 구상을 머릿속에 하고 있다. 물론 관건은 기술력이다. 지금까지 여러 전문가의 도움으로 완성한 제품에 산학협력을 통해 라인업을 보강할 계획이다.


“카본 소재는 가장 높은 출력 기술이 필요합니다. 제가 알기로는 대한민국에서는 아직 기업이 사용 가능한 보급형 제품 중에서는 나인랩스의 제품이 유일하다고 봅니다. 그 정도로 3D 프린터의 접근 문턱이 높고 기술 편차도 큰 상태인데요. 고가 제품의 높은 품질을 엔트리 제품에서도 경험할 수 있게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그렇게 대망의 인터뷰가 끝났다. 하지만 무언가 할 말이 있어 보이는 모습에 남기고 싶은 한 마디를 요청했다. 그러자 마지막으로 가장 힘들 때 응원해주시고 지금의 자리에 이르게 한 감사한 분이 있는데, 이 자리를 빌려 한 마디 남겨도 될까요? 라는 박 대표. 마다할 이유는 없었다. 길게 장문의 글을 남겨도 됩니다. 라고 했더니, 아래와 같이 장문의 글을 손수 작성하여 메일로 보냈다. 너무 길어 수정해볼까 고민하다가 의미 전달이 중요하다고 판단하여 본지는 진심 어린 내용을 여과 없이 그대로 전한다.

“콩 한 쪽이라도 나누어 먹자며 멀리서 믿음을 전해주신 윤웅대 사장님, 잘하는 것을 하라고 하셨던 허진영 대표님, 사업의 본질에 대해 늘 깨달음을 주신 윤석범 대표님, 디지스트에서 핵심역량을 가르쳐주신 이공래 교수님, 카본의 영감을 주신 KICT멘토링센터 이소영 멘토님, 우울증으로 고생할 때 웃으며 졸업하자고 힘을 주신 대구·경북 청년창업사관학교 김창수 교수님,

챔피언이 되자고 하신 강병효 교수님, 늘 많은 조언을 해주신 장조영 팀장님, 아낌없이 믿어주신 서의권 부장님, 고민 들어주신 경북테크노파크 김재춘 과장님, 창업자를 위해 힘써주시는 구미전자정보기술원 김정수 매니저님, 그리고 늘 창업자 입장에서 내 일처럼 도와주시는 구미시창업보육센터 정치영 센터장님, 악덕 사장 만나 고생하는 회사 식구들과 독박육아와 사업과 남편 내조로 고생하는 아내에게도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By 김현동 에디터 cinetiqu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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