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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채용 시즌, 갑질 면접에 정나미 뚝!
위클리포스트
2017. 10. 9. 13:31
▲ 매우 상세히 기재한 공고, 하지만 이건 미끼일 뿐, 직군은 아니였다.
글·사진 : 김현동 에디터 cinetique@naver.com
[2017년 10월 09일] - “서는 곳이 다르면, 보는 곳이 다르다.” - 드라마 미생 대사 中
이러한 이유였을 거다. 하반기 채용이 시작됨과 동시에 기업의 갑질도 한층 물이 올랐다. 이유는 뻔하다. 모집 인원 대비 지원자가 넘쳐나기에 아쉬울 것이 없다는 의미다. 그리고 현장에서도 이를 대변이라도 하듯 채용 공고와 다른 안건을 꺼내 굴욕감을 안겨주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것.
예컨대 모집공고에 기재한 직종/직군에 아랑곳하지 않고 질문을 하면서 면접자를 당황스럽게 만들며, 제출한 이력서는 사전에 단 한 차례의 확인조차도 하지 않은 면접관이 들어와 작성된 내용을 재차 물어보는 일도 허다하다. 사람을 채용할 기본적인 자세도 안된 기업의 어설픈 인사진행이 만연한 가운데, 갑질 왕국 대한민국의 2017년에 실제 발생한 갑질만상을 진단해봤다.
# FACT
유통기업 D사가 하반기 정기 공채를 진행했다.
홍보 직군 조건은 CSR, 언론홍보, 웹진 관리
당일 면접관 曰 “리스크 매니지먼트가 핵심이다”
공고와 달리 위기관리 분야에 비중 높여 질문
약 40분, 경력직도 단체 면접, 교통비도 無
# VIEW
매출 2조 원을 달성한 유통상사 D사가 하반기 정기 공채를 진행했다. 문제는 해당 기업의 갑질이 논란이 된 구도와 상당 부분 흡사하다는 것에 있어 우려를 금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해당 기업의 갑질은 상대적으로 약자인 지원자를 대상으로 전개되었는데, 기업의 도덕적 해이가 채용 시즌을 맞아 막장으로 치닫는 신호탄이라 볼 수 있다. 비단 본 기업 뿐만이 아닌 타 기업에서도 비슷한 피해 사례는 많을 것으로 추정한다.
해당 기업이 취급해온 주요 제품군 가격은 최대 5천 원을 넘지 않는다. 일명 저가 상품 위주를 내세웠는데 그렇다 보니 경기가 불황일수록 오히려 찾는 이가 늘면서 매출이 상승한다. 덕분에 몇 년간 지속한 내리막 경기로 혜택을 받은 덕에 성장은 연일 상승세를 찍고 있다. 하지만 정작 사람을 대하는 마인드는 여전히 저렴한 수준에 머무르고 있어 심히 유감스럽다.
문제는 하반기 공고부터 예고됐다.
올해 7월 “사랑하는 우리 딸이 상담 드립니다” 는 내용의 CF가 의외의 감동을 안겨줬다. 폭언과 추태에 노출된 감정노동자를 다독이고자 진행된 프로모션이지만 의외의 결과를 낳고 큰 의미를 남겼다. 기획 의도는 다시는 안 볼 ‘남’으로 치부하고 막말하는 작금의 세태에 경종을 울리고자 진행한 프로젝트였지만 의외의 효과로 이어진 셈이다.
캠페인 당시의 멘트가 반영된 G 기업은 담당 상담원의 스트레스가 무려 54.2%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무심코 대하던 ‘남’을 지인이나 친구 혹은 동료 그리고 가족이라는 의미를 담아 ‘우리’로 표현했더니 서비스 이용자의 태도에 변화가 일었다.
사실상 사회가 허용할 수 있는 한계선을 초과한 상황. 갑질이라는 추태에 자중의 목소리가 계속되자 변화가 일고 있지만, 대표적인 유통기업 D사는 오히려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면접을 자초했고 도마 위에 올랐다. 해당 기업은 홍보 직군에 언론홍보 외에 CSR로공헌 담당자 채용을 내세웠으며, 그 결과 1차 서류 전형을 통해 2차 면접자를 추려내고 면접 안내 문자를 발송했다.
이렇게 진행된 2차 면접에서는 사전에 공고한 내용과 달리 언론홍보와 위기관리(리스크 매니지먼트)에 상당 시간을 할애해 추궁했으며, 정작 기업이 비중을 높일 것처럼 내세웠던 CSR은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오히려 이 과정에서 소규모 언론사의 대응에 대해 무시해야 한다는 식의 내부 정책성 발언도 서슴지 않으며 ‘위기관리’가 이번 홍보 직군의 핵심이며 보강하려 한다며 공고와 다른 내용을 재차 강조하며 본질을 왜곡한 정황도 포착됐다.
게다가 해당 면접관은 D 기업에 대해 영향력 없는 매체가 기사를 작성했을 경우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옳은가? 는 질문을 당시 지원자에게 했으며, 이에 대한 답변을 하는 과정에 “우리 회사는 무시한다”는 식으로 언론사를 상대로 지금까지 어떻게 대응을 해왔는지에 대해 가늠케 하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실제 해당 기업은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대해 지속해서 매스컴에 올랐으며, 면접 진행 전날에는 매출 2조 원 달성이라는 기사가 나오면서 기존 논란에 힘을 실어주는 형국이 되었던 것. 당시 면접관은 이러한 분위기가 거슬렸는지 D사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자문하며 사전에 안내하지 않은 리스크 매니지먼트 담당자를 뽑으려 한다는 식으로 공고 내용과 정면으로 대치하는 발언을 계속 이어갔다.
구도가 이렇다 보니 골목 상권 침해 논란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CSR을 하는 것도 어불성설이긴 하나 엄연히 공고에 올린 내용이기에 지켜야 함이 옳을 진데 아무런 설명이나 해명 한마디 없이 그 자리에서 정책을 변경해 당시 참여했던 지원자를 모욕한 것이다.
▲ 면접비를 보는 대중의 견해, 지원자에게 일방적으로 전가하는 부담을 기업도 일정 부분 짊어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문자 발송 한 번에 사람을 오라 가라 했으면 그에 대한 책임도 따른다는 구도인데, 아직까지 강제력이 없다.
이와 같이 기업의 갑질을 부추기는 것에는 면접비 지급 조건도 한몫한다. 면접비 지급 조건이 의무가 아닌 기업의 재량에 있다 보니 기업 입장에서는 굳이 지켜야 할 필요를 못 느낀다. 따라서 일단 불러서 면접이나 보자는 심산인데, 면접자 대부분은 적잖은 비용과 시간을 투자하면서까지 매달릴 정도로 절박하다. 예컨대 여자 지원자는 길어야 1시간 내외의 면접을 위해 전문 메이크업을 받는 경우도 다반사다.
쉽게 변하지 않는 것은 지원자의 다급한 처지가 첫 번째 요건이요, 넘치는 지원자 가운데 한 명만 뽑으니 아쉬울 게 없다는 입장이 두 번째, 마지막은 그게 싫으면 참석하지 말라. 너 말고도 일하겠다는 사람은 넘쳐난다는 배짱까지 삼박자가 맞물려 갑질로 표출되는 것. 실제 이날 D 기업도 족히 두 자릿수는 넘었을 것으로 추산되는 참석자 전원에게 면접비를 지급하지 않았다. 한해 조 단위 매출을 올리며 준 대기업이자 대외적으로는 상생을 주장하는 이미지와 다른 불합리하며 부당한 처사라고 볼 수 있다.
# 문제는 관리 안 되는 경영진의 리스크 매니지먼트
면접 당일에는 지원자 하지만 문 밖을 나서면 고객
이를 외면하고 막대하는 임원의 막나가는 행동에
기업의 이미지 실추는 불가피한 상황 하지만 인지하지 못해!
우리는 지금까지 잘 나가던 기업이 신뢰를 잃고 한순간 곤두박질하는 모습을 여러 번 경험했다. 대수롭지 않게 치부한 작은 불똥이 걷잡을 수 없게 확대되며 어두운 모습까지 까발리면서 기업의 경영 활동에 치명적인 걸림돌이 된 형국인데, 이러한 사례가 다양함에도 불구하고 경영진의 엇나가는 발언과 돌출 행동은 여전히 브레이크 고장 난 자동차처럼 제동이 걸리지 않고 있다.
그 형국에 부작용이 예견됨에도 앞뒤 안 가리고 돌격 앞으로의 형국인 주된 이유 중 첫 번째는 포화 상태이자 위기 상황인 시장 한계에 정면 승부수를 던진 내부 전략의 무리수와 연관 깊다.마찬가지로 D 기업 또한 계속되는 성장이 한계점에 달하면서 수익 다변화가 시급한 시점이다.
▲ 불통이자 갑질의 아이콘이며 동시에 제어안되는 대표 캐릭터
그렇다 보니 논란을 잠재우고자 효과적인 입단속이 새로운 기업 문화로 대두되었지만 그 대상에서 정작 오너십을 발휘하는 경영진은 쏙 빠져있어 결국 문제를 초래했다. 어쨌건 D기업은 리스크 매니지먼트 전담 인력을 배치하기로 한 모양새다. 최근 사회 전반의 패러다임이기에 그랬을 가능성도 있다. 게다가 과거 가파른 성장세를 달성하던 기업의 거버넌스가 신사업 전개로 향하다 보니 이 과정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은 바 파열음이 들리는 것이 어지간히도 귀찮았을 게다. 그렇다고 해서 리스크 매니지먼트 사각지대에 있는 임원이 자초해 이번 사태를 불러온 것은 좀 처럼 수긍하기 어렵다.
한편, 잡코리아는 9일 올해 면접을 본 구직자 526명을 대상으로 최근 실시한 면접 관련 설문 결과를 공개했다. 자료에 따르면 응답자 10명 중 9명은 면접관의 태도와 면접 분위기를 통해 '회사'를 판단한다고 응답했다. 회사가 구직자의 채용 유/무를 결정하는 것이 아닌 구직자가 면접을 통해 일하고 싶다는 의사 결정을 하게 된다는 것.
이와 함께 구직자가 최악으로 꼽은 면접관의 유형으로는 ▲지원자의 스펙 및 경험을 무시하는 면접관(33.9%)에 이어 ▲사사건건 시비 걸듯 압박하는 면접관(24.7%) ▲면접장에서 이력서 및 자기소개서를 처음 보는 면접관(24%) ▲부모님 직업, 연애 등 개인적인 질문을 하는 면접관(21.7%) ▲시작부터 끝까지 반말하는 면접관(19.5%) 등으로 확인됐다. 이중 앞에서부터 언급한 3가지 항목은 D사 면접관의 유형과 흡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