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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캡에 희소성을 더하다. SA 프로파일(Profile) 필코 이중사출 키캡
위클리포스트
2017. 10. 5. 16:54
▲ 태고적 키보드 감성 끝판왕! 필코 SA프로파일
글·사진 : 김현동 에디터 cinetique@naver.com
[2017년 10월 05일] - 키보드를 돈 주고 산다면 미친놈 소리 듣던 시절이 엇그제 같은데, 그러한 편견도 옛말이 됐다. 하기사 대중을 상대로 키보드를 돈 주고 사본 적이 있냐고 묻거든 상다수가 '그런적 없다'라고 단호할 수 있겠다. 그 정도로 키보드는 본연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 채 페기하는 그 날까지 쓰였는데, 그 와중에도 도도한 몸값 자랑하던 녀석도 공존했으니 바로 SA 프로파일 되겠다.
독특한 타자음이 인상적인 기계식 키보드는 여전히 멤브레인 방식 제품 대비 비싸다. 그러했기에 키보드를 돈 주고 산다는 개념이 성립된 것은 불과 3년 안팎일 정도로 최근에서야 가능해진 일이다. 게임방처럼 가혹한 사용환경인 경우나 키보드가 고장 나는 줄 인식하지 상당수 가정에서는 반영구적으로 사용 가능한 제품 게다가 공짜로 지급하는 제품으로 인식되었다.
그만큼 하찮게 여기던 존재이기에 SA 프로파일 이야기를 꺼내면 알아주는 이는 더욱 희소하다. 게다가 그 몸값조차도 9만 원을 훌쩍 넘기니 순화해서 표현하자면 정신나간X 혹은 러프하게 미친X 소리 듣기 딱 좋다. 그것도 키보드를 뺀 고작 키캡 단일 제품이 그렇다면 더 이상 논할 가치가 없겠다.
얼마 전 커뮤니티에 올라온 한 누리꾼의 사연도 이를 대변한다. 남편이 출장 간 사이 숨겨놓은 키보드를 발견했는데, 조사한 바 그 제품의 가격이 10만 원에 달하는 고가라는 거다. 발견된 제품만 해도 족히 5개에 달하는 사진이 함께 공개됐으니 대략 50만원 상당으로 추정한다. 문제의 발단은 그것을 빌미로 배신감을 토로하며 분을 삭히지 못한 것이다.
사회 통념상 보통 상대적 약자라 여기니 여자쪽이 우세하나, 이번 케이스는 여자를 상대로 비난의 화살을 당겼다. 10만 원은 아주 준수했고 남자 취미에 키보드라면 평범한 축에 해당한다는 거다. 집 한채 거뜬하게 말아 먹는다는 오디오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자동차도 아닌 금액이라고 해봤자 고작 10만원 짜리 키보드인데다가, 모셔두고 애지중지하는 불용품이 아닌 키보드는 실제 쓰이는 제품이기에 더욱 그러했다.
품명 : 필코 SA프로파일 이중사출 키캡
규격 : 필코 마제스터치 시리즈 전용
수량 : 104개
특징 : 영문 이중 사출, 원통형 키캡, 스테빌라이저 지원
소재 : ABS 수지
문의 : 아이오매니아(http://iomania.co.kr/)
따라서 지금 설명하고자 하는 키캡의 가격이 무려 9만 원에 달한다는 것을 감안하고, 키보드 포함 가격이 10만 원 이라는 것을 떠올리면 그다지 높은 가격에 명함을 내밀기에는 터무니없는 수준이라는 것을 먼저 인지하기 바란다. 물론 SA프로파일이 도도한 몸값을 자랑하는 근거도 있다. 시장성이 없어도 너무 없으며 제조사도 관심을 두지 않는 천덕꾸러기라는 것. 사는 사람도 없고 파는 사람도 없는데 부르는 게 값인 거야 자본 논리에서 당연한 수순이다.
그런데도 분명한 사실은 어디까지나 대중성이 없다는 것이지 아예 안 팔리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찾는 이는 드물게 있고 우리는 그들 사용자를 상대로 덕후 혹은 마니아라고 지칭한다. 그것도 SA 프로파일을 찾을 정도라면 덕력이 만랩을 찍어 해탈의 경지에 달하는 일명 성덕 되겠으니 한마디로 애초에 평범한 사용자를 위한 제품은 아니였다. 소수 남자를 위해 등장한 색다른 이색 키캡이랄까! 고로 이점 감안하고 본 글을 봐주면 고맙겠다.
# 태곳적 오리지널 키보드를 기억하시나?
오래전 AT키보드로 고인돌 하던 그 제품
알프스 키 스위치 또 각 소리 선명하던 키보드
SA 키캡을 사용했다는 사실! 아련하다면 40대 빙고!
레트로라 부르지 말라. 이건 취향의 문제다.
키보드가 잘나 봐야 거기서 거기지! 라고 여기는 일명 '키보드 고자' 라면 본 글은 헛소리에 불과할 게다. 그 정도로 마니아의 세계는 깊은 통찰력과 숭고한 정신 마지막으로 살 만큼 살아본 오랜 연륜이 묻어놔야 완성되는 것이기에 SA 프로파일과 같은 제품을 상대로 단순한 호기심으로 접근한다면 필시 '독특한 키캡' 그 이상의 의미를 더하긴 힘들 거라 본다.
하지만 이의 가치를 인정하는 이에게는 그 자체가 바로 대단한 이야깃거리다. 생김새 자체부터 평범하지가 않기에 할 말이 많다. 높이부터가 일반 키캡보다 1.5배가 더 높은 형국인데, 게다가 본 글의 토대가 된 필코의 그 제품은 튀어도 너무 튄다.
게다가 SA 프로파일은 터널증후군을 예방하기 위해 계단식으로 키캡 높이에 차별화를 둔 스텝 스컬처 형태조차도 거부했다. 보통 여타 SA 프로파일이 사용자의 건강을 배려한 나머지 이의 조건을 제품에 적용하는 데 반면 필코는 그러한 여지조차도 깡그리 외면하고 오롯이 과거의 향수를 계승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이 얼마나 단촐한 모습이던가. 게다가 기계식 키보드의 보급이 양적으로 대폭 증가함에 판매량의 증가를 꾀할 수 있는 찬스임에도 여전히 문턱을 낮추기 위한 깨알만큼의 의지도 노력도 엿보이지 않는다. 그냥 팔리면 팔고 아니면 말자는 배짱이다.
심지어 제품이 원활하게 보급되지도 않는 상황인데, 쉽게 말해 단종되었다고 이해하면 속 편한 상황이다. 아이오매니아에서 올 초까지만 해도 소량이 수급되어 판매되었으나 이제는 그 리스트에서도 흔적을 감춘 것이 그러한 이유 아니겠는가!
그 덕에 여전히 마니아에게는 인기 있는 제품임에도 중고나라와 같은 장터에서만 가늘고 긴 명맥을 고수하며 '내가 인수하겠소'라는 한 마디에 생판 모르는 남의 손에 이끌려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불법도 아닌 것이 불법인것 마냥~ 조심스럽게 접근해 은밀하게 주고 받는 아름다운 모습! 뭔가 죄스럽다.
명백한 사실은 필코 SA 프로파일만의 초콜릿 색상 키캡은 좀처럼 이 바닥에서는 접하기 쉽지 않은 색상이며 동시에 사용할수록 번들번들해지기에 꺼려지는 ABS 소재를 차용했다는 것에 또 한번 놀라며, 마지막으로 이러한 조건에도 반영구적인 이중 사출로 뽑아낸 내구성으로 단점을 보완하려 했다. 애초에 잘 만들것이지 적당한 밀당의 결과가 완성해낸 미려한 작품이라 칭할 수 있겠다.
누구 눈에는 고작 키캡 하나에 불과할 진데 대단한 제품인 것처럼 포장한 것도 부족해 각종 미사여구를 붙여 호들갑을 떤 본 글을 접하면 필시 '지랄하고 있네'라는 마음에 입이 간질거릴 수 있겠다. 필시 그렇게 생각한다면 십중팔구 '키보드 고자'이겠거니 그들의 의견도 충분히 존중한다. 다시한 번 말하지만 SA 프로파일은 대중성을 노린 제품이 아닌 지극히 소수 마니아를 위한 '개취'의 제품이라고!
어찌 되었건 지금은 손에 넣고 싶지만 더는 수중에 들여올 수 없는 선망의 제품이 된 도도한 키캡 필코 SA 프로파일은 이러듯 키보드의 가치를 알아준 이의 구전으로만 돌고 돌아 중고나라의 한 귀퉁이에서 소리 없이 도도한 몸값을 수긍하는 이들 통해 돌고 돌며 거래가 은밀하게 이뤄지고 있다. 물론 필자 또한 가능하다면 SA 프로파일로 두 세트 정도를 추가 보유하고 싶지만 그건 바람일 뿐 수입처에 따르면 품절이라고 하니 그 아쉬움이 더욱 짙게 묻어나온다. 다행스럽게도 오는 10월 소량 입고된다고 하니 그 타이밍을 노려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