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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기] 어쩌다 보니 창업, 그 후 10개월

위클리포스트 2019. 5. 23. 23:04

어쩌다 보니 창업, 그 후 10개월

언론재벌 김 사장의 혈혈단신 생존기




[2019년 05월 16일] - 어쩌다 보니 비자발적인 동기로 창업이라는 강을 건너고 드디어 10개월 고지에 진입했다. 아직 1년이라는 시기가 되기에는 2개월이나 부족한 마당에 10개월 가지고 뭔 호들갑이냐. 싶은 지인도 분명 있겠다. 응당 옳은 말이다. 그리고 먼저 이 길을 걸어가신 모든 사장님께 존경을 표한다. 분명한 건 무척이나 고되고 지루한 일상을 한 10년 보낸 기분이랄까!

내가 준비한 창업 자본은 달랑 200만원.
그 시기가 대략 2018년 상반기 무렵이다.

안산 옥탑에서 숨만 쉬며 1년을 버티고 있는 돈 없는 돈 다 끌어보니 수중에 남은 돈이라곤 고작 200만원 남짓에 불과했다. 십원 짜리 한톨까지 탈탈 털어 모은 돈을 시드머니 삼아 시작하려던 것이 원래 계획이었으나 순탄하지 않았다. 그 돈은 개발이라는 감언이설 앞세워 세 치 혀 휘둘리던 개발자 놈이 삼켰고 안 뱉더라. 그렇게 난 수중에 1원짜리 하나 없던 거지가 되어 서울살이를 시작한다.

서울 전역을 전전하다가 기필코 인 서울 해야겠다는 각오 하나로 뒤지길 몇 주. 그러다가 우연히 지금 주소지가 있는 강서구 화곡이라는 지역을 찾게 됐다. 물론 서울에서 가장 저렴하다고 한들 당시에는 이곳에 올 형편도 여력도 안 되었고, 전에 살던 세입자는 무슨 이유였던지 빨리 보증금을 빼서 써야 할 급한 일이 있다는 말만 연신 반복하며 계약을 꼬드겼다.

아껴야 한다는 것에 사활을 건 내게 월세 몇 개월분을 선불로 주고라도 빨리 이곳을 떠야 한다는 조건은 무척이나 매력적으로 느껴졌고 길게 고민할 이유가 없었다. “계약합니다.” 내일이라도 당장 이사 오겠다. 는 말과 함께 계약은 일사천리 이뤄지고, 정확히 1주일 뒤 임대차계약서에 도장까지 끝냈다. “이렇게 서울로 다시 복귀하는 구나”싶은 기대가 열리던 순간이다.

하지만 머무른 곳에서 딱 1주일 되던 날 총 8개 세대가 살 수 있는 건물에 달랑 두 곳만 사람이 거주하는 것을 알게 됐고. 인기척이라곤 이상할 정도로 조용하다는 것을 알게 되며 더욱 의심은 확신으로 치닫는다. 그래 분명 이곳에서 뭔 일이 있었던 게야! 다른 집은 텅텅 비어 있고, 빈집임에도 각종 명세서와 체납 통지서만 그득한 모습을 보면서도 한편으로는 ‘조용하면 나야 좋지’ 그게 뭔 대수인가 싶었다. 지옥이 곧 이승이라고 생각하는 나였기에.

난 이곳에 사업자를 내고 사무실로 등록을 했다.

초기에는 그야말로 황량한 벌판에 뭔가를 할 여유도 되지 않았던 상황. 상가에서는 창업 초기 오픈빨이 있다면, 난 지인 찬스에 기대어 버틸 여력을 확보하는 것이 유일했다. 예상대로 되는 경우는 0%. 도와줄 것처럼 꼬드기고 감언이설로 기대하게 만든 기업 관계자는 전혀 등을 보이기 일쑤였다. 그렇게 앞에서는 도와줄 것처럼 강조하더니 예상과 다른 행동 하며 일관하는 분은 실망이었고, 아니면 아닐 것이지 괜스레 말 돌돌 돌리며 시간 끌기 작전에 돌입하는 경우에는 정리하는 수순에 이르게 됐다.

“사람이 겉 다르고 속 다르다고, 딱 그러한 형국이구나!”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며 그 와중에도

다시 일어나라며 일거리 맡겨 주신 분,
함께 해보자며 이것저것 맡겨주신 분.
마침 미디어 지원이 필요했는데 라며 맡겨준 분
틈날 때마다 알바 맡겨주신 분
모임 자리 생길 때마다 기죽지 않게 불러주신 분
슬럼프에 빠질 때마다 밥 사주며 격려하신 분
밥은 먹고 사냐며 일없어도 불러서 밥 사준 분
영업 개시 처음으로 후원해주신 분
힘이 되고 싶다며 이유 없이 후원해주신 분
주소 알려달라며 먹을 거 박스로 보내신 분

까지 다양한 분의 도움으로 근근이 숨 쉬며 9개월을 버텼다.

고작 10개월.... 두 자릿수에 접어드는 마당에, 나의 버킷리스트 한 장에는 내가 갚아야 할 도움 빌린 분의 이름이 적혀 있다. 고작 10개월이지만 해보니 많이 벌고 덜 벌고 가 중요한 게 아니더라. 사실 수익은 여전히 불안정하다. 이번처럼 병원에서 지내면 당장 편히 누워 두 발 뻗고 쉬기가 곤란할 정도로, 압박이 심한 달도 흔하다.

언제가 될지 기약할 수 없지만, 그분들 모두 함께, 김 모락모락 나는 밥 한 상 같이하고 내 능력으로 계산하는 것이 지금 나의 목표다. 혹자라면 뭔 목표가 그래.. 할 수도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가장 쉽지만 클리어하기 가장 어려운 미션이 아닐까 싶다. 그날을 위해 난 오늘도 뛰고 또 뛰어본다. 제휴처를 늘리고 진정성을 보이며, 돈보다는 사람 관계를 우선하는 진정성을 말이다.


By 김현동 에디터 hyundong.kim@weekly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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