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과학/트랜드/기획

재기 꿈꾸는 사양산업, 4차 산업혁명서 해법 찾다

위클리포스트 2019. 4. 23. 04:08


미래산업의 연금술사, 4차 산업혁명이 신호탄
저무는 업종에 생기 불어넣는 O2O ··· 축산업, 세탁, 검품까지




[2019년 04월 23일] - 정부도 기업도 언론도 연일 ‘4차 산업혁명’ 시대 준비에 입을 모은다. 서점에 나가면 4차 산업혁명에 관한 책이 매일같이 신간으로 쏟아지고 유명한 저자의 책은 밀봉된 채 베스트셀러에 오른다. 인공지능(AI), 사물 인터넷(IoT), 빅데이터 등의 지능정보 기술이 기존 산업과 융합하여 서비스를 네트워크화하는 모습도 이제는 너무도 자연스럽다.

증기기관(1차), 대량생산(2차), 정보화(3차)처럼 대표할 만한 자연어가 마땅치 않다. 가상현실, 자동화 등등 새로운 단어는 많은데 명확한 단어 하나로 정의하자면 막연할 뿐 쉽사리 떠오르지 않는다. 사실 전문가조차 4차 혁명을 규정하는 개념이 제각각이다. 분명한 것은 4차 산업이라는 것이 이전에 존재하지 않던 어떤 것이 무에서 유로 창조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사람의 손이 덜 가게 되고, 좀 더 편해지고, 시스템화로 이뤄지는 일련의 과정과 연관깊다. 그나마 새롭게 느껴지는 건 블록체인 정도가 전부다.

요즘 4차 산업혁명과 주로 연결되는 소재로 쓰이는 것이 무인결제 시스템, 큐레이션 등 과거에 사람이 하던 일을 기계가 대신할 수 있게 되는 것임을 으레 짐작할 수 있다. 물론 최저임금, 일자리 부족 등을 4차 산업혁명과 연결시켜 불안감을 조성시키려는 악의적인 연결 시도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4차 산업혁명이 자동화에 그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그러한 까닭에 명확하게 4차 산업혁명을 느끼려면 ‘자동화’, ‘네트워크화’, ‘시스템화’ 등 4차 혁명이 강조하는 단어의 ‘목적어’에 주목할 수 있다. 도대체 무엇을 자동화하고, 무엇을 네트워크화하며, 무엇을 시스템화할 것인가? 알고 보면 이 ‘무엇’은 대부분 낙후된 기존 산업이 해당한다. 특히나 기존에는 효율화에 한계가 있거나 효율화에 관심조차 가지지 않았던 한물 간 기성 산업이 4차 산업시대 주인공으로 부상하는 추세다.

오래된 업종에 젊은 인재들이 뛰어드는 현상. 가장 촉망받는 분야 중 하나는 축산업이다. 마장동으로 대표되는 축산업 1세대의 자녀가 어느 덧 청년층으로 성장하면서 사업을 이어받는 현상인데, 기존의 폐쇄적인 유통 구조를 스스로 뚫고 데이터를 접목시켜 새로운 스타트업을 시작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당일 주문, 당일 도착을 핵심 가치로 내세우는 ‘육그램’은 2017년 12월에 공식 오픈을 했고, 채 2년도 되지 않은 올해 4월 3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거래규모가 큰 B2B 시장을 버리고 개인 소비자에게만 집중하며 ‘초신선’을 콘셉트로 내세운 ‘정육각’의 공동창업자 4명은 2019년 포브스가 뽑은 ‘30세 이하 아시아 리더’에 선정됐다.

고기에 비해 시장규모는 작지만 세탁업도 주목받는 분야다. 지금도 동네 세탁소 대부분은 카드를 ‘당연한 듯’ 받지 않는다. 카드결제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암묵적으로 현금 거래가 이뤄지는데, 그만큼 오래된 산업에 고착화된 문화의 형태가 관행처럼 여겨왔다. 크린토피아를 비롯한 프랜차이즈의 등장으로 카드 사용이 일상화 된 것도 최근의 변화다. 여전히 많은 업장에서 싫은 표정을 드러내는 것이 현실이다.

‘세탁특공대’는 이런 낙후된 세탁업 분야에 뛰어들어 창업 3년 만에 30억 투자에 성공했다. 고객이 원하는 장소에서 세탁물을 수거하고 배달해주는 세탁 O2O 서비스다. ‘오늘 수거, 내일 배달’이라는 콘셉트로 바쁜 직장인이 많은 서울 서초, 강남을 중심으로 성장했다. 4월 중 서울 전 지역으로 서비스를 확대한다. 아직 서비스가 가능한 지역이 극히 제한적인 현실임에도 가능성을 인정받은 셈이다.

패션 산업에서 가장 시스템이 덜 갖춰진 사각지대는 아마도 검품이 아닐까. 생산과 출고는 어느 정도 자동화가 이뤄졌지만, 그 중간 과정인 검품과 포장은 아직도 서울 동대문 인근의 창고 같은 검품소에서 체계 없이 진행 중이다.

지난 10월 서비스를 시작한 ‘위팩’은 광고 없이 론칭 6개월 만에 서울 성수동에 2호점을 오픈하며 ‘검품 스타트업’이라는 낯선 분야 개척에 성공했다. 입고되는 제품을 클라우드 서버에 리스트업하고 품목별로 바코드 관리를 하여 입·출고량에 오차가 없도록 하고 있다. 클라이언트의 요구에 따라 검품부터 고객 배송까지 처리하며, 해외배송비를 70% 이상 낮추는 등 남다른 발상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 모든 서비스는 ‘O2O(Online to Offline)’라고 부르는 신호탄을 타고 가파른 성장세를 달성하는 추세다. 배달의 민족, 우버, 에어비앤비, 직방 등 지금은 공룡 기업이라 불리는 곳이 앞으로 기대되는 한때는 저성장 사양산업이라 불렸던 육가공, 세탁, 검품 산업의 선배인 셈이다. 유니클로나 자라가 수많은 패션기업의 공격적 행보에도 불구하고 굳건히 지금의 위상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탄탄한 O2O 시스템의 효시에 기인한 것. 4차 산업혁명은 작게는 ‘O2O의 일반화’, ‘O2O의 대중화’로 봐도 무방하다.

세계 O2O 서비스의 선두주자는 단연 아마존이다. 작년 1월 아마존은 세계 최초의 무인 편의점 ‘아마존고’ 매장을 열었다. 지하철 개찰구처럼 생긴 출입구에 스마트폰을 찍고 들어가 물건을 집어 들고 나오면 끝이다. 결제를 하기 위해서 줄을 선다거나 하는 일은 없다. 그냥 들고 나가면 된다. 서점 ‘아마존북스’, 신선식품 픽업서비스 ‘아마존 프레시’ 등 연이어 오프라인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임대비나 인건비, 유통 지역의 한계 등 여러가지 제약 요인으로 온라인에서 사업을 시작한 기업이 틀을 벗어나 현실세계로 활동 영역을 넓혀나가고 있다. 온라인의 오프라인 진출이라는 신호탄을 가장 먼서 쏘아올린 아마존은 O2O 생태계의 심장역할을 겸하며 모든 것을 먹여 살릴 기세로 거친 숨을 고르고 있다.

이 모든 것이 현재진행형이다. O2O 서비스조차 구매부터 결제까지 일련의 과정을 더욱 간소화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준비 막바지에 달한 드론 배송이 상용화 단계에 돌입하면 생산 이외의 거의 모든 과정은 자동화라는 키워드 하나도 통할 전망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의 원초적인 토대에 기존 산업이 자리한다는 점이 우리가 읽지 못하는 4차 산업의 실체다.

그렇기에 4차 산업을 단순히 새로운 기술 혁명으로 치부하면 남의 얘기밖에 되지 않는 현실. 답답한 문제점이나 해결해야 할 개선점을 발견하는 순간이 바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그린라이트다. 그리고 주어진 기회를 예의주시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전개할 수 있다면, 그가 바로 4차 산업혁명의 주인공이 될 가능성이 크다. 당신은 4차 산업혁명의 기회를 잡을 준비가 되었는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지만 아무나 포착하지 못하는 기회 속에 ‘4차 산업혁명’이 숨쉬고 있다.


By 김신강 에디터 Shinkang.kim@weeklypost.kr
〈저작권자ⓒ 위클리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