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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그렇게 떠난 당신 ‘백수 된다’

시사/정치/사회/행사/취재

by 위클리포스트 2016. 1. 23.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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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처세술  ]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그래서 떠난 당신 ‘백수 된다’





- 떠남을 장려하는 베스트셀러~ 하지만 그건 1%의 이야기
- 정작 떠나고 난 이후는 누구도 대신할 수 없어.
- 힘들어서 떠났는데, 돌아왔더니 더욱 힘든 세상.

글·사진 : 김현동(cinetique@naver.com)




[2016년 01월 23일] 직장인 약 3·5·7년 차가 되면 비슷한 슬럼프에 빠진다. ‘지금의 일이 나와 맞나?’ 는 고민을 시작으로 만약 함께 일하던 동료 중 승진누락 또는 징계로 인해 그만두는 낙오자라도 발생하면 그 다음 날부터는 ‘이곳이 평생직장인가?’는 괴리감에 빠져 허우적거린다.

중요한 것은 그 어떤 것도 명쾌한 해답이 될 수 없지만, 자신을 점점 깊은 수렁의 늪에 밀어 넣고 고민하고 끊임없이 고민하고 급기야 고민 상담 대상으로 친구를 찾게 된다. 그것도 하필이면 평소 아주 열심히 놀고 있는 친구를 말이다. 물론 오랜만에 찾아온 친구를 매몰차게 내치기란 어렵다. 그렇다 보니 십중팔구 나름 우정이랍시고 이렇게 격려한다. ‘그게 해답이 될 수 있어! 너의 선택을 지지한다. 친구야~’ 어찌되었건 결과는 남의 일이니까!


만약 이 과정을 겪고 있거나 주변에 누군가가 고민하고 있다면
‘배가 불러 쓸데없는 고민에 빠졌다’라고 따끔하게 지적함과 동시에
‘정신 차려~ 친구야~’라고 가차 없이 다그치는 것이 현명하다.



매년 등장하는 베스트셀러의 공통점이다. 직장 생활의 지루함을 달래기 위한 목적보다는 또 하나의 탈출구라는 의미를 담아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고 부추긴다. 일 잘했다고 휴가 가란 이야기가 아니다. 회사를 그만 두고 쉬라는 뜻이다. 오랜 직장생활에 지쳐있고 때마침 마음도 들떠있는 상태겠다. 베스트셀러 조차도 떠나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격려성 주문을 외치고 있으니 십중팔구 팔랑귀를 지녔다면 ‘떠남’에서 해답을 찾는다.

다녀와서 새 출발 하자~ 는 외침과 함께 주섬주섬 가방을 챙기고, 다음날 상사에게 전쟁에서 승전보를 외치며 돌아오는 장군의 위세로 ‘사표’를 자랑스럽게 던진다. ‘굿바이~ 내 일터~ 그동안 너 떄문에 스트레스 좀 받았다. 이제는 좀 쉬고 싶다.’는 이유를 전면에 내세워 그 누구의 만류에도 마랑곳하지 않고 등을 보인다. 새로운 방식의 도피는 그렇게 현실에서 일사천리로 착실하게 실현된다.

물론 모든 이가 같은 노선을 걷는 것은 아니다. 상당수의 직장인이 겪는 과정이지만, 슬기롭게 대처하지 못한 몇몇 소수 또는 사회초년생만이 되돌리기 힘든 마침표를 찍고 다음을 기약하기 힘든 여행길에 오른다. 그때의 느낌은 뭐랄까~ ‘지금의 행동이 모든 일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확신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정작 먼저 같은 행동을 취했고, 동일한 연장선을 밟아본 이의 경험에 따르면 ‘되돌아 왔을 때 받아주는 것은 텅빈 통장 잔고와 백수라는 타이틀, 그리고 경력을 연장하기에는 장애물이 되어버린 긴 공백기’라는 것.

시작은 머리 좀 식혀서 좀 더 현명한 미래를 찾아 나아가겠다는 큰 포부였겠지만, 예상치 못한 결과로 이어졌고 ‘또 한 명의 청년실업자’ 명단에 당당하게 이름을 올리고 만다. 애초에 기대했던 노림수는 이것이 아니지만 의지와는 상관없이 또 하나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그 모양새야말로 진정한 ‘낙오자’의 형국 아니겠는가!

그렇다! 베스트셀러가 언급하는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의 문구는 진짜 떠나라는 것이 아닌 ‘열심히 일해야 한다’는 것의 역설일 뿐이다. 유독 한국말이 어렵다 하는 것은 그 말의 속뜻을 파악하기 힘들기 때문이며, 베스트셀러의 자리까지 올라간 것은 말귀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정말 명쾌한 주장이 될 수 있지만, 이해하게 된다면 ‘역시 고단수구나’라는 말에 어울리는 그 치열한 세상에서 이리 봐도 통하고 저리 봐도 통할 수밖에 없는 정치적인 처세술의 결정판이기 때문이다.

“현실은 신의 한 수로 모든 것이 뒤바뀌는 정치도 그렇다고 요행이 통하는 곳은 더욱 아니다. 그저 평범한 개개인이 모여 움직이는 하나의 톱니바퀴일 뿐. 소속되어 있는 그 순간순간에 나만 힘들 것이라는 착각은 버려라. 어차피 내가 힘들면 남도 힘들고, 모두가 힘든 것은 마찬가지다.

지금의 자리에서 적응하지 못하면 결국 낙오자가 되는 것이고, 그게 아니면 대응하고 대처하라. 그게 직장생활의 정도이자 베스트셀러가 언급하지 않는 숨은 진실이다. 극적인 신데렐라 스토리 하나만을 꿈꾸며 사직서를 품에 간직하고 절묘한 제출 타이밍만 노리고 있는 어리석은 친구여~ 어른이면 어른답게 현실을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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