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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인턴, 70 청년을 통해 삶의 지혜를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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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클리포스트 2015. 12. 26. 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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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뷰 · 영화 ]
70세 청년에게 삶의 지혜를 배우다. ‘인턴’
행복 증후군에 시달리는 젊은 청춘 필수 영화





- 지식과 지혜. 그 무거움을 측량하다.
- ‘행복’ 증후군에 시달리는 현대인의 행복 나침반
- 웃기지 않는 담백한 코미디 영화 한편

글·사진 : 김현동(cinetique@naver.com)
영화(http://me2.do/xx1B1nvs) 바로보기




[2015년 12월 26일] - 어쩌다 한 번 들리는 나이 든 어르신의 한 마디가 따갑게 느껴질 때가 많다. 의도와 상관없이 그저 ‘잔소리’쯤으로 치부되는데’이건 이렇게 해야지’ ‘저건 저렇게 해야지’라는 말조차 불편하다. 당장 눈앞에 펼쳐진 이득과 기회를 쟁취해야 하는 삶 속에서 지내는 현대인에게 오랜 연륜에서 우러나오는 ‘지혜’는 ‘지식’의 무게보다 여전히 가볍다.

하지만 정작 속내를 털어놓을 때 혹은 쉽게 말하지 못한 삶의 조언을 구해야 할 때에는 그저 어르신의 ‘자문’을 듣는 것만으로도 개운할 때가 많다. 그것은 단순하게 나이가 많아서가 아닌 거쳐온 삶의 혜안과 오랜 통찰력이 바탕이 된 살아있는 지혜가 고개를 끄덕이게 하기 때문이다.

영화 ‘인턴’의 처음부터 끝까지의 스토리는 그렇게 전개됐다. 한국 사회에서 70이라면 60 정년을 채우고 집에서 손자나 보며 뒷방 노인으로 지내는 쓸쓸한 노년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렇기에 영화 속 주인공이 70세라는 것만으로도 다소 현실감각이 떨어지는 영화라는 지적이 나올 만하다.

하지만 영화는 결국 ‘지식보다 중요한 것은 지혜’라며 물질 만능주의 시대에 거주하는 우리에게 따끔한 일침을 놓는다. 아무리 첨단 기술과 지식이 넘쳐나는 물질 만능 시대라고 한들 결국 사람을 이롭게 하는 기술과 지식은 지혜에 기반을 두고 있다며 변화를 주문한다.

영화는 헛 똑똑이인 동시에 잘난 척만 늘어놓는 가방끈 긴 인재에게 당신이 유능하지 않은 이유를 명쾌하게 늘어놓으며 마침표까지 찍어 기를 꺾었다. 보는 내내 남의 이야기 같으면서도 나의 이야기 같은 묘한 동질감에 점점 숨을 곳을 찾게 하는 매력에 이를 지켜보는 관객의 마음을 쥐락펴락하며 긴장감을 선사한다.

느긋한 70세 노인을 고용한 30대의 젊은 여성 CEO. 영화 속 둘 다 당신 나이에서는 충분하게 성공한 인생이었지만 30대의 젊은 CEO는 늘 만족하지 못했다. 반면 70세를 넘긴 노인 벤은 과거에도 그랬지만 인턴으로 일하는 이 순간에도 행복하다. 더 가지지 못해 초조한 30대 CEO와 조금 덜 가져도 만족스러운 70대 인턴.

이는 풍요로운 호황기를 거쳐 안정화된 삶을 누리고 있는 노년의 여유로 보일 가능성도 있지만,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의도는 그게 아니다.

늘 경쟁구도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삼포 세대’와 ‘오포 세대’에게는 다소 억측으로 보일 가능성도 있지만 분명한 것은 영화 속 70대 노인이 40년간 평범한 노동자로 지냈고 그 모습은 우리 부모세대가 거쳐 온 과거를 떠올린다는 것이다.

젊은 세대를 위로하거나 무능함을 비판하자는 것도 아니다. 본인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방법에 대해 70대 노인은 지나온 인생을 통해 증명했다.

은퇴하고 나니 할 것이 없어 일단 세계여행부터 다녀왔다는 그는 남의 시선을 의식해서 아침마다 스타벅스로 출근했다. 여느 정년퇴직자가 그렇듯 얼마 못 가 부질없다고 여길 무렵 우연히 ‘인턴’ 구인 공고를 접하고 ‘내 삶에 난 구멍을 채우고 싶다’는 내용의 영상을 담아 지원했다고. 그렇기에 평생을 아날로그 환경에서 지내온 70대 노인 벤과, 평생을 디지털 환경에서 지내 온 쇼핑몰 CEO 줄스의 애환이 서로에게 멘토가 되어가는 과정은 감동 그 이상의 깊은 훈훈함을 연출했다.

때로는 아빠가 딸에게 해주는 조언 때로는 딸이 아빠를 통해 들었으면 하는 이야기가 영화가 진행되는 내내 잔잔하게 펼쳐졌다. 너무도 일상적인 이야기이며 너무도 어처구니없는 이야기라는 점이 영화의 무게감을 적절하게 조절하는 데 큰 효과를 발휘했다. 여기에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여실히 증명한 벤의 70대 노익장에 보는 내내 웃음이 터진다.

은퇴 이후 인생 2막을 장식한 ‘인턴’의 삶. 그저 한국 사회에서는 길어봐야 2년 단기 계약직에 좌절만 안겨주는 몹씁 일자리를 일컫는 단어에 불과하지만 영화 속의 ‘인턴’은 경쟁하지 않고 본인만의 가치를 발휘했다. 흡사 그 모습을 CEO가 본다면 고용하고 싶은 너무나 매력적인 ‘인턴’의 모습의 정석이랄까!

그러한 ‘인턴’이 내놓은 지혜는 이렇게 발버둥 치나 저렇게 발버둥 치나 결국은 ‘행복한 삶을 추구’하기 위한 몸부림이니 자아를 믿고 나아가라! 며, 모두가 알고 있지만 인정하지 않는 평범한 진리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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