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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니셜D 의 족보를 계승하다, 2010년 미쓰비시 랜서

자동차/시승기/리뷰

by 위클리포스트 2015. 2. 6.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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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동차 시승기 ]
이니셜D 의 족보를 계승하다.
2010년 미쓰비시 랜서





- 만화와 영화로 유명세를 탄 브랜드
- 당당한 풍채와 달리 현실은 패밀리카
- 민첩함 대신 안정감을 추구한 모델
글·사진 : 김현동(cinetique@naver.com), 정경학(자동차 칼럼니스트)
비쓰비시 모터스(http://www.mitsubishi-motors.com/)


자동차에 관심이 많다면 미쓰비시 자동차는 특별한 의미를 지닌 브랜드다. 만화 이니셜D와 영화 분노의 질주에 등장해 한 순간 유명세를 누린 브랜드이기 때문.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회사의 한국 진입은 실패였다. 간신히 중국 시장에서 판매율이 상승하고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불운의 자동차 회사이며 동시에 마니아가 많은 브랜드. 이 회사에서 출시된 차량 가운데 랜서는 제법 호불호가 나뉘기에 그 이유가 궁금해졌다.

90년대를 지나왔던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아마 미쓰비시라는 메이커가 낯설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자동차에 관심이 많다면 미쓰비시의 랜서 에볼루션이라는 사기 캐릭터에 대한 존재를 무시할 수도 없다. 하지만 시승한 차량은 랜서 에볼루션이 아니고 그냥 평범한 세단인 '랜서'에 불과할 뿐이다.





찬바람이 쌩쌩 불고 매서운 동장군이 한껏 기세를 부리던 그날, 새 차 냄새가 아직 덜 빠졌던 2010년형 랜서가 잠시 머물다 갔다. 신형 랜서의 겉모습은 얼핏 보면 랜서 에볼루션이라 착각할 정도로 닮은꼴을 했는데 이는 랜서를 평범하지 않은 세단으로 보이게 해 주며 앞차의 룸미러에 압박감을 주기에 충분히 위압적이다.

자동차의 미적 감각은 휠 에서 발휘된다고 하지 않던가! '나름 수입 세단이에요~'라는 것을 의미하는 듯 대구경의 18인치 알미늄 휠을 장착한 것도 부족해 사이드 립 에어댐을 장착해 한껏 멋을 부렸다. 여기에 거대한 리어 스포일러, 블랙베젤을 적용한 리어 램프로 포인트를 줬는데 종합하자면 한층 더 스포티한 결과를 자아낸 요소랄까!






세단이긴 하지만 실내 공간은 랜서 에볼루션의 흔적이 그대로 담겨있다. 시트와 기어체인지레버를 빼면 본 차량은 고성능 차량이다라고 우겨도 모를 정도로 같은 형태를 답습했다.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아날로그 스타일의 공조기 조작을 선호하여 그렇기에 랜서의 오토에어컨 다이얼은 정말 맘에 드는 점이었고 손에 닿는 촉감 또한 충분히 부드러웠다.

자동차에서 오디오는 약방의 감초와 같은 존재다. 락포드 포스 게이트의 650W출력 8채널 앰프와 9개의 스피커(1개 서브우퍼 포함)로 도배가 된 차량에서 듣는 소녀시대의 2집 정규 앨범은 아저씨의 마음을 울리기에 충분했다.

다만 크기로 넘어가면 미쓰비시 랜서의 강점은 다소 힘을 잃는다. 길이 4,570mm, 폭 1,760mm, 높이 1,490mm, 휠 베이스 2,635mm이며 중량은 1,430kg으로 이 스펙은 동급 경쟁차종인 혼다 시빅보다 약간 크지만 휠 베이스는 짧고 무게는 200kg가까이 더 나가는 비정상적인 비만형이다. 미안하게도 한국 차량과 비교를 하면 소나타와 아반떼의 중간 체급에 위치할 정도의 어중간한 포지션이라고 이해하면 되겠다.


# 리터당 11.4km 연비로 질주본능 자극
6단 무단변속기의 조화로 손맛은 다소 부족
패들쉬프트도 있지만 효용성은 꽝!




자동차의 심장은 엔진이다. 랜서의 심장은 현대, 크라이슬러, 미쓰비시 3사 합작법인을 통해 사들인 현대의 세타엔진에 기반하고 있는데, 이를 개량한 4B11엔진이 도입되어 있다. 도입 시기를 본다면 약 10기형 랜서부터 기존에 사용했던 4G63엔진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것이다.





4B11엔진은 세타엔진의 알미늄 블록에 최적의 밸브 타이밍을 제공하는 가변식 밸브 기술인 MIVEC이 적용됐으며, 최고출력 145마력/6,000rpm에 최대토크 19.8,km•m/4,250rpm을 발휘하는 녀석이다. 여기에 미쓰비시는 6단 스포츠 CVT 변속기를 장착하여 리터당 11.4km의 연비를 뽐냈는데, 나름 운전의 재미를 더해주는 패들쉬프트를 제공한 것까지만 좋았다.
어찌어찌 하면 이를 통해 변속도 가능하지만 스티어링휠에 달려 있는 형태가 아니기에 핸들을 돌리면 패들쉬프트가 같이 따라오지 않아 엔지니어가 무슨 생각으로 도입 했는지 내심 궁금할 뿐이다.


# 나름 패밀리 세단이다.
질주본능은 잠시 숨겨도 좋다
빠름 보다는 느리게를 추구하라!




그렇다면 달리는 성능은 어느 정도일까? 이니셜D를 내심 떠올리며 가속페달을 밟았다. 반응은 즉답적이지 않지만 느린 수준도 아닌데다가 운전에 불편을 주는 요소도 없이 그저 무난한 스타일이다. 깊숙하게 밟았을 경우 CVT변속기의 특징인 무단 변속이 100km/h가 넘는 속도까지 꾸준히 가속을 하지만 다소 땡기는 맛은 약하게 느껴진다.





뭐랄까! 전반적인 동력성능은 2000cc배기량을 가진 다른 세단들에 비해 아쉬움이 남는다.

시승했던 차량은 Danamic사양의 모델로 스포츠 서스펜션과 215 45 18 휠 타이어, 프론트 스트럿바가 장착 되어 있으며 탄탄하면서도 불쾌감 없이 노면을 읽고 고속에서는 안정감 있는 주행능력을 보여줬다. 주행 중 긴급 대처를 해야 하는 위기 상황이 발생한 것을 가정하여 스티어링을 좌우로 돌리며 차량의 무게 중심을 흔들어본 결과 민첩한 움직임은 아니지만 묵묵하게 운전자의 의도대로 차량이 반응한다. 이는 의외의 성능이며, 눈 위에서는 ASC가 수시로 작동하며 차량을 제어 해 미끄러지지 않고 안전하게 돌아나가는 특징을 보인다. 브레이크 반응은 예민하지 않아 튜닝 요소가 필요해 보인다.




다소 시기가 지난 차량인데다가 본 리뷰가 2012년을 기준으로 작성된 것을 감안하면 당시 환율 기준 2010년 형부터 가격이 대폭 인하돼 다이나믹 모델은 2,990만원 부터 스페셜 모델은 그보다 240만원이 저렴한 가격대에 형성 돼 있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세단이기에 젊은 층 부 터 여성운전자까지 모든 연령층에 두루뭉실하게 대응 가능한 차종이다. '무슨 소리냐! 랜서를 가지고' 할 수 있겠지만 결코 외면하지 말아야 할 중요한 사실은 본 차량은 평범한 미쓰비시 랜서라는 것을 재차 상기해야 할 것이다. 고성능인 랜서 에볼루션이 아니라는 사실.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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