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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로미오와 줄리엣(2013) : 철딱서니 없는 사랑의 비극적 결말!

생활/문화/리뷰

by 위클리포스트 2013. 4. 25.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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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면 안될 자의 ‘자업자득’ 결과물 완성판!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 : 철딱서니 없는 사랑의 비극적 결말!
글. watch!t (cinetique@naver.com)
윈두커피 향 머무는 감성웹진. 워치잇 (http://watchit.kr/)

셰익스피어의 희곡 중 가장 많은 사랑을 작품이 아닐까 싶다. 서로 목복하는 집안에서 태어난 로미오와 줄리엣이 첫눈에 반해 불꽃같은 사랑을 나눈 것도 부족해 헤어지라는 양쪽 가문의 반대도 불사하고 사랑을 지키려다 죽음에 이르게 된다는 비극적인 내용. 하지말았어야 하는 본격 연애사를 가지고 그간 우리는 너무 많은 콧물과 눈물을 쏙 빼왔다는 생각은 왜 못했을까! 아직 덜 성숙한 철부지 어린 남녀의 금지된 사랑 내용을 아름다운 사랑으로만 미화시키는데 급급했지 그 문제점에 대해서는 누구도 지적하지 않았다. 하지만 2013년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은 다른 시선으로 정곡을 찔렀다. 현대적인 해석으로 고전인 원작을 냉철하게 해석한 것도 부족해 고전의 지루함까지 날려버린 풍자극이라 언급하고 싶다.



원수 집안의 아들과 딸이 하지 말라는 결혼을 하게 되면서 난장판이 되는 이야기다. 사람이 죽어 나가는 최악의 상황을 보고 낭만적이라고 해석할 수 있었던 건 사랑을 아름답게 풀이하고 싶었던 평론가의 고지식한 편견이 아닐까 싶다. 이 결혼은 시작부터 하지 말았어야 했다.

비극적인 결말이 뻔히 보이는 상황에서 앞뒤 안 가리고 덤벼든 구애를 막지 못한 두 집안도 잘한 건 없다. 혈기 왕성한 철부지 어린 남녀가 가문의 법도를 무시한 채 사랑이랍시고 날뛰면 어떤 결말에 이르는지를 제대로 보여준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막았더라면 적어도 억울하다는 하소연을 하는 사태에 이르지 않아도 됐을 테니 말이다. 한마디로 풀이하자면 ‘로미오와 줄리엣’은 금지된 사랑을 선택한 자가 감내해야 할 ‘자업자득’ 결과극인 셈이다.



# 금지된 사랑의 시작, 2013년 판으로 컴백!

시작은 '쿨' 했지만 마지막은 '핫'했다. 14살 어린애를 상대로 한 혈기어린 어른의 저돌적인 사랑 극은 진지한 상황에서도 웃음을 자아내는 묘한 매력을 풍겼다.

셰익스피어의 원작을 모티브로 따왔지만 현대식으로 풀이한 연출의 의도가 십분 반영 돼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의 식상함은 온데간데없이 젊은 감각 만으로 완성됐다. 덕분에 감칠맛 나는 사랑싸움이 아닌 피 튀기는 사랑싸움의 절정을 기대해도 좋다. 극이 종료될 때까지 다섯 명의 배역이 자비 없는 죽음으로 내몰리는 극이 어디 흔한가!

다르게 생각해본다면 로미오와 줄리엣이 원수 집안이 딸과 아니었다면 다섯 생명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 에 대한 답이 될 수 있다.

분명 축복받으며 결혼식은 올렸겠지만 14살의 철부지 줄리엣은 뒤 늦게 세상 물정을 깨닫고 로미오에게 벗어나려고 발버둥을 쳤을 테고, 로미오 또한 첫눈에 반한 줄리엣에게 콩깍지가 벗겨지면서 바람기 다분한 청년으로 되돌아갔는 식상한 내용이 되겠다. 따져보면 로미오와 줄리엣이 오늘날까지 사랑받을 수 있었던 주된 이유는 금지된 사랑이었기 때문이다. 하지 말라는 것은 더 하게 되는 반발 심리의 재발견이랄까! 원래 금지된 사랑이 재미난 법이다.


# 고전의 유쾌한 재발견, 로미오와 줄리엣

눈물 콧물 쏙 빼는 원작의 아련함은 발견하기 힘든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

약 1시간 50분간의 러닝타임 중 셰익스피어 고전이 현대를 배경으로 각색돼 관객을 맞는다. 거대한 계단무대로 나뉜 두 개의 공간이 합쳐지고 다시 분리되면서 단절과 화합을 상징했다. 첫 눈에 반한 두 남녀의 첫 사랑의 풋풋함부터 농염한 사랑까지 고르게 답습했다. 아쉬운 점은 원작에서 클라이맥스만 따왔음에도 내용이 많았다는 것.

지금껏 접할 수 없던 색다른 로미오와 줄리엣의 묘미를 더해주지만 원작의 요소는 과감히 치고 젊은 감각 위주로 내용을 부각시켰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여운이 남는다. 그렇지만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영화 속의 음악을 접하게 될 줄을 그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동시에 유모의 립싱크 장면은 관객의 배꼽을 잡게 만든다. 여기에 뻣뻣하게 굳어진 줄리엣의 연기에 극중 진행되는 분위기와 다르게 객석은 이미 웃음폭탄을 맞은 지 오래.

게다가 원작의 잔혹함이나 복수와 응징, 죽음 따위는 아랑곳 하지 않는 호탕한 작품이다. 셰익스피어의 원작을 답습한 구성 때문에 완전히 별개의 작품으로 완성될 수는 없었겠지만 극중 배경인 몬태규 가문과 캐플렛 가문의 딸과 아들이라는 점을 빼면 新 로미오와 줄리엣인 셈이다.

복수를 앞세운 ‘로맨스’ 러브스토리 이었던 로미오와 줄리엣의 색다른 재발견. '사랑' 앞에서 한 없이 강할 수도 있는 것이 사람이지만 '사랑' 때문에 한 없이 약해질 수 있는 것 또한 사람이 아니겠는가.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의 2013년 현대판 이야기는 그렇게 관객에게 색다른 재미를 안겼다.

로미오 역에 홍아론, 줄리엣 역에 함수연, 유모 역에 곽수정, 캐플리트 역에 이종승, 캐플리트 부인 역에 강정윤, 에스컬러스 영주 역에 김무형, 몬테규 역에 황석하, 몬테규부인 역에 한은주, 로렌스신부 역에 이승헌, 티볼트 역에 강신구, 머큐쇼 역에 서유성, 벤블리오 역에 이성열, 패리스 역에 유병조, 피터 역에 장근영, 하인 역에 허정이와 김하늘이 열연했다.

기획 공연제작센터, 양승희 연출의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은 4월 19일부터 오는 28일까지 서강대학교 메리홀 대극장에 오른다. 평일 7시 30분, 토요일 3, 7시, 일요일 4시 관람가능. 공연문의 010-4806-2341 ⓒwatch!t (cinetiqu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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