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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여성 5인조'피그밴드' 세상을 향해 외치다!

생활/문화/인터뷰/칼럼

by 위클리포스트 2013. 3. 23.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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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뮤지션 ]
예쁘고 가녀린 여성 밴드? 힘차고 당돌한 ‘피그밴드’
우여곡절 끝에 나온 첫 앨범 ‘Progressive In Groove’




- 여성 5인조 프로젝트 그룹 ‘피그밴드’
- 베이시스트 정선화, 건반 이지안, 보컬 이설희, 일렉기타 김하경
- 발품 팔아 앨범 낸 자급자족 뮤지션의 당돌한 도전

글·사진 : 김현동(cinetique@naver.com)



[2013년 3월 23일] - 세상 모든 사물이 마냥 신기하게 보일 4살 꼬맹이 시절에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다고 말하는 건반. 중학교 1학년이던 14살 무렵에 처음 밴드에 들어가 음악을 즐겼다고 주장하는 일렉기타. 아이돌 가수를 강인하게 트레이닝 시켜 데뷔시켜낸 호랑이 선생님 출신의 보컬.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음악을 하는 그 순간만큼이 살아온 지난날 중에 가장 행복했다고. 그래서일까? 오랜 시간 음악을 했음에도 갈증에 시달려야 했으며 더 늦기 전에 목마름을 해소하기 위한 결단을 내려야만 했다. 예쁘고 어린 나이 일색의 요즘 밴드와 다르게 산전수전 다 겪어 봤음직 한 성숙한 나이에 세상을 향해 외침을 시작한 여성 5인조 프로젝트 그룹 '피그밴드'가 모습을 드러냈다.


# 여성 5인조, 모이더니 밴드 해볼까?
한마디에 앨범 출시까지 속전속결
음악할 때가 행복하다는 여자들
밴드 경험 살려 각 파트별로 완성


"나이 한 번 맞춰보세요?" 건반 이지안은 인터뷰차 만나게 된 필자에게 대뜸 이같이 말했다.

옆에 있던 보컬 이설희 와 일렉 담당 김하경도 잔뜩 기대에 부푼 표정으로 눈을 마주쳤다. 이 상황에서 드는 생각은 여러 가지다. 무슨 의도인가를 생각하기도 전에 떠오른 것은 여성 가수가 자신의 나이를 물어보는 건 무슨 자신감이지 라는 궁금증이다. 이래저래 답변하기 곤란한 사안인 것은 분명하다. 당돌하다 못해 세상에 대해서 두려움이 없다는 몸짓으로 봐야 할지?

여타 가수와 달리 '피그밴드'의 앨범은 속전속결로 제작되고 완성됐다. 탄탄한 기획사도 없고 안정된 자금도 갖추지 못한 정확히 말하면 어설픈 상황. 아무것도 없던 환경에서 자급자족 앨범제작에 돌입했다. 이유를 물어보니 밴드 활동을 해야 한다는 의지만으로 지금에 이르게 됐다는 것. 적게는 3년 길게는 10년이 넘은 음악생활을 해 왔던 이들이 뜻이 맞고 생각이 맞고 성격까지 잘 어울린다는 이유를 들어 건반 이지안이 발품 팔아가며 이야기 꺼낸 것이 밴드 결성에 이르게 됐다.

“세상을 향해 우리 목소리 내볼래요? 단 한명에 불과할지라도 우리 음악을 듣고 행복할 수 있다면 감동적일 것 같아요.” (이지안)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인 건 보컬 이설희다. 보사노바 프로 무대에서 활동하고 있던 실력파 이설희에게 새내기 밴드로 활동해보는 게 어떻겠냐? 는 제안이 가당키나 했겠는가! 다수의 영화음악과 CF 음악에 자신의 목소리가 깔린 바 있으며 지금은 강단에서 연예 지망생을 상대로 호랑이 트레이너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이설희지만 처음 지안이의 제안을 받고 솔깃한 마음을 숨길 수는 없었단다.

“연예 지망생을 무대에 세워두면 감이 오거든요. 지안이는 다른 아이와 달랐어요. 저를 처음부터 웃겼거든요. 사실 사람을 처음 대하면 누구나 주눅이 들고 친해지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한데, 지안이는 처음부터 몇 년을 알고 있던 동생처럼 편하게 다가왔어요. 이런 지안이의 제안에 망설일 이유가 없었던 거죠. 이 친구가 하면 된다~ 그 믿음인 거죠” (이설희)

두 번째로 만난 이는 20대 초반의 앳된 김하경이다. 학구열에 불타는 중학교 1학년 시절 공부보다는 밴드 활동에 끌려 잠시 방황도 해봤다고 자신을 소개한 하경은 활동 제안을 받은 당시에는 홍대에서 밴드 활동에 한창 임하고 있던 시기였다.

“지안 언니를 처음 접했을 때 이런 생각도 했어요. 왜 이렇게 웃는 거야~ 나중에는 무섭다는 생각도 하게 됐어요. 진심으로 웃고 있는 거예요. 사람을 따뜻하게 감싸주며 힘을 북돋워 주는 응원의 웃음 있잖아요. 같이 밴드를 해보자는 제안이 너무 행복했어요” (김하경)


# 시작은 했는데, 행동으로 옮겨보니 쉬운 거 하나 없더라!



밴드 활동을 하기로 결정은 내렸지만 하나부터 열까지가 익숙지 않았다고. 기획사에서 오랜 시간 트레이닝 경험을 쌓았지만, 막상 누군가의 도움 없이 맨몸으로 세상을 향해 한 발 내딛기 까지는 내려야 할 결단이 쉽지 않아 이들의 앞길을 막았다고 했다. 밴드 이름 결정부터가 난관이었다.


“우리가 아이돌은 아니지 않나, 그렇다고 우리가 못생겼나? 그런 것도 아닌 것 같고. 우리의 개성을 살릴 수 있으며 재미있게 팬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이름 없을까?” 는 고민을 지닌 채 밴드 네이밍 작업에 돌입했다. 다수의 이름 중에 결정된 것은 여전사 이미지를 지닌 '뮤리엘' 섹시함을 지난 다섯 여전사라는 이미지를 어필하기 위해 결정했다. 물론 이들의 구호는 희망 사항에 그쳤지만.

계기는 뮤직비디오 촬영 당일에 터졌다.
촬영하러 온 뮤직비디오 감독의 한 마디가 밴드의 마음을 움직였다. "뮤리엘은 어디 있어?" (뮤직비디오 감독)
이 와중에 누군가의 입에서 나온 한 마디는 "'피그밴드'로 하지! 이게 더 어울리겠네" 이었다.

“살찌게 되면 돼지밴드인데 편하잖아, 살 빠지면 팬들이 보고 너희 돼지 아닌데~”라며 좋아해 줄 것 같은데 어때? 그렇게 뮤리엘로 시작한 여성 5인조 밴드는 피그밴드로 번갯불에 콩 볶아먹듯 밴드 이름 변경 작업에 돌입했다. 여기에 한 가지가 더 있다.

“피그밴드가 그냥 돼지밴드라는 것은 아니에요~ PIG = 프로그레시브 인 그루브. 음악적인 색채를 지닌 밴드라는 의미를 우리끼리 합의해서 의미를 더했는데, 사실 누가 알아줄지가 고민이긴 해요. 하지만 우리가 유명해지면 알아주지 않겠냐고 생각은 하고 있어요. 뚱뚱한 이미지의 돼지 밴드 아니라는 거~ 기억해주실 거죠” (이지안)


# 그래도 여자 가수인데, 섹시 컨셉 해볼까?



어렵게 나온 첫 정규앨범인 만큼 감회가 새롭다는 프로젝트 5인조 밴드 '피그밴드' 타이틀 곡과 후속 발라드로 구성돼 완성됐다. 앨범이 공개됐으니 예정대로 유통해야 한다며 할 일이 한 가지 더 늘었다고 좋아했다. 음반 판매도 직접 뛰겠다는 심산이다. 가녀린 이미지에 섹시한 스타일을 내세워 대중을 공략하겠다는 계획 따윈 안중에도 없어 보였다. 그래도 여자 가수인데 라며 궁금증이 발동했다. 아이돌 가수는 예쁘고 섹시한데, 상대가 되겠어요?

“예쁜 여자 가수가 가녀린 모습으로 노래를 부르고 있는데 어느 누가 싫다고 하겠어요. 고민을 안 한 것은 아닌데 우리와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요. 우리는 무대 위에서 직접 라이브로 연주하고 노래를 불러요. 무거운 기타를 맨 상태로 연주하고, 애교 따윈 어울리지 않는 모습으로 파워풀하게 드럼을 치고,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목소리를 뿜어내는 보컬까지. 5인이 저마다의 개성을 무대 위에 있는 그 순간에는 200%를 발휘하죠. 가녀린 모습으로 음악을 할 수 없는 상황인거죠.”

그러고 보니 5인조 밴드인데 인터뷰에는 3인만 나와 있다. 나머지 두 명의 소개를 부탁했다.

“드럼과 베이스가 일정이 안 돼 참석을 못했어요. 드럼을 맡은 멤버 이해림과 베이스를 맡은 정선화도 피그밴드를 있게 한 주인공 입니다. 드럼의 이해림은 현재 드럼 선생님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원래 소속된 밴드가 있어요. 흔히 여자가 드럼을 친다고 하면 힘이 부족하고 연락하다는 선입견이 있는데 이해림은 달라요. 파워풀하게 치는 몇 안 되는 여성 드러머로써 일단 들어보시면 마음속까지 깊은 울림이 전해질 거예요.”

"베이시스트는 정선화에요. 마찬가지로 오늘 다른 일이 있어서 참석을 못 했는데 죄송해요. 이 친구도 여성 5인조 밴드이니 당연히 여자입니다. 여리고 예쁘고 꾸미는 것 좋아하는 소녀 타입의 천생 여자예요. 여자끼리 있다 보니 가냘픔이 안 통하는 게 단점이긴 한데 연주하는 모습 보면 반할걸요!"

또 한 가지 신기한 점은 피그 밴드를 소개하는 과정에서 자주 등장하는 '프로젝트 밴드'라는 문구. 가만히 들어보니 멤버를 객원으로 구성해 음악을 완성했다고. 1집 앨범을 출시한 밴드가 정규도 아닌 객원으로 구성했다니? 여기에도 남다른 사연이 있을 것만 같다.

“'피그밴드'라는 이름으로 우리 다섯 명이 뭉치기는 했으나 그전부터 각자 활동하고 있는 밴드가 있어요. 20대 초반의 하경이도 중학교 1학년 때부터 홍대에서 밴드 활동을 했으니 적어도 10년 가까운 음악 경험이 있는 셈이죠. 나머지 멤버라고 다르겠어요. 각자의 개성을 모아 하나의 울림으로 완성해보자는 뜻으로 모였으나 의리로 뭉친 '피그밴드'가 자신을 있게 한 기존 멤버를 외면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죠. 여자도 나름 의리에 죽고, 의리에 산답니다.”


# 당차고 당돌한 여성 5인조 프로젝트 그룹 ‘피그밴드’



음악이라는 공통된 매개체를 가지고 비슷하면서도 전혀 다른 환경에서 활동하던 다섯 여성이 똘똘 뭉쳤다. 세상을 향해 겁 없이 맨몸으로 부딪히기를 몇 번이나 반복했을까! 모르는 것은 물어보고 아는 사람에게 도움받고, 넘어지면 다시 일어서며 앞으로 나아가기를 1년.

프로 사진사를 대동해도 부족한 상황에서 여유롭지 않다는 것을 당당히 인정하고 사진을 찍을 줄 아는 지인을 통해 프로필 촬영을 마쳤다. 완벽하지도 그렇다고 멋진 모습도 아니지만, 이 순간만큼이 행복하다고 5인조 '피그밴드'가 동의했다.

힘들게 앨범이 나오고 멤버의 이름과 사진이 들어간 것을 본 첫날. 자신의 차에 손수 상자째 앨범을 싣고 운전해 오는 중에 감격해 몇 번이나 눈물이 돌았다는 이지안.

재미도 있고 힘든 것도 있고, 활동하지 않을 때는 엄한 선생님으로 아이들을 가르치는 그 순간만큼은 기존에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영역을 배운다는 자세로 임하고 있다는 이설희

어린 나이게 걸맞지 않게 음악적인 영감을 중요히 여기고 좀 더 완벽한 뮤지션으로 거듭나기 위해 버클리 입학을 앞둔 막네 김하경.

오늘 이 자리에는 함께하지 못했으나 하모니를 완성하는데 결코 빠질 수 없는 드럼의 이해림과 베이스의 정선화까지 피그밴드의 시작은 소박했지만 5인이나 모였으니 무서울 것이 없을 것만 같다.


“밴드 활동을 많이 해봤지만, 결국엔 사람끼리 부딪치는 과정에서 트러블도 생기고 그러다가 밴드의 부조화가 발생하는 것 같아요. 이 점에서 설희 쌤이나 지안 언니는 나와 잘 지낼 수 있는 사람! 말이 나오자 고민할 것도 없이 승낙했어요. 이런 기회가 어디 흔한가요. 저와 맞는 누군가와 같이 밴드를 꾸릴 수 있는 것은 일대 한 번 올까 말까 한 기회라고 생각해요.” (김하경)

청아한 음색으로 보사노바라는 장르에서 여러 팬의 마음을 녹였던 보컬 이설희와 신예작곡 겸 건반의 이지안 그리고 탄탄한 실력으로 무장한 객원멤버가 모여 완성한 펑크락 앨범 '피그밴드'

타이틀곡 Fantasy는 펑키한 느낌의 밴드 연주와 보컬이 어울러내는 절묘한 하모니가 매력적인 피그밴드의 야심작이다. 후속곡인 단 한 번만 은 절제된 느낌이지만 아련한 감정전달 이 느껴지는 발라드이며 애절한 감성이 귓속에 맴돌아 진한 여운이 남는다.

“우리의 첫 앨범에는 우리가 꿈꿔왔고 소망했던 음악적인 영감을 전부 담았어요. 처음 하는 안무가 좀 어색하긴 해요. 그렇다고 무대에서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잖아요. 안 하던 댄스를 하려니 상당히 어색했지만. 꿈꿔왔던 우리만의 앨범을 내고 나니 프로가 된 것 같아요. ”라며 연신 손가락을 치켜세운다.

“5인조 프로젝트 그룹 '피그밴드'를 진수가 녹아난 음반이 나왔어요!
백 마디 구차한 설명 해서 뭐해요~ 일단 들어 봐주세요.
피그밴드의 진수를 맛볼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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