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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모차르트 :: 악마와 계약한 레퀴엠. 전율이 흐르다.

생활/문화/리뷰

by 위클리포스트 2012. 7. 18.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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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모차르트 :: 악마와 계약한 레퀴엠. 전율이 흐르다.
- 글: 김현동(cinetique@naver.com)

+ 고뇌에 가득한 모차르트를 조명한 인생 뮤지컬
+ 웅장한 하모니에 절도 있는 군무가 보는 재미 듣는 재미를 선사


태생부터가 비극적인 삶이었다. 부와 명예 둘 중에 아무것도 지니지 않던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자에게 주어진 신의 선물이었던 천재성. 그것을 담보로 관습과 대적했지만 문턱은 높았다. 우리가 알고 있었던 천재 모차르트는 없었고 무대 위에 서있던 남자는 거부할 수 없는 숙명을 벗어나려고 발버둥 치던 나약한 모습의 청년에 불과했다.

레게머리에 찢어진 청바지 차림으로 젊음을 뽐내려 했지만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 하지 않았음을 경험했으리라. 젊음을 꽃피우기도 전에 세상의 굴레만 억압당해 숨통을 조여지던 모습을 보였으니까.

벗어나려 애를 쓰고 가족이 박해를 당하는 못된 수모도 차갑게 외면해 봤지만 부질없는 짓으로 돌아갔다. 못마땅하게 여기던 그의 아버지는 마지막 모습까지 따뜻하긴 커녕 차가운 태도로 일관했다. 가족에게 외면당했고 세상에서 까지 버림받은 모차르트가 유일하게 의지할 상태는 음악에 불과했던 것이다.





| 천재성에 발목 잡힌 어린 삶

이 과정에서 주옥같은 작품도 등장했지만 모차르트가 경험했던 인간적인 고뇌와 맞바꾸기에는 부족해보였다. 가학적인 삶과 사랑 사이에서 고뇌하는 인간 모차르트와 젊음을 불태우고 싶었던 그 나이 또래의 모차르트가 무대 위에서 사정없이 난도질당했다.

하지만 모차르트 자신을 사슬에 얽매여 놓게 한 결정적인 것은 세상이나 가족이 아닌 어린 시절 표출되었던 천재성이다. 모두의 주목을 받았고 이를 통해 부까지 거머쥘 수 있었지만 부질없다고 여기고 표출한 모차르트의 한 순간 반항심은 모든 것을 원점으로 되돌려 놔 버린 것. 

결국은 자신을 향한 기대가 한 순간 꺼져버린 것처럼 모차르트를 향한 세상의 관심도 사라지자 과거의 명성을 쫒기 위해 음악에 집착을 보인다. 이로 인해 모차르트는 죽음을 만나게 되지만. 제대로 된 사랑 한 번 받지 못하고 사랑 한 번 하지 못한 모차르트의 삶은 비극이라는 단어로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무대 위에서 끔찍하게 내팽개쳤다.

천재라는 단어로 이 모든 것을 표현하기에는 한 명의 인간이 느껴야 했던 고뇌가 너무도 사실적으로 표현됐다. 천재 모차르트와 인간 모차르트 둘 모두 행복하지는 않았을 것. 이 사이에서 고뇌하던 모차르트는 천재성을 담보로 인간이 겪어야 했던 모든 고통을 다 맞바꾼 것이나 마찬가지일 테니. 행복이냐 천재성이냐를 두고 그 사이에서 저울질 해야만 했던 인간의 고뇌는 결국 삶을 유지하기 위한 천재성에 손을 들어줬지만 그로 인해 자신의 삶도 처참히 망가진 과정이 무대위에서 표출됐다.

내재된 욕망과 표출된 열등감 그리고에 어린 시절의 자아와 수없이 맞닥뜨려진 모차르트는 수없이 악마의 유혹을 뿌리치며 신을 꿈꿨을 만 하다. 그렇게 고통과 맞바꾼 현란한 음표 뒤에 등장한 자유와 사랑에 대한 갈망은 뮤지컬을 통해 관객에게 아픔으로 기억될테니. 천재의 비극적 삶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을 작품이 바로 뮤지컬 모차르트다.

| 주옥같은 명곡이 보는 맛 살려

충격적인 장면은 계속됐다. 천재라는 그림자에 가려져 좀처럼 관심 받을 수 없던 삶을 조명한 뮤지컬 모차르트는 인간의 욕망과 열등감 사이를 교묘히 이간질 시켰다. 생활고 속에서 어린 모차르트가 자신의 재능을 담보로 돈과 맞바꾸면서도 청년 모차르트는 이를 거부했다. 어린시절의 자아와 성년에서의 자아가 서로 상충되는 순간이다.

결국 수없이 두통을 호소하는 모습을 뒤로 하고 자식의 천재성을 가능한 상품화 하려는 아버지의 모습은 갈등의 고리가 됐다. 이를 거부한 모차르트는 모든것을 잃게 되면서 죄책감에 시달렸고 저승사자로 등장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통해 모차르트와 관객은 한 순간 공포를 맞봐야 했다.

후반에 등장하는 비밀결사 단체는 다소 생뚱맞긴 하다. 모차르트에게 마술피리를 완성시킬 것을 강요하면서 세상과의 단절을 재촉하는데 이 과정에서 모차르트가 곡을 향한 집착이 극대화 됐다. 가족을 모두 외면하고 음표 속에 담아낸 자신의 생이 주옥같은 음악으로 승화됐지만 이 과정이 마냥 아름답지 않은 이유다.

단연 손꼽히는 장면은 극 중간 중간에 등장하는 주옥같은 하모니다. 한 천재 작곡가의 비극적인 삶을 등지고 귀를 간질이는 음악에 행복을 느낄 수 있다니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동시에 절제된 표현력도 빛을 발했다. 모차르트의 분신으로 나오는 어린 모차르트인 아마데가 잉크를 대신해 모차르트의 피를 찍어 작곡한다는 장면이다. 미완성된 레퀴엠의 작곡은 모차르트를 결국 사망에 이르게 했고 관객은 이 장면을 통해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

18세기 화려한 무대 의상을 입은 배우가 대규모로 등장하고 이를 배경으로 들리는 오케스트라 선율 여기에 세종문화회관의 넓은 공연장을 상대로 펼쳐지는 군무는 여타 뮤지컬을 압도할 정도로 인상적인 볼거리다. 여기에 초연이 아닌 연이어 합류한 배우의 안정된 성량은 작품의 완성도를 한껏 올려놨다.

다만 모차르트의 전 삶을 아우르려 하다 보니 맛배기로만 지나간 것이 다소 아쉬움을 남긴다. 한 인간이 지녔던 고뇌는 사무치고 비극적인 면이 도드라지는 것이 재미를 반감시킨다. 음악적인 영감이나 예술 부분의 이야기 보강이 좀 더 되었더라면 달랐을 것이다.

뮤지컬 엘리자벳의 원작자 미하엘 쿤체(Michael Kunze)와 실베스터 르베이(Sylvester Levay)의 작품으로 모차르트를 의지의 주체인 볼프강(Wolfgang)과 재능의 근간인 아마데(Amade)로 분리해서 표현하는 발상이 본 작품의 특징이다.

2010년 초연 이후 임태경, 박은태, 장현승 등 초호화 캐스팅으로 재무장하고 지난 7월 10일부터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을 시작했다. 오는 8월 4일까지 관람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최성희(바다), 오진영, 민영기, 윤형렬, 이정열, 윤승욱, 신영숙, 이경미, 임강희, 김재만이 열연했다. 문의) EMK뮤지컬컴퍼니 02-6391-6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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