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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권력유감(權力有感) :: 발칙한 권력에 일침을 놓다.

생활/문화/리뷰

by 위클리포스트 2012. 6. 28.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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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뮤지컬/연극  ]
발칙한 권력에 일침을 놓다.
연극 권력유감(權力有感)





- 발기불능에 걸린 권력자의 말 못할 속사정
- 뒷골목 1인자의 권력 탐침사건~ 보는 이도 실소
- 여자는 절대 모를 남자 이야기

글·사진 : 김현동(cinetique@naver.com)




권력이라는 것은 알수록 이해하기 어려운 것임이 확실합니다. 연극 권력유감이라는 작품이 올 초인 4월 29일까지 대학로극장 무대에 올랐습니다만 해당 작품에 대한 리뷰를 당시에는 등록할 수는 없었습니다. 이유는 다양하지만, 근본적인 것을 꼽는다면 시기적으로 민감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사안이므로 공개를 보류해달라는 요청이 받아들여진 거죠.

결국, 2개월이 지나서야 해당 작품의 리뷰를 공개하게 되었습니다. 아울러 인사이드는 작품에 대한 언급을 여기에서 마치고자 합니다. 다만 이 글을 읽는 구독자에게는 범위에 제한을 두지 않습니다. 그게 바로 허상으로 무장한 권력과 현실에서 이뤄지는 정치와의 차이가 아닐까요.”

남자는 힘 여자는 미모라는 말을 당연하게 여기는 사람들. 인간도 짐승과 다름없는지라 결과에 아랑곳하지 않고 본능에 몸을 맡긴 결과다. 오죽하면 용기 있는 자가 미인을 얻는다는 웃지 못할 우스갯소리가 나왔을까! 이 모든 것의 배경에는 권력이 자리한다.

과거 원시시대의 권력은 힘이었고, 자본주의가 되면서 권력은 돈으로 바뀌었다. 그렇다면 21세기인 현대 권력의 실체는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연극 권력유감은 이러한 질문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권력이 나오는 뿌리를 남자의 성기로 비유했다. 욕정에 따라 커졌다 쪼그라드는 실체와 같이 권력 또한 한순간에 피고 지는 성기와 다르지 않다는 것이 이유다.

설명을 듣자하니 그 말도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어째 비유가 생각할수록 발칙하다. 피고 지는 권력의 생리가 성기의 발기와 같다는 말에 웃을 수도 울을 수도 없이 그저 실소만 내뱉을 뿐이다. 그렇게 따진다면 권력도 자연스러운 하나의 현상이란 말인가?


# 여자는 절대 모를 남자 이야기



시작부터 힘자랑이다. 힘이 곧 권력이고 힘이 센 자가 모든 것을 지배한다는 믿음을 지닌 어두운 세계의 두목 덕구를 통해 권력의 양면성을 파헤쳤다. 여기에서 좀 더 응용해 사회 각계의 지도층까지 권력으로 엮어가며 권력 라인을 그려나가는 모습도 흥미롭게 그려냈다.

이 와중에 거론되는 가슴 안팎에 금배지를 차고 권력을 탐하는 자를 국회의원이라고 지목했으며, 국민 위에 군림하는 힘을 휘두르는 자를 검찰이라 칭했다. 펜대를 잡고 여론을 앞세워 힘을 키우는 자에게는 기자라는 팻말을 붙이는 등 각각 처한 상황을 도마 위에 두고 인정사정없이 난도질한다.

그리고 덕구 스스로는 이 모든 것의 약점을 잡아 휘두르는 것이 곧 권력의 심장이자 자신을 이끌게 하는 힘의 원천이라고 자신한다. 하지만 그것은 덕구 자신의 착각이었을 뿐 한순간 남성의 성기처럼 푹 꺼져버리는 자신의 약한 모습을 어느 순간 발견한다. 세상 무서울 것 없었던 조직폭력배의 두목이었던 덕구의 기를 죽인 결정적인 사건의 본질은 두려움이다.

그럴수록 더욱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며 권력을 키우기 위해 인수합병이라는 방식을 동원하는데 뒷골목 조폭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일련의 과정이 제법 철두철미하다. 그 모습이 마치 사회 속에 깊게 뿌리박힌 각종 비리의 탄생과도 연관될 정도이니 연극 권력유감은 권력의 이야기인지 사회 고발 패러디인지 구분이 쉽지 않다. 어쩌면 권력을 난도질하는 권력이야기를 꾸리기 위한 작가의 의중이 반영된 것 아닐지도!



# 허상에 불과한 권력에 놀아난 덕구



덕구가 치료받기 위해 찾아간 그곳은 아이러니하게도 비뇨기과다. 한낮 비뇨기과에 가서 조폭 두목이 자신감을 되찾는다는 황당한 이야기에 관객의 실소는 쏟아지나 덕구는 마냥 진지하다. 바지를 벗어보라는 말에 머슴 쩍은 표정을 지으며 손사래를 치는 모습. 이에 질세라 당당하게 말하는 여의사 왈 “비뇨기과 의사가 창피한 것인가요? 아니면 본인이 발기부전이라는 것이 창피한 것인가요. 라며 캐묻는다.

정답이 무얼까? 비뇨기과 의사가 여자라는 것도 문제가 되겠지만, 남자가 세상에서 남자 구실 하나 제대로 못 한다는 것도 동급의 사건이니 한 가지만 고르기가 난해하다. 게다가 이 의사는 환자를 상대로 사리사욕까지 채우려 하니 시작은 권력이었던 이 작품. 중반에 접어들면서 로맨스로 가는 것이 어째 난해하다.

그곳이 고장 난 덕구와 그곳을 고쳐주겠다는 비뇨기과 의사의 황당무계한 상황은 어느 순간 서로의 몸을 탐하는 동물적 감각상태로 돌입하고, 조폭 세계에서 권력을 거머쥔 덕구는 비뇨기과에서만은 실세였던 여의사에게 몸을 맡긴다. 남자는 거들뿐 여자가 끌고 가는 이상하고 야릇한 장면의 등장. 뭐랄까……. 지극히 공감되지 않는 대사와 행동임에도 나름 정사 장면인지라 눈길을 뗄 수가 없다.


# 권력과 비뇨기과의 상관관계



누구나 원했던 권력인지라 손안에 들어오면 놓지 않지만 결국 이를 제대로 감당하는 이 하나 없다는 것이 권력유감이 까발리려 했던 진솔한 내용이다. 욕심내지 말고 분에 맞게 살라는 말인지!

예를 들어 대검 중수부 부장은 섹시한 부인과 일주일에 세 번씩 관계를 가진다. 는 내용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결국 발각된 사실은 이 내용도 거짓이며 그 또한 비뇨기과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렇게 되면 권력의 허상은 그릇된 자신감의 결여 혹은 허세 위에 세워진 남자들의 세상이라고 해도 틀릴 게 없다.

그렇다고 시작부터 남성의 성기를 두고 권력으로 비유하는 것은 다소 비약된 감도 있다. 물론 연출자의 의도는 권력과 성의 비유가 아닌 사회에 존재하는 불합리한 권력을 ‘발기불능’에 걸린 보스를 통해 풍자하려 했다는 것이다. 주장하고자 했던 바와는 거리가 있는 사건과 눈에 보이는 대로만 풀이하면 답이 나오지 않는 건 피할 수 없다.

권력을 다양한 시선에서 다양한 비유를 통해 난도질한 연극 권력유감. 아니려니 한 것은 이 작품이 정치를 풍자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상당 부분이 현 정치 세태와 유사하며 국민이 하고 싶은 지적을 다수 소화해내고 있다. 그렇지만 결국에는 힘을 쥔 자가 모든 것을 지배한다는 슬픈 현실이 등장한다. 사회풍자극 속에서까지 인정해야 했던 사회 부조리.

세상은 변해도 권력은 변하지 않는다. 다만 시들 뿐이다. 그리고 좀 더 시간이 흐르면 생생한 모습으로 국민 앞에 군림한다. 이와 같은 권력의 생리를 잘 묘사한 그것의 실체가 바로 시작부터 관객을 낯 뜨겁게 했던 남성의 성기다. 필요할 땐 세워야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본연의 기능에 충실해야 하는 그것. 이쯤 되면 연극이 하고자 한 말은 한 가지다. ‘뭐든 적당히 하자’ 하지만 말이 쉽지 현대인에게 그게 가당키나 한 소리란 말인가!

영화 ‘웰컴 투 동막골’ ‘바람난 가족’의 배우 정재진과 영화 ‘부러진 화살’ 연극 ‘이(爾)’의 ‘장생’ 역인 이승훈이 출연했다. 최고 권력가이자 보스인 덕구역에는 정우준이 열연했으며, 이우천 연출이 지휘봉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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