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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바루 레거시 3.6 :: 빗속 드라이빙의 진수를 펼치다.

자동차/시승기/리뷰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2. 3. 18.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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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하면 엔지 싸움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닌데요. 자동차 제조사가 엔진 기술력 확보를 위해 사활을 거는 이유가 이 때문입니다. 스바루 하면 가로 대칭형 구도의 박서 엔진 기술을 고수하는 자동차 제조사입니다. 전형적인 디젤 엔진임에도 특유의 구동 방식으로 인해 진동이 적은 것이 특징이기에 디젤답지 않는 디젤차라는 이미지를 굳혔습니다.”

임프레자가 랠리에서 스바루의 기술력을 뽐냈다면, 도로 위에서 스바루를 빛나게 하는 것이 바로 레거시다. 대칭형 4륜 구동 시스템을 적용하고, 포르쉐와 스바루만이 사용하는 수평대향 엔진으로 달리는 즐거움을 추구한 레거시는 수입 중형차 시장에 다크호스다.

스바루 레거시는 1989년 처음 등장했고, 총 5번의 진화를 거쳐 지금에 이르렀다. 중형 세단의 안락함에 스포티한 주행성능과 핸들링 능력, 4륜 구동으로 악천후에서도 안정적인 주행 능력까지 겸비했다고 자랑하는 레거시는 어떤 성능을 발휘할지 궁금하다. 


모델 ------------- 스바루 레거시 3.6
길이 ------------- 4,735mm
넓이 ------------- 1,820mm
높이 ------------- 1,505mm
축간거리 --------- 2,750mm
공차중량 --------- 1,605kg
배기량 ----------- 3,630cc
최고출력 --------- 260마력(6,000rpm)
최대토크 --------- 34.2kgm(4,400rpm)
변속기 ----------- 자동 5단
구동방식 --------- 상시 대칭형 4륜 구동
공인연비 --------- 9.1km/L
CO2 배출량 ------ 257g/km
가격 ------------- 4천190만 원

| 외부

* 레거시의 외형은 수수함 이상을 벗어나지는 못했다.

화려한 치장보다는 담백한 라인으로 시간이 지나도 질리지 않는 모습이다. 전면 라디에이터 그릴은 크롬으로 장식한 굵은 테두리와 비행기 날개를 연상시키는 V 형태의 바가 놓여 있다. 단순한 형태이지만 강한 인상을 준다. 볼륨감을 강조한 앞뒤 펜더와 앞뒤로 쫙 뻗은 사이드 캐릭터 라인에서는 스포티한 감각이 묻어난다.

뒤태도 평범하다. 듀얼 머플러가 배기량 높은 고성능 차라는 것을 암시할 뿐이다. 스바루의 자랑인 대칭형 4륜 구동 시스템을 뜻하는 AWD 앰블럼이 눈에 들어온다. 아우디 콰트로보다 8년이나 앞선 기술이니 자랑하지 않을 수 없지 않겠는가.

레거시에서 마음에 드는 부분을 꼽으라면, 사이드미러다. 요즘 자동차들이 지나치게 멋을 부리는 통에 사이드미러가 작다. 작은 사이드미러는 차선 변경이나 합류도로 지점에서 충분한 시야를 확보해 주지 못한다. 레거시는 큼지막한 사이드미러를 달아 답답함이 없다.

사이드미러가 너무 크면 공기 저항이 커져 고속에서 바람소리가 날 수 있지만 레거시는 130km/h를 넘어야 바람소리가 들리는 정도로 풍절음을 최소화 했다. 리모컨으로 문을 잠그면 사이드미러가 자동으로 접히고, 문을 열면 펴진다.

스바루 레거시의 외형은 현대기아차의 화려한 자동차 만들기와 비교하면 고전적인 느낌이 강하다. 이런 느낌은 실내에서도 나타난다. 나무 느낌의 장식과 알루미늄 결이 살아 있는 센터페시아를 제외하면 멋을 부린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 내부

기어 레버는 길이가 짧아 스포티한 느낌을 준다. D에서 왼쪽으로 밀면 수동 모드가 되고, 수동 변속은 스티어링 휠에 달린 시프트 패들로도 가능하다. 시트는 푹신한 편이고, 좌우로 지지하는 기능은 평범하다. 엔진과 운동 성능을 고려하면 조금 더 타이트하게 잡아주는 시트가 더 어울릴 듯하다.

스바루는 실내 공간을 꽤나 넓게 잘 뽑아낸다. 차체 크기와 축간 거리는 현대 소나타보다 조금 작지만 실내 공간은 비슷하거나 오히려 여유롭게 느껴진다. 무릎공간이 충분하고 3명이 앉아도 충분한 좌석이다. 다만 4륜구동이다 보니 구동축이 지나가는 가운데 바닥이 볼록해 가운데 앉은 사람이 조금 불편한 게 사실이다. 앞좌석 등받이에는 그물망이 달려 있다. 트렁크는 보기에는 작게 느껴지지만 여행용 트렁크 6개 또는 골프백 4개를 실을 수 있을 정도로 넉넉하다.

| 엔진

* 수평대향 엔진은 무게 중심이 낮다

레거시에는 스바루가 비행기를 만들던 시절부터 사용한 수평대향 엔진이 담겨 있다. 지금은 포르쉐와 스바루만이 만드는 엔진 구조로 6개의 피스톤이 3개씩 좌우에서 마주보고 움직이는 형태다. 권투 선수가 마주보고 주먹을 휘두르는 것처럼 생겼다고 해서 박서 엔진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피스톤이 쌍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진동과 소음이 적고 높은 회전수에서도 높은 회전력을 낼 수 있다. 또한 피스톤이 옆으로 누워있으니 무게 중심이 낮아 차체 운동 성능을 높이는데 기여한다.

| 성능 및 연비, 승차감

레거시의 달리기 실력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시원하다. 260마력을 토해내는 3.6L 엔진을 품었으니 당연한 것이겠지만, 수평대향 엔진 특유의 탄탄한 토크가 저속에서부터 고속까지 시원스러운 가속을 만들어 낸다. 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 가속하는 시간을 측정해보니 7초를 넘기지 않았다. 핫해치의 대명사인 골프 GTI가 6.9초이니 준족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출발부터 추월 가속까지 힘차게 치고 나가는 맛은 4륜 구동 특유의 맛깔스러운 핸들링과 만나 달리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아도 진동이 거의 없다. 특히 6,000rpm을 넘어가면 토크가 급격하게 떨어지는 2.5L 엔진과 달리 6,000rpm이라는 높은 회전수에서도 30kgm가 넘는 토크를 뿜어내 고회전을 이용한 짜릿한 스포츠 주행을 즐길 수 있다.

* 스티어링 휠 안쪽에 기어 변속을 위한 패들시프트가 있다

연비는 보통이다. 금요일 퇴근길 정체 속에서 15km를 주행했더니 연비가 5.9km/L를 찍었다. 총 250km를 시승하는 동안 서울 시내 50%, 고속도로와 간선도로 50%를 달렸을 때 연비는 7.2km/L였다. 연비를 고려하지 않고, 테스트를 위해 다소 과격하게 몰았던 것에 비하면 양호한 수준이다.

승차감은 일본차답게 부드러운 편이다. 과속방지턱을 넘으면 출렁출렁 거리는 국산차와는 달리 부드럽게 반응하고 한 번에 착 가라앉는 느낌이다. 처음에는 일본차 같지만 끝에는 독일차처럼 요동을 흡수해 버린다.

* 내비게이션 지도는 맵피

스바루 레거시는 매력적인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지녔다. 센터페시아 윗부분에 자리한 7인치 스크린 뒤에는 국내에서 만든 AV 시스템이 숨겨져 있다. 내비게이션 지도는 인지도 높은 맵피 전자지도를 적용했고, 지도 데이터를 담는 SD 카드 슬롯 외에 추가 SD 카드 슬롯이 있어 MP3 음악이나 동영상을 쉽게 즐길 수 있도록 배려했다.

센터 콘솔을 열면 USB 단자와 아이폰 연결 단자가 마련되어 있다. 스바루는 애플로부터 공식 인증을 받아 아이폰과 완벽하게 연결된다. 아이폰에 담긴 연락처를 불러와 전화를 거는 것은 물론 음악이나 동영상도 매끄럽게 재생한다. 전체적인 완성도는 높지만 조금 느린 반응 속도가 만족도를 떨어트린다. 조금만 더 빠른 프로세서를 사용했더라면 좋았을 것으로 보인다.

* 아이폰 4와 완벽하게 연동되는 AV 시스템

스바루코리아는 2011년형 레거시에 블랙박스를 기본으로 달고, 스피커를 하만카돈 제품으로 업그레이드 했다. 한데, 차량 어디를 봐도 하만카돈 앰블럼을 볼 수 없다. 여기에는 속사정이 좀 있다. 북미에서 생산되는 레거시에는 하만카돈 오디오 시스템이 들어간다. 스피커 뿐 아니라 헤드유닛까지 모두 하만카돈 제품이 쓰이고, 앰블럼이 붙어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만든 AV 시스템을 사용하면 앰블럼을 사용할 수 없기에 처음부터 하만카돈 스피커를 뺀 것이다. 하지만 사운드 품질에 대한 불만이 나오면서 국내 판매 모델에도 하만카돈 스피커를 적용했다. 한글화와 내비게이션 때문에 국산 AV 시스템을 쓸 수밖에 없으니 스피커를 바꾸었음에도 앰블럼을 붙일 수 없었던 것이다.

어찌되었든 종전보다 더 좋은 스피커를 달았으니 소리가 좋아졌음은 당연한 결과다. 날렵한 운동성능과 안락한 승차감에 목청까지 좋아졌으니 굽이굽이 돌아가는 북악스카이웨이를 달리며 드라이브의 즐거움을 만끽하기에 레거시만한 녀석이 또 있을까 싶다. / writtened by 황영하 ⓒ포스트온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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