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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성 GOOD, 효율 BAD’ 마이크로소프트 서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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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클리포스트 2019. 1. 10.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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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성 GOOD, 효율 BAD’ 마이크로소프트 서피스
“태블릿보다는 분명 나은데, 노트북보다는 확실히 쓰기 불편”




[2019년 01월 10일] - 소문만 무성했던 바로 그 제품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서피스 프로6(Surface Pro 6)과 서피스 랩탑 2(Surface Laptop 2)가 이제야 한국 땅에 상륙했다. 지난해 10월 저 먼 타향만리 쌀국에서 첫 모습을 드러낸 이후 기본 사양만으로도 관심을 집중시킨 2종, 노트북과 태블릿이다. 두 제품 모두 동일하게 작고 얇은 데다가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이 기본인데 이미 전 세대 서피스를 통해 익히 찬사를 받은 만큼 더는 개선해 봐야 다 된 밥에 코 빠뜨리는 형국이니 이번 신모델은 티끌 하나 변함없이 그대로 수성했다. 모델명을 굳이 언급하지 않는다면 신형이라고 해도 깜박 속아 넘어갈 정도이니 ‘중고나라’등지에서 ‘서피스 신형’이라고 내세우는 제품이 등장하거든 정신줄 단디 붙들어 매기를 권할 정도다.

굳이 말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될 정도로 사양은 가히 깡패 수준이다. 단연 최고라면 해상도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데, 도도한 애플의 뺨을 제대로 후려갈겼다는 표현도 사치스러울 정도로 실험정신은 대범하다. 이미 상상을 뛰어넘었는데 노트북 모델부터 살펴볼까! 13.5인치 디스플레이가 구현하는 2256 x 1504 해상도는 막연히 높은 해상도를 제품 선택의 기준으로 내세우는 일명 해상도 성애자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했다. 또 다른 제품은 12.3인치 디스플레이가 2736 x 1824 해상도를 구현하니 이 또한 발군의 콧대 높였다.

하지만, 과연 이렇게 만들 필요가 있었을까?

의구심이 든다. 더구나 이 제품이 노리는 타깃은 소비자 보다는 기업 시장이다. 물론 단상에 선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마케팅&오퍼레이션스 조용대 상무는 “일반용 OS는 윈도우10 HOME 버전 제공, 기업용 OS는 윈도우10 PRO 버전 제공으로, 개인 사용자 가격 인하 효과를 꾀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같은 제품을 사용처에 따라 두 가지 버전 OS 공급을 결정한 결정적인 이유라면 기업 대상 특판시장이 지닌 전형적인 특수성이 기인한 탓인데, 이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이번 제품은 개인은 구색 맞추기로 끼워 넣은 거고 애초에 기업 타깃으로 했으니 많은 관심 바란다는 거다.

그러한 제품의 해상도가 이렇다면 균형이 엇나가도 심하게 엇나가 과연 기업 환경에서 쓰라고 만든 건가 싶을 정도로 의구심이 드는 언밸런스한 구도다. 물론 사용하는 OS가 윈도우10 환경인 데다가 UI 기반으로 모든 APP가 동작하는 오늘날의 업무 환경을 고려하면 고해상도 정책은 바람직하다. 게다가 애초에 고해상도 기반이라면 구동 범위도 방대해지기에 지적할 이유는 없다만 이 제품 기업형 타깃으로 언급하지 않았던가!

좀 더 따져볼까? 전통적인 글자 해상도는 피치로 구분한다. 물론 이 또한 점차 무의미해지고는 있으나 그래도 상당수 업무 환경이 여전히 따지는 부분이다. 특히 출판 등 활자와 연관한 업무 환경이라면 반드시 확인하는 부분이다. 가정에서 자주 쓰이는 4K 해상도 디스플레이와 불과 1년 전까지도 기업 환경 및 관공서에 나라장터를 통해 공급되었던 그 제품의 해상도는 24인치 또는 27인치 그리고 가정이라면 50인치가 주를 이룬다.

24인치 (1920x1080) = 0.2768mm
27인치 (1920x1080) = 0.3113mm
13.5인치 (2256 x 1504) = 0.1265mm
12.3인치 (2736 x 1824) = 0.095mm

43인치 (3840 x 2160) = 0.2479mm
50인치 (3840 x 2160) = 0.2883mm
55인치 (3840 x 2160) = 0.3171mm

이들 디스플레이가 지원하는 해상도를 기준으로 글자 크기를 확인해본 바 0.2768 픽셀과 0.288 픽셀 안의 범위에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글자 크기라고 보면 된다. 뭐랄까 억지를 약간 가미해서 거친 듯하고 투박한 데다가 글자는 세련되지 못한 느낌을 연상하면 되겠다. 좀 더 풀이하자면 0.25를 기준으로 - 0.01 ~ + 0.1 범위 내의 픽셀 피치가 사람 눈에 가장 편안하다.

이 범위를 넘어가면 일단 장시간 이뤄지는 텍스트 작업은 권장하지 않고, 게임이나 영상 등 멀티미디어 콘텐츠 환경이 오히려 유리하다. 쉽게 말해 업무 환경에서 쓰이는 것을 고려했다면 애초에 기형적인 해상도를 지닌 디스플레이가 아닌 범용으로 쓰여온 보급형 해상도 기반 디스플레이 도입이 여러모로 이득이다. 사용자 입장이라면 가격 측면의 장점까지 지금보다 월등히 유리해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유달리 S/W 보다는 하드웨어를 더 높게 치던 까닭에 하드웨어 명가라 불리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이번에도 실력 좀 발휘하려고 작정하면서 무리수를 둔 것이 아닌가 싶은 추정. 혹은 애초에 기업 환경보다는 일반 소비자를 타깃으로 제조한 제품을 시장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을 것을 우려한 나머지 유독 한국에서만 기업형 제품으로 포장하다 보니 발생한 부작용이 아닐까 싶다. 그 중 본좌가 좀 더 무게를 두는 것은 후자다.

가장 문제라 지목하는 것은 스토리지 용량이다. CPU야 8세대를 사용했다고 하지만 기본 스토리지는 프로6 모델은 최대가 512GB, 랩탑2 모델은 최대가 256GB에 불과하다. 128GB 모델은 터무니없이 부족하고, 256GB 모델 또한 인터넷 사용이 기본이 된 요즘 사용환경을 고려한다면 용량 부족 메시지에 직면해 어떤 데이터를 먼저 지워야 하나! 를 고민할 여지가 다분하다. 한 가지 더 휴대성을 높였다면 USB-C 포트는 왜 빠뜨린 건지? 애초에 사용 편의를 고려했다면 사용자가 별도 독을 찾아야 함이 아닌 포트를 범용으로 제공하는 것이 지극히 마이크로소프트답다 여길 결정이다.


자고로 이번에 서피스 2종 모두 기업 내에서 사용할 제품은 아니다. 예외는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임/직원 혹은 MVP 등 굉장히 밀접한 관계가 있는 분류라면 이 제품을 최고 혹은 최상이라는 단어까지 차용해 치켜세울 여지 아주 다분하다. 그 부분에서 단일 하드웨어 성능만 비교한다면 틀린 말은 아니다. 크기와 무게 그리고 CPU 마지막으로 배터리 효율까지 여러모로 신경 쓴 제품이다. 그렇기에 더욱 기업시장과는 어울리지 않는구나 확실시되는 이 기분은 단지 우려일까?

랩탑으로 넘어가 보자. 알루미늄 하우징 섀시에 키패드 상판은 알칸타라 소재로 마무리했다. 알루미늄의 차가운 느낌을 상쇄한 셈인데, 여기에서도 약간 의아하게 여기는 부분은 굳이 알칸타라 소재로 마감을 할 필요까지? 오염방지를 했다고 하나 어쨌건 섬유 소재다. 변기보다 수백 배 더 오염된 것이 스마트폰이라고 하지 않던가! 그런데 스마트폰은 바디가 플라스틱 기반이다. 애초에 물고 뜯고 해도 스며들지 않기에 그 정도라는 건데, 섬유 소재를 사용했다면 이 부분이 각종 오염원의 온상이 될 가능성 100% 자신한다. 될 수 있으면 서피스 앞에서는 밥도 빵도 커피도 안 마시고, 사용 전에는 꼭 양손을 깨끗하게 씻는 것이 오래토록 깔끔함을 유지하는 요령 되겠다.

이쯤에서 끝내면 서운할까 봐 한 가지 더.

지난해 한국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린 노트북 체급은 무엇일까? 13인치 혹은 작은 치수 디스플레이를 가진 제품? 의외라는 반응이 나올 수 있지만, 정답은 14.1인치 혹은 15.4인치가 메인이다. 해외는 작고 얇은 제품 선호도가 확연히 드러나지만, 한국 시장만 작고 얇은 제품이 주로 CF에 등장했지만, 실제 구매 시 화면은 될 수 있으면 큰 제품을 더 찾았다. 노트북이라고 해서 휴대성을 중요히 여기는 풍조는 탁상공론에 머무르고 있는 자의 주장일 뿐 실제는 PC의 대용이라는 점에서 고려하면 답은 이미 나왔다.

휴대 가능한 안의 범위에서 큰 사이즈의 디스플레이를 지닌 제품. 물론 13인치 혹은 12인치 제품 좋다. 핸드백에도 쏙 들어가는 작은 크기의 제품이니 얼마나 남에게 보여주기에 좋단 말인가! 하지만 보고서도 만들어야 하고 PPT 작업도 해야 하고, 기안작업도 하고. 과연 12~13인치 화면에서 얼마나 만족스러운 작업이 가능할까? 지정석 없는 사무실이 요즘 테크 기업이라고 하지만, 그건 일부일 뿐 많은 기업은 여전히 전통적인 문화와 가치관을 기반으로 업무가 전개되고 있다.

주저리주저리 적은 글만 본다면 최악의 제품이라는 오해가 생길까 봐 추가한다. 그렇다면 서피스가 몹쓸 제품인가? 재차 말하지만 이번에 나온 서피스 제품은 정말 완성도 높다는 데 동의한다. 그리고 사용해보고 싶을 정도로 호기심이 드는 제품이기도 하다. 업무 특성상 노트북 사용빈도가 높고 실제 사용하는 제품 또한 13.3인치 기반이기에 어떤 느낌인가? 싶은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사용할 제품과 기업이 직원 상대로 지급해야 한다면 과연 서피스가 그 대상이 될까? 진지하게 고민해볼 여지는 충분하다. 잘 만들어진 제품이긴 하나 태블릿을 사야 한다면 구매 목록에 오를 브랜드는 애플이 될 테고, 랩탑을 사야 한다면 경쟁 제품으로는 엘지 혹은 델 그리고 레노버 여기에 마이크로소프트 서피스가 살짝 발을 담그는 형태가 될 듯싶다. 그게 바로 오늘날 마이크로소프트 서피스에 당면한 과제이자 극복해야 할 한계다.

모든 정황을 종합하자면 실험적인 이번 제품은 기업보다는 개인에게 어울린다. 문서작업보다는 사진과 영상 비중이 높은 사용 환경 말이다. 하지만 억지인 감이 있다고? 물론 애플도 작년 말에 기습적으로 맥북프로 13을 공개했다. 그렇다고 해서 해당 제품이 메인이라는 오해는 마시라. 스타벅스에서 차 한잔 마시며, 탁자 위에 올려놔야 할 제품이라면 15인치보다는 13인치가 더 어울린다는 사실에 우리 현대인은 주목해야 할 필요는 있다.

그나저나 발표회 현장에서 참석은 하되 실 제품은 못 보게 가로막은 대행사의 만행에 제품 정보를 찾고자 뒤져보고 있는데, 죄다 도배한 바이럴 포스팅. “제품을 대여, 소정의 원고료를 지원받아 직접 사용 후 작성되었다.”는 문구를 남겨둔 이들 포스팅에 얼마나 진정성이 담겼을까? 제품에 관한 제대로 된 정보 제공은 꺼리고 보여주고 싶은 것만 내세워 그럴싸하게 포장한 허울뿐인 광고지라는 명백한 정황은 그저 추함을 넘어 천박하다.


By 김현동 에디터 press@weekly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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