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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성지 ‘다음 아고라’ 15년 만에 서비스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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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클리포스트 2018. 12. 4.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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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성지 ‘다음 아고라’ 15년 만에 서비스 종료
정권교체 때 휘둘릴 청와대 청원에 위임, 제 역할 해낼까?




[2018년 12월 04일] - 불과 1개월 남짓 시한부 초읽기 서비스에 돌입한 다음 아고라. 지난 2004년 12월 정식 서비스로 출범한 이후 2018년 1월 7일까지 약 15년간 국민의 눈과 귀 그리고 목소리를 대변했다. ‘여론 성지’ 라 불리기도 했던 이곳은 지난 2017년 8월 문을 연 청와대 국민청원에 밀리며 서비스 종료 수순을 밟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할 정도로 사용자가 급감한바 결국 서비스 종료를 알렸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불거진 굵직한 이슈의 중심에는 아고라가 어김없이 등장하며 기성 여론이 감추거나 외면했던 숨겨진 이면을 끄집어내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했기에 한때는 온라인 여론의 바로미터로도 불렸다.

예컨대 이명박 정권 당시 국민의 생명을 볼모 삼아 수입장벽을 낮춘 광우병 파동은 다음 아고라가 중심이 되어 위험성이 비로소 알려졌다. 리먼 브라더스의 부실과 금융위기 등을 경고한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도 다음 아고라 없이는 존재하지 않았다.

사실상 국가의 주인이라 여기는 국민이 자발적으로 나서 여론을 형성할 수 있게 온라인 광장의 역할을 해낸 셈이다. 이와 같은 모습에 외신에서조차 대한민국 온라인 민주화의 성지라는 칭호를 내 걸고 소개한 남다른 위상을 지녔던 이곳 다음 아고라. 아쉽게도 인터넷 환경의 변화를 수용하지 못한 채 또 다른 서비스에 역할을 내주고 온라인 역사 속 뒤안길 수순을 밟게 됐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바통을 넘겨받을 청와대 국민청원 서비스가 정권 교체 때마다 흔들리기를 수없이 반복했던 기존 관행에 아고라가 추구하던 가치관을 변함없이 계승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유일한 온라인 속 여론 광장
때론 거친 설전에 자정 노력 발의
갑론을박에 진실 찾으려던 이곳
억울한 피해자 사연 구제까지


지난 15년간 분야를 가리지 않고 총 20여만 건의 청원이 올라왔고 그 과정에서 약 4,500여만 건의 서명과 3천만 건 이상의 게시글이 등장한 온라인 광장은 때로는 편향성 논란의 중심에서 비난의 화살을 맞았고 때로는 이용자 간 법정 다툼까지 불사할 정도로 거친 논쟁의 공간으로 역할을 해왔다.

서비스 제공사인 다음 또한 별다른 제재 없이 자율성에 맡긴 운영 덕분에 가능했던 모습이다. 하지만 자율성의 생채기로 인해 어김없이 정권이 뒤바뀔 때마다 보수진영은 여론조작이라는 색깔 논쟁과 동시에 좌고라로 불리며 원색적인 비난이 격돌했던 논쟁의 장 또한 다음 아고라가 처한 오랜 숙명이었다. 서비스 종료를 단순한 종료가 아닌 중립적인 역할의 장이 없어진다며 허탈한 심경을 내비치는 원성이 들리는 이유다.

그렇다면 다음 아고라 폐지로 가장 혜택을 얻을 대상은 누구일까? 현 정국에서 환호할 대상은 보수 세력일 터. 예상대로 그들 편에 서 있던 보수 언론이 보인 반응은 오랜 눈엣가시가 드디어 없어지는 냥 비아냥거림을 이어나갔다.

월간조선은 “광우병 선동 등 여론몰이 앞장섰던 '다음(DAUM) 아고라' 없어진다.” 라며, 역시 보수다운 자세를 이어갔다. 광우병이라는 무서운 병에 관해 실리주의를 택하려던 국가의 안일한 행동에 주의를 당부하던 국민의 목소리에 대해 굳이 ‘선동’이라는 자극적인 단어를 골라 표현을 한 저의가 궁금하다.

조선일보도 아고라 토론방 내년 사라진다. 라는 내용의 글에 “당시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유발과 관련된 가짜 뉴스들이 아고라를 통해 광범위하게 확산하면서 일부 좌파 세력들의 토론장으로 변질해 버렸고 이는 중도적인 이용자들이 다음을 대거 이탈하는 원인이 됐다.”고 월간조선과 기조를 같이 했다.

하지만 기사에 등장하는 일부 좌파 세력이 누구인지? 혹은 그들이 그토록 무서워하던 민심이 아니었는지 묻고 싶다. 게다가 이의 정황을 대변했던 증거가 올 초 3월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을 통해 공개된 바 있다.

2011년 경찰청 보안과 작성 ‘사이버 수사역량 강화를 위한 사이버 보안 활동 종합분석 및 대책’ 문건에 따르면 당시 MB정권 당시 경찰은 ‘종북 성향자 활동 토론 게시판’에 다음 아고라와 한겨레신문이 운영한 토론 게시판인 한토마, 서프라이즈, 디씨 인사이드 등의 게시판을 꼽았다.

당시 이 의원은 “경찰의 트위터 제어의 가장 큰 명분은 결국 선거에서의 영향력을 약화하기 위함이었으며, 당시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있던 시기였음을 고려했을 때 이는 정권 차원의 공작이었다는 점을 유추할 수 있다”는 주장을 한 만큼, 조선일보와 월간조선이 기사를 통해 언급한 좌파 세력이 선거에서의 영향력을 악화시킬 수 있는 세력. 즉 진실과 가까워 눈엣가시였던 실체, 바로 민심이 아닌가 묻고 싶다.

다음 아고라의 종료와 함께 드러나고 있는 보수의 결집. 무엇이 진실이며 무엇이 거짓일진대, 조선일보와 월간조선은 그릇됨을 기망하려 그들만의 언어로 작당 모의를 다시 펜대를 놀리며 시도하는 것인지 작금의 정치판을 얼마나 혼탁하게 만들어 흔들려는 것인지 국민의 눈과 귀가 다시 한번 휘둘리지 않도록 정신 바짝 차려야 할 타이밍이다.



By 김현동 에디터 cinetiqu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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