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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애자, 엽기 두 모녀의 이별 스토리

생활/문화/리뷰

by 위클리포스트 2011. 12. 11.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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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오늘까지만 울어야 한데이....

한 없이 떨어지는 굵은 눈물. 애자는 눈물만 흘렸습니다. 어머니에 대한 미움 동시에 원망이 아닙니다. 청춘막장 스물아홉의 딸자식으로써 책임을 다하지 못한 미안함 그리고 죄스러움이 그녀를 한없이 짓누릅니다. 그런 자신이 밉습니다.

그래서 더욱 고개를 들지 못합니다. 힘없이 축 늘어진 머리. 바닥에는 눈물 자국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옵니다. 한동안 이럴지 모릅니다. 그리고 머지않아 당신께서 그토록 모질게 대했던 이유를 깨닫게 될 겁니다. 그렇게 애자는 성숙해갑니다.

철부지 어린 딸 애자와 산부인과 여 의사인 엄마와의 억척스토리. 영화로 먼저 알려졌고, 후에 도서 그리고 연극으로 론칭된 애자는 소원해진 모녀간의 관계를 재조명한 독특한 사연과 스토리로 잘 알려져 있다.
같은 여성이면서 서로 다른 환경에 처한 모녀가 서로를 향한 속내를 좀처럼 드러내지 못하고 하루가 머다 하고 티격태격 이는 신경전. 이 같은 사연에 눈살을 찌푸릴 만도 하지만 정제되지 않은 거친 말속에서 배어나오는 서로를 향한 배려와 두터운 신망에 ‘잘 되어야 할 텐데’라는 바람이 짙게 전해진다.

영화를 통해 널리 알려진 애자의 하이라이트는 없다. 초반부터 마지막까지 술술술 풀어나가는 순탄한 스토리에 전개 방식 또한 누구나 겪었음직한 평범한 사연을 기반으로 한다. 그런 평범한 인생사를 다룬 것이 애자의 인기 요인이다.

여기에 모녀간이지만 좀처럼 좁혀지지 않기에 발생하는 다툼 하지만 같은 지붕아래 여성이라는 동질감에 가까워질 수밖에 없는 현실적인 배경이 다수 여성에게 호응을 얻는다. 흔히 여성은 약자라는 말을 많이 하며, 그렇기에 더욱 애절하게 딸을 뒷바라지 했던 애자 엄마의 속내는 극 속에서 거친 대사와 과격한 행동으로 표출된다.

동시에 애자는 애교 섞인 탈선으로 이를 보답한다. 학창시절 툭하면 싸움질에, 담배는 기본이다. 비라도 내린다면 애자는 학교가 아닌 파도 너울거리는 부산의 바닷가로 향한다. 그곳에서 팩소주에 빨대 꽃아 빨아 마셔가며 쓰디 쓸 술맛이 인생이라고 푸념한다. 독특한 어린 시절 예민했던 감수성 덕분에 애자는 일찍이 ‘부산의 톨스토이’라는 애칭을 달고 각종 문예대화에서 상패를 거머쥔다.

그렇게 두 사람은 두터운 신임으로 서로를 생각하고 걱정하며, 챙겨준다. 문제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 돌팔이 의사로 알고 지냈던 동료에게 시한부 인생이라는 선고를 받고 애자 엄마는 최영희는 때늦게 인생에 대해 생각하고 모든 전 재산을 아들에게 돌려놓는다.
 
하나뿐인 어린 딸. 그리고 집안의 기둥으로 생각했지만 몸이 불편해 옆에서 도와주고 싶은 장남. 그런 갈등은 딸을 향한 편견으로 드러나고 애자의 눈에는 못마땅하게 비춘다.


| 있을 때 잘해 라는 말 뼈저리게 느껴지는 작품

아버지에 이른 어머니 시리즈. 그리고 도서에서 책으로 그리고 영화 마지막으로 공연으로까지 연이어 론칭되면서 가족 간의 우애가 최근 몇 년 사이 집중 조명되고 있다. 다만 가족이 중심이 되던 대가족이 아닌 내가 중심이 되는 핵가족 시대에 결코 어울리지 않다고 여겨지던 이 같은 변화의 종착지가 시한부 인생이라는 비극적인 결말은 예나 지금이나 진한 여운을 남기는 요소다.

그렇기에 자주 도용되고 반복되면서 식상하게 여겨지고 있지만 특별한 소재가 없기에 매년 반복되면서 지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연극 애자 또한 수순은 비슷하다. 주요 감상 포인트는 모녀간의 끈끈한 정과 같은 여성이라는 동질감이 불러일으킨 애절함 여기에 비극적인 결말을 앞두고 변화해가며 성숙해지는 철부지 어린 딸의 가장 노릇이다.

이것이 다가 아니다. 연극 애자에서 우리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한 가지가 더 있다. 애자 엄마로 나오는 최영희가 아들사랑을 각별하게 하게 된 배경이다. 그것은 아주 오래전 자신이 운전했던 차량에서 발생한 사고로 인해 남편을 먼저 떠나보내고, 어린 아들은 불구라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 장본인이라는 죄책감 때문이다.

너무 어렸기에 이 같은 사연을 모른 철부지 어린 딸 애자. 차마 자신의 입으로는 설명하지 못했던 엄마 최영희. 그렇게 둘 은 시간이 지날수록 골만 짙어지며 오해만 키운다. 자꾸 삐뚤어지는 딸을 보면서도 아들을 다독여야 했던 모성애. 자신의 생명줄이 다해가는 상황에서도 마지막까지 자신으로 인해 불구로 평생을 살아야만 했던 아들에게 미안함을 보상하려 병원까지 팔아 뒷바라지 하지만 모든 것은 수포로 되돌아간다.

그리고 그 이유를 애자가 깨달았을 무렵. 주어진 시간은 불과 몇 개월. 있을 때 잘하라는 말. 애자 엄마는 자신이 할 수 있을 때 모든 기회를 자신의 두 자녀에게 주고자 몸소 실천했다. 그리고 깨달았을 때 애자에게 주어진 시간은 얼마 남지 않은 상황. 영화에서의 긴 스토리가 다소 짧아져 뒷배경을 다루지 않지만 연극 애자를 감상하기 전에 알아야 할 사연임이 틀림없다.

| 21세기 신파극, 눈물, 콧물에 감동까지 더해져

무대에서 접하는 연극 애자. 영화와는 또 다른 맛이 담겨 있다. 구구절절한 사연은 쏙 빠지고 핵심 스토리만 다루기에도 90분의 시간의 너무도 짧다. 게다가 애자의 스토리가 영화와 책으로 널리 알려진 까닭에 관객의 눈시울은 너무 빨리 젖는다.

관객의 80% 이상이 여성이며, 특정 연령대에서 머물지 않으며, 모녀간에 관람해도 어색하지 않는 소재. 이는 연극 애자가 이슈 없이도 성공할 수 있는 기본기로 자리 잡았다.

죽음을 앞두고 성숙해져 가는 딸의 변화는 엄마에게는 뿌듯함을 남기지만 한 사람으로써의 더 살고자 하는 욕망을 표출할 때에는 미안함으로 탈바꿈한다. 살아서는 결코 깨닫지 못했을 갈등의 순환. 마냥 강하고 흔들리지 않을 것만 같았던 엄마 최영희는 여성이자 한 명의 인격으로써 자신의 존재를 관객에게 어필한다.

연극애자에서 아줌마는 강했지만 여성은 약했다. 엄마로써 마지막까지 흔들림 없었던 최영희의 굳건함에 관객은 아낌없는 박수를 남긴다. 아쉬움도 있다.

상당부분의 스토리가 일축되면서 발생된 부조화된 흐름이다. 애자의 심경 변화가 다뤄지지 않은 것 또한 영화에서는 색다른 감상의 포인트였으나 연극으로 완성되면서 이 점 또한 다뤄지지 않았다. 보완이 요구된다.

영화로 등장해 전국 관객 191만의 기록을 세운 화제작. 그리고 연극으로 돌아온 애자는 연이은 앙코르 요청으로 오는 5월까지 서울 대학로 인아 소극장 무대에 오른다. 평범한 모녀간의 갈등을 맛깔스러운 연기로 표출한 박애자 역은 연극 광수생각과 로미오와 줄리엣에 출연했던 배우 박서원이 맡았다.

엄마 최영희 역에는 뮤지컬 오! 당신이 잠든 사이 연극 철수와 만두, 오래된 아이 등에 출연한 박해영, 돌팔이 의사로 나오는 윤통팔 역에는 연극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등 다수 작에 출연한 홍보람이 맡았다.

애자의 오빠로 나오는 박민석 역에는 영화 헐리우드키드의 생에, 아름다운청년 전태일, 클래식 등을 통해 알려진 전정로 그리고 민석의 부인역인 이순영은 뮤지컬 날개 없는 천사들에 출연한 배우 원현지가 열연한다.

2010년 5월 29일부터 9월19일까지 충무아트홀 블랙 소공연장에서 금보라, 소유진 주연으로 초연되어 11월 15일부터 2011년 2월 6일까지 대학로 인아 소극장에서 1차 앙코르 공연을 마친 연극 애자. 3월 6일까지의 2차에 이어 3월14일부터 5월 8일까지 3번째 앙코르 공연을 통해 진한 감동을 선사한다.

김현동 cinetiqu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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