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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응답했다 H.O.T 청춘으로 돌아간 소녀들 _ 콘서트 당일

생활/문화/트랜드/기획

by 위클리포스트 2018. 10. 17.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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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응답했다 H.O.T’, 청춘으로 돌아간 소녀들
내년을 기대하며, 잠시만 안녕~ See You Again!




[2018년 10월 17일] - 드디어 H.O.T. 팬이라면 누구나 기다려 온 이틀간의 시간이 H.O.T.의 완전체 공식 콘서트는 17년 만에, 마지막 약속을 했던 장소에서 이뤄졌기에 팬들은 물론, H.O.T. 멤버들에게도 더욱 의미가 컸다. 필자는 물론이고 콘서트 관람을 한 모든 이들이 17년을 하염없이 기다려 온 팬들이기에, 현장 곳곳에서는 “비록 지금은 30대 혹은 40대지만, 10대 시절로 돌아간 것 같다”며 함께하기를 약속한 10만 명의 팬이 운집했다.

현장은 전국 각지에서 몰려온 이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밤샘+버스 대절은 기본이거나와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이를 보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오직 H.O.T를 다시 만나기로 약속한 그 날 현장은 17년 전 모습을 충혈된 눈으로 마음에 간직했던 간절한 소원 한가지. 우리 다시 만나요가 실현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약 이틀에 불과했지만, 축제였고, 행복이었고, H.O.T 다시 만날 수 있기에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다. 그 와중에 곳곳에서 불거진 잦은 마찰로 주최 측의 안일한 대응에 도마위에 올랐고 마지막까지 성토의 목소리도 끊이지 않았다는 것이 유일한 옥의 티랄까!


‘드디어 내일이다.’ 밤샘 기다림에 체력은 기본


‘드디어 내일이다!!’라는 마음에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던 하루 전 페이스북 H.O.T 팬 페이지 ‘H.O.T - High-five of Teenagers’ 운영자인 박지희 씨를 공릉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암표근절 캠페인을 주도한 카드뉴스를 만들며 이번 콘서트가 오직 팬을 위한 콘서트가 되기를 바라던 사람이다. 박 씨 또한 필자와 같은 마음이었다. 17년을 기다려 온 팬 중 한 사람으로 소감을 물었을 때, 눈물부터 보인 그의 마음은 모든 팬이 같았을 게다.


17년 만에 이뤄진 공식적인 만남이기에 이날을 고대한 팬이 많은 것이라고 예상했고, 이것이 바로 ‘동병상련’의 마음이지 않을까! 그때의 느낌은 처음 만났지만, 오래전부터 알던 지인처럼 인터뷰를 가장한 수다가 전개됐다.

“모든 팬이 다 똑같은 마음일 거예요. 원래 집이 대구여서 학창시절엔 한 번도 보지 못했거든요. 자리가 어디이든 간에 같은 공간에 있게 됐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좋고, 돌아오겠다는 약속 지켜줘서 정말 고맙죠. 예매 시작부터 콘서트 전날인 지금까지, 꿈 같은 한 달을 보냈어요”

“공식 굿즈 발매에 대한 내용이 너무 늦게 나와서, 팬 페이지 등에서는 자체적으로 응원봉을 제작하기도 했어요. 근데 10월 초가 돼서야 공식 굿즈 발매 발표가 나왔거든요. 아마 오늘부터 공식 굿즈 구매하려는 팬들 줄이 설 걸라고 알고 있어요.”


17년 전과 달라진 건 없었다. 10대 그때의 마음처럼 콘서트 전날부터 밤샘은 기본이었고 전국 각지에서 버스를 대절해 서울로 향한다는 소식을 듣고 마음이 두근거렸다. 잠시 후 현장 답사 중이라는 그녀의 SNS 메신저에는 이미 줄을 서기 시작한 팬들이 있다는 소식이 올라왔고 ‘진짜 콘서트가 내일로 왔구나!’라는 마음이 실감 났다.


콘서트 아침. 실시간으로 팔려나간 공식굿즈 ‘행복’의 잇 템


응원봉과 우비를 제외한 티셔츠와 모자는 판매 시작 30분 만에 전량 매진을 알렸다. 예상 못했던 아니지만 요즘 콘서트는 구시대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하얀 풍선은 시야 방해를 이유로 ‘신문물’인 응원봉으로 대체되었기에 ‘설마 바닥나겠어~…’했지만, 실제 예상이 적중하나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그때가 낮 12시. 남은 기념품이라도 구매하려는 행렬은 계속됐다. 구매에 성공했다는 이에 따르면 “구매 완료까지 3시간이 걸렸다.”고.


하지만 시작에 불과했다. 또 하나의 총체적 난국은 입장 시간과 단 한 곳에 불과한 출입문이었다. 첫날 예상 인원 약 5만 명. 굿즈 구매를 위해 섰던 줄 만큼이나 입장도 1시간가량을 기다려야 했고 7시 15분이 되자 그때까지도 입장하지 못한 팬은 동요하기 시작했다. 3층 좌석은 아직 3분의 1 정도가 비어있었기에 급기야 티켓을 스태프에게 거의 내팽개치듯 뜯어주고 자리를 찾아 뛰는 상황에 이르게 됐다.

그렇게 간절했던 무대였지만 이날, 콘서트에 왔던 팬 가운데 울지 않은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특히 이재원이 ‘A Better Day’를 부르던 그 순간은 더욱 그러했다. 이 곡은 H.O.T 해체 이후 문희준과 강타를 제외한 세 명이 JTL이라는 그룹으로 나오면서 선보인 곡으로, 마치 17년간의 공백을 되새김질하는 듯한 느낌에서 여기저기서 흐느끼는 소리가 메아리쳤다.

“A Better Day, 왜 날 떠나갔어. Another Day 아무런 말 없이 아름다웠던 우리들의 추억 이제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아…”

이후 콘서트장 스크린을 통해 보이는 H.O.T. 멤버의 콘서트 준비 모습과 ‘We are the Future’, ‘캔디’, ’행복’, 마지막 엔딩 곡이었던 ’빛’까지 5만 명의 관중은 다시 하나가 됐다. 첫날 콘서트에서 마지막이 아쉬워 ‘빛’ 앙코르 무대는 약 30분 동안이나 이어졌지만, 어쩔 수 없이 다음날을 기약해야 했다.


둘 째날. 대만에서 날아온 H.O.T 해외 팬


“10대 때부터 H.O.T는 내 우상이었고, 콘서트를 한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바로 한국으로 오기로 했어요. 10년 이상 기다린 것은 한국 팬들이나 우리 해외 팬들이나 똑같고, 기뻐요!! 콘서트를 보러 오는 것이 내 꿈이기도 했고요. 내일 오전 8시 비행기로 돌아갈 예정이지만, 오늘은 행복할 것 같아요!!”


이름은 Cynthia Chang. 이번 콘서트를 보기 위해 대만에서 날아온 그녀는 친구와 같이 이번 콘서트를 예매했다고. 필자에게 보라며 들이민 것은 같은 팬들을 만나면 주려고 대만에서 직접 준비해 왔다는 쌀과자와 그녀가 좋아하는 멤버인 토니 안 씨의 포토카드가 담긴 작은 봉투였다.

둘째 날 토니 안은 새로운 신곡 ‘HOT Knight’을 발표했는데, 피처링에 참여한 개그맨 양세형이 함께 무대에 올랐다. 첫날에는 개방정(?) 섞인 영상으로만 참여했지만, 마지막 날에는 직접 무대에 올라 팬들을 환호하게 했으니 역시 연예인다웠다. 오프닝부터 중간중간 이어지는 영상들, 그리고 마지막 피날레까지 팬들은 또 울었다. 그리고 공연이 끝나갈 즈음부터는 H.O.T 멤버도 같은 모습이었다.


내년을 기대하며, 잠시만 안녕~ See You Again!


그런데도 다시 팬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그리고 완전체를 다시 볼 수 있을 것이라 기대를 할 수 있게 한 건, 마지막 즈음에 영상에 띄워진 ‘#2019’, ‘#우리의 노래는 끝나지 않았다’라는 멘트다. 이 멘트는 비록 같이 나이 먹어가며 살아가고 있지만, 다시 한번 H.O.T의 완전체 신곡을 기다리게 되는 기폭제가 되는 대목이라고 해석되었고, 많은 팬이 2019년의 행보에 기대를 표하게 된 대목이다.


첫날 공연에서 H.O.T 멤버가 직접 밝혔듯, 막내인 이재원은 내년이면 마흔이고 이미 한 아이의 아빠가 된 리더 문희준 또한 나이가 마흔셋이 될 것이란 걸 고려하면, 10대 때 같은 격렬한 댄스곡은 힘들지 않을까? 라는 것이 팬들의 예상이다. 물론 마흔하나의 나이에도 여전한 댄스 실력을 자랑한 장우혁은 예외다.

공연 이후, 장우혁, 강타, 토니안, 이재원은 인스타그램 계정에 함께 찍은 사진을 공개하며 다음을 기약했고, 문희준은 고정 라디오 프로그램을 통해 다이어트를 계속하겠다는 말로 팬들을 더욱 설레게 했다.

이제 공연은 끝이 났다. 이틀간 공연을 관람한 팬들은 한 회에 5만 명씩, 총 10만 명이다. 애초 공연 주관사인 솔트이노베이션이 옥션과 YES24를 통해 예매하도록 한 표는 총 8만 석이었으나, 현장에서 즉석에서 각 회당 1만석 씩, 총 2만 석을 확보해 10만 명의 팬들이 공연을 함께할 수 있었다.

이제 모두가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이틀간의 콘서트는 H.O.T.의 행보에 또 다른 희망을 걸며 17년 만에 폭발한 팬심과 언제든 함께할 팬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H.O.T 멤버들에게 소중한 시간이었음은 분명하다. 이제 남은 3달의 시간과 2019년의 이날이 다시 마련되길 한 명의 팬으로서 기다려본다.

By 김미리 에디터 milkywaykim2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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