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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결혼 5년 차 예비 딩크(DINK)족, 아이 없이 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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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클리포스트 2018. 8. 11.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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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과 딩크족 사이 무엇을 선택하리?”
어느덧 결혼 5년 차 주부의 애환



▲ 기혼여성에게 주어진 육아독박, 대안은 없나?



- 대한민국에서 기혼여성이 살아가는 법
- 결혼하고 아이 없으면 비정상인가요?
- 여성을 옥죄는 출산 대안 딩크족(DINK)


[2018년 08월 11일] - 어느덧 8월 중순이다. 무심결에 달력을 보니 마음 한편이 먹먹하다. 빨간색 글씨로 선명한 ‘추석’이라는 글자에서 눈이 떠나지 않는다. 아직 한 달이나 남았건만 ‘추석’이라는 단어가 안기는 무게는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버거웠다.

그러게나 말이다. 야속한 세월은 왜 이리도 빠르게 흘러가는 걸까? 추억이 가득해야 할 명절이, 유독 대한민국에 거주하는 유부녀, 유부남, 혹은 미혼자에게는 적잖은 부담이자 마주해야 할 엄연한 현실이 된다는 사실이 못내 씁쓸하다

무릇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이번 명절은 어떻게 넘겨야 하지?’”

매해 명절이면 친척 혹은 가족에게 가장 듣기 싫은 말 베스트로 매년 꼽히는 ‘학교는 어디로 진학하니?’, ‘취업은 했어?’, ‘결혼은 왜 안 해?’, ‘결혼한 지 꽤 됐는데 왜 애가 없어?’와 같은 말에 생각만 해도 골이 지끈거리려 한다. 그렇기에 같은 반응을 보인다면 필시 비슷한 고충을 겪고 있는 의미겠지.

예상컨데 올해도 별반 다르지 않을 거다. 매해 반복되던 사건이니 이쯤 되면 통과의례처럼 느껴질 법도 하다. 하지한 유독 다양한 얘기 중에서 ‘결혼한 지 꽤 됐는데 왜 애가 없어?’ 구절에서는 한숨 부터 나온다. 결혼이라는 인륜지대사를 치른 지 만 5년을 바라보는 시점에, 나 또한 한 명의 여성이자 결혼한 사람으로서 치러야 할 숙명일 지도 모르겠다.


아이는 혼자 낳나요? 같이 낳고 키우는 거지!


굳이 명절이 아니라 할지라도, 시댁이 지척인 사람은 평일이나 명절이나 별반 다를 게 없다. 더구나 바로 위아래층에 거주한다면 더욱 예민하다. 기구하다는 말이 나올 만 한 구도에서 편할 리가 없다. 마음이 불편하니 자연스럽게 부부 사이도 소원해지는 게 인지상정이다. 한번은 쌓인 것이 누적돼 결국 터지고야 말했다.

서로 한 발도 양보하지 않겠다는 뜻을 보이고 남편과 싸우던 그 순간, 아래층에 소리가 들렸던지 시댁에서 불호령이 떨어졌다. 도대체 무슨 이유로 싸운 것인지 궁금해하던 시어머니는 평소 서운하던 속내를 이 기회에 말하자고 생각을 했던지 입을 열었는데 핵심은 이렇다. ‘너희가 제대로 돈을 벌어서 자립할 수 있는 정도는 되는 거니?’와 ‘5년이나 되었는데 손주는 언제 안겨 줄 거야?’ 당시에는 무슨 심경이었는지 이 말을 들은 직후 털어놨던 심경이 아직도 떠오른다.

“아이는 저 혼자 노력하면 낳게 되는 건가요? 같이 노력해야 낳는 거지, 저 혼자 힘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녜요 어머니~ 애도 생겨야 낳는 거지 생기지를 않는데 어떻게 낳나요? 그리고 애 키울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애 낳고 키우는 데는 지금보다 돈이 더 들면 들었지 덜 들진 않을 것 같은데요!”

충격이었는지 한동안 아무 말도 없던 시어머니. 5년 동안 조용히 묵묵하게 있던 며느리가 대꾸하던 상황이었으니, 뒤늦게 생각해 보면 내가 괜히 속내를 털어놨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미 지나간 일이긴 하나 현실인 것을 어찌하리. 시댁은 물론이고 친정에서도 같은 반응으로 내비칠 때마다 예민하게 반응하게 되는 것은 죄송스러운 마음과 함께 결국은 내가 아니 대한민국의 모든 여성이 공통으로 짊어진 평생의 숙제이자, 난제가 아닐까 싶다.


출산과 육아, 그리고 딩크족을 고민하다


누구나 처녀 시절에는 단란한 가정에서 아이를 키우는 풍족한 삶을 그린다. 하지만 막상 경험해본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더라. 가임기 여성이라면 출산의 고민 그리고 곧바로 전개되는 육아, 이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수반하는 금전적 고민은 단연 나 혼자만의 고민은 아닐 거다.

분명한 것은 결혼한 여성에게 아이를 낳아 키우는 출산과 육아는 두려움이자 결국은 혼자 오롯이 떠안게 될 신의 선물일 거다. 이러한 배경은 외면하고 왜 애를 낳지 않냐고? 여자만 일방적으로 타박하면 그게 개선이 될까! 당근이랍시고 정부가 제공하는 육아비 월 얼마 지원에 넙죽 감사합니다. 라고 여기고 아이를 생산할까?

지난 2월 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 출생·사망통계 잠정 결과’를 봐서도 출산율은 하락세다. 2017년에 태어난 출생아 수가 35만 7700명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역대 최저수치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상승하는 물가, 그리고 생활비 대기에도 빠듯한 남편 월급에 의존해야 하는 막막한 현실. 그 속에서 ‘나도 일을 다시 해야 하나?’ 혹은 ‘차라리 딩크족(Double Income, No Kids) 족을 선택할 걸 그랬다’는 고민을 하는 친구의 하소연은 요즘 자주 접하는 레퍼토리다.


한 친구의 이야기를 빌려 말하자면,

“애 하나 키우는데 드는 비용이 백만 원이 뭐야! 성인이 될 때까지 1억은 든다더라. 그렇다고 애 낳고 키운다며 육아 휴직 신청하면 회사에서 애를 낳아줘서 고마워요~ 잘 쉬고 다시 나오세요. 할까? 나가라는 눈치를 준다니까. 적어도 2년은 쉬어야 하는데 그사이에 경력은 끊겨서 다시 취업해야 하는데. 요즘 부부들은 애 없이 둘만 딩크족으로 살아도 경제적으로 빠듯하다고 하소연인데 나라도 애가 없었다면 딩크족으로 사는 걸 선택했을 거야.”

이 말에 나 또한 공감했다. 남편에게는 미안하지만, 현실적인 이유를 냉철하게 본다면 당연한 절차라면 ‘딩크족’을 선택할 것이고, 그것이 아니면 ‘언젠가 때가 된다면 출산과 육아를 할 것인 것 그게 언제가 될까?’를 고민하는 거다. 하지만 이 또한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생물학적 한계와 맞물려서 답답할 뿐이다. 더구나 노산은 위험한 건 둘째 치고 의료비도 큰 폭으로 상승한다더라. 돈 때문에 하는 걱정에 돈이 더 든다고 하면 누가 임신을 할까?

서른 중반을 넘겼다. 성인이 되고 15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지금, 과거에 비하면 여성의 사회적 지위는 매우 높아졌다. 하지만 결혼 앞에만 서면 아직도 여성은 죄인이다. 자칫 임신과 출산, 육아를 병행하게 되면 직장 내에서 눈칫밥, 그리고 사회적으로 만연해 있는 워킹맘에 대한 편견과도 마주해야 한다.

고민에 결단을 내려야 할 날이 머지않았다. ‘장고 끝에 악수 둔다.’는 옛말처럼 결혼한 지 5년이 지났어도 아이를 바라는 가족의 기대에 못 미치고 ‘딩크족으로 남을 거예요!’라는 선언을 할 것인지 아니면 떠밀리듯 애를 낳고 어떻게 되겠지 라는 식의 자포자기 선택지를 택할지에 대한 고민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게다가 이런 고민은 결코 나 하나만이 하는 고민은 아닐 거다.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대한민국에서 사회생활을 하는 20대 이상의 결혼한 여성이라면 누구나 겪게 될 혹은 겪고 있는 바로 지금이다. 그것은 나만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지극히 평범하고 아름다운 일상을 살고 싶은 사람의 욕망 속에서, 어떤 것이 가장 현명한 선택일지를 여전히 결정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암담한 현실의 청사진이다. 분명한 것이라면 그것이 부정하기 힘든 작금의 현실이자 팩트다.


By 김미리 에디터 milkywaykim2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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