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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사랑은 진짜인가요? 여자친구와 헤어지는 몇 가지 방법

생활/문화/리뷰

by 위클리포스트 2011. 12. 10.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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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사랑은 진짜인가요? 여자친구와 헤어지는 몇 가지 방법
“싱글탈출 크리스마스 지금부터 준비해야!! - 아이비타임즈”
“2030 크리스마스 솔로탈출 명암 - 서울신문”
“싱글은 속옷도 나 홀로 - 한국경제신문”


얼마 남지 않은 연말. 크리스마스가 10일도 남지 않은 이 시점에서 올해도 혼자서 보내야 하는 일명 ‘나 홀로’족의 고독을 대변하는 기사가 인터넷과 신문 지면을 달구고 있다. 싱글이라는 단어처럼 혼자라는 것은 생각의 깊이와 현실을 냉철하게 꿰뚫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하지만, 반대로 공허한 외로움이 미래에 대한 두려움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지난 달 동아일보는 “결혼하며 느끼는 행복을 돈으로 환산하면 얼마?”라는 제목으로 아래와 같은 기사를 보도한 바 있다. 호주 퀸즐랜드 대학교 폴 프리즈터스 경제학 교수의 연구 자료를 인용 남성은 약 3,400만원, 여성은 1,650만원에 상당하는 행복을 느낀다고 추정했다. 만약 아내가 사망할 경우 남편은 6억 8,000만원, 부인이 사망할 경우 1억 4,000만원을 불행에 대한 손실액으로 규정한 것.

단순히 사랑이라는 단어를 호르몬에 따른 화학적 작용이 아닌, 사랑을 함으로써 얻는 부가적인 효과는 숫자로 환산하는 것 보다 더 크다고 설명한 것. 연예 전문가들은 콩깍지가 쓰이고 벗겨지는데 6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린다고 하지만, 논문에 따르면 6개월의 값어치는 돈으로 환산했을 경우 1년 연봉 수준이라는 것.

즉, 1년간 벌어들인 돈으로 행복을 찾는 것 보다는 하루라도 빨리 자신의 반쪽을 찾는 것이 현명하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지금 이 글을 보는 당신은 반쪽을 찾으셨나요?

| 헤어지는 방법을 알려주는 ‘참’ 친절한 연극

‘참’ 아이러니 하게도 대학로에 헤어지는 방법에 대한 연극이 무대에 올랐다.

시즌2를 맞는 이번 연극의 제목은 ‘여자친구와 헤어지는 몇 가지 방법 시즌 2’ 줄여서 ‘여친헤방’(이하 여친헤방). 지난 2007년 가을 시즌 1로 처음 공개되었으며, 1년이 지난 2008년 앙코르 공연과 함께 ‘러브 스토리’란 타이틀을 달고 다시 공개되었던 문제의 작품이다. 그리고 2009년 가을 ‘시즌2’로 무대에 올랐다.

작가이자 연출가인 김태린의 열한 번째 작품이며, 제목만 보면 마치 헤어지는 방법을 다룬 지침서로 느껴질 수 있다. 여자친구를 만들기도 힘든데, 하필 연극 제목이 헤어지는 방법에 다룬다니 다들 반응이 고래를 절래 흔들며 애처로운 모습만 찡그린다. 하지만 연극에서 다뤄지는 내용은 정반대의 사연을 담고 있다.

처음부터 헤어짐에 관한 이야기라고 단정 짓고, 선택을 주저 했다면 절대 걱정할 필요 없는 연극. 지난 2001년 창단되었던 파마 프로덕션의 작품으로 대학로 미라클 시어터2관에서 오는 2010년 1월 3일까지 공연하며, 평일 7시 30분 1회, 토요일과 일요일은 2회 관람할 수 있다. 우진역에 조용현, 민경에 이수나, 대협에 차정민 그리고 광년에 김지은 배우가 사랑에 대한 새로운 이야기를 그려낸다.


| 큐피드의 화살도 빗나가 버린 이들의 운명

식상한 드라마 스토리 한 가지 하면 누구라도 쉽게 읊어낼 정도로 공중파를 통해 매번 반복되고 있다. 단연 사랑에 관한 내용은 빠질 수 없고, 삼각관계 혹은 시한부인생을 사는 주인공의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이들은 한 가지 공통점을 가진다. 바로 부잣집 도련님 혹은 공주님 아니면 부모에게 버림받아 돈 많은 이와 사랑을 꿈꾸는 신데렐라 스토리. 비난여론도 적잖지만 여전히 관심을 집중시키는 내용이다.

여친헤방 또한 약간은 비슷하다. 3년 넘게 사겨온 커플은 서로에게 식상함을 느끼고 그 와중에 남자에게 불치병이라는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남자는 혼자서 속으로 끙끙 앓다가 헤어짐을 각오하고, 여자는 이런 남자의 행동을 못내 못마땅하게 여기지만 결국 남자의 병에 대해 알고 곁을 떠나지 않기로 각오한다는 구질구질한 스토리. 이 과정에서 벌어지는 작은 사연들은 연극을 더 맛깔나게 하는 작은 요소가 되어 웃음을 선사한다.

시작부터 범상치 않은 이름으로 등장하는 광년. 얼마 전에 이사를 왔지만 옆방에서 들려오는 고함에 잠을 설치고 항의 하러 오지만 그곳에서 자신이 오랫동안 짝사랑하던 배우 지망생인 대협을 만나게 된다. 대협은 오랜 친구인 우진과 함께 살고 있고, 우진에게는 3년간 사귄 애인 민경이 있다. 이 4명이 여친헤방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따지고 보면 사랑하는 이를 만나는 건 쉽지 않다. 불교적 세계관에서 입각해 보면 전생에서 만들어낸 억갑년의 악연이 현생에서 사랑하는 부부의 연을 맺는다고 설명한다. 그 정도로 사랑하는 이를 만난다는 것은 어렵고도 지루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인데, 그렇게 맺어진 인연을 끊기 위해 헤어짐을 각오한다는 것은 아마 쉽지는 않을 것이다.

어찌되었든 4명의 극 속 배우는 오랜 시간 만나왔거나 새로운 만남을 지속하는 관계에서 상대방에 대한 사랑을 만들고, 오랜 시간 만들어낸 사랑을 확인하는 시간을 갖는다. 그 과정에서 사랑하기 떠나야 한다는 말도 안 되는, 소설 속에서 가능했던 이야기를 현실 속에서 펼치려고 하지만 결국 이 또한 뜻대로 펼치지 못하고 사랑 앞에서 무릎을 꿇는다는 이야기.

결국 광년은 자신이 짝사랑하던 배우 지망생 대협과 사랑을 키우고, 민경은 불치병에 걸린 우진을 떠나지 않고 간병한다는 말 그대로 해피엔딩한 공연으로 막이 내린다. 배경은 크리스마스 시즌과 잘 어울리는 12월의 크리스마스. 마지막에 두 남자 주인공은 산타 복장을 하고 등장해 흥을 돋우는데.

사랑이라는 것에 무척이나 그리워지는 이맘때쯤. 만남과 헤어짐의 과정이 아닌 진정한 사랑을 꿈꾸고 어렵게 완성시켜가는 과정에서 알아두면 유쾌한 내용을 담고 있는 연극 ‘여친헤방’

헤어진다는 것은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 하지만 시작 이전에 몇 배의 아픔을 이겨내야만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은 누구도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여친헤방’은 그 아픔에 대해 너무도 친절하게 알려주는 연극이다. 올 크리스마스 시즌, 서로의 사랑에 대해 의문이 드는 연인이라면 참고해야 할 연애지침서라는 표현이 잘 어울리는 작품이다.

김현동 cinetiqu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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