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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관한 다섯 개의 소묘 season2, 우리네 사랑 이야기

생활/문화/리뷰

by 위클리포스트 2011. 12. 10.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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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조금 솔직해도 좋으련만. 사랑이 뭐기에? 남모르게 사랑을 키워가는 두 남녀는 어느 순간 자신들 앞에 등장한 낯익은 장애물과 맞닥뜨린다. 선후배 사이로 만난 두 사람이 언제부터인가 남녀관계로 발전했고, 지금은 우정보다 사랑이 가깝지만, 누구에게도 공개할 수 없는 비밀스러운 상황.

모두가 부러워하는 캠퍼스커플이지만 아무도 모르게 만날 수밖에 없는 것은 너무도 큰 나이차 때문. 동시에 극단에서 꿈을 키우는 배우로써 서로에게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적잖이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극단 내 연애금지 조항.

때 마침 노처녀이자 하루가 마다하고 술독에 빠져 지내는 눈치 없는 여자 선배가 금기율을 어기고 연애를 선포했다. 극단 내 커플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남자에게 접근해 취중고객에 이르는데, 이를 바라보는 여 주인공. 속으로 애간장만 태우며 남모르게 하염없는 눈물만 흘리고…….

연극 사랑에 관한 다섯 가지 소묘(이하 사랑소묘) 시즌2에서 다뤄지는 총 5개의 에피소드 가운데 한 가지 내용이다. 대학생의 풋풋함을 느끼게 하는 젊은 청춘남녀의 사연. 일상적이고 굉장히 유행가적인 정서를 다룬 이 같은 내용은 오늘날 사랑소묘가 대중적인 지지를 얻는데 절대적인 원동력이 되고 있다.

연극 사랑에 관한 다섯 개의 소묘가 2009년 연말을 맞아 대학로 이다 2관에 올랐다. 지난 11월 13일부터
2010년 1월 3일까지 대학로 소극장 축제에서 평일은 1회. 주말은 2회에 걸쳐 무대에 오른다. ▲풋풋한 사랑 ▲황혼의 사랑 ▲가슴 따뜻한 사랑 ▲새콤한 사랑 ▲뚝배기 같은 사랑의 총 5가지 에피소드가 색다른 재미를 더하며 연극 마니아의 흥미를 더한다.

| 13년 동안 등장한 에피소드만 20여개.

사랑소묘가 처음 무대에 오른 것이 지난 1996년 4월. 무려 13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20여개가 넘는 에피소드가 등장했으며, 연극으로 등장한 소재는 이후 뮤지컬로 공연되기도 했다. 그렇게 된 것이 지난 2006년. 여관을 배경으로 뮤지컬로 등장한 사랑소묘는 지금까지 무대에 오르며 변함없는 인기를 보이고 있다.

오랜 시간 무대 위에 오르며 검증 받은 연출력, 탄탄한 구성 그리고 감동을 주기에 충분한 우리네 사랑이야기가 엄선되고 선별되어 2009년 겨울 시즌2로 훈훈한 감동을 주고자 등장했다. 기존 작품과 전혀 다른 새로운 시도. MID에서 익숙하게 접했던 시즌2라는 명칭처럼 사랑에 관한 주제를 새로운 시선과 각도에서 다루고 있다. 따라서 기존 사랑소묘를 보았던 관객에게도 새로운 재미를 성사할 거라는 것.

덕분에 배경이 ‘여관’에서 ‘벤치’로 옮겨졌으며, 5가지의 이야기가 ‘벤치’위에서 펼쳐진다. 연출가 위성신은 “혼자 앉는 의자에 비해 벤치는 둘 이상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인 동시에 그 안에서 남녀의 사랑 혹은 많은 이의 사연이 있을 법한 공간”이라며, 선택했던 이유를 밝혔다. 이별도 둘이서 하는 것이지만 사랑도 둘이서 하는 것처럼, 벤치 또한 혼자가 아닌 둘이서 이용할 수 있는 장소라서 선택했다는 독특한 이유다.


| 사랑 그 속에 담긴 미묘한 줄다리기

연극 사랑소묘에서는 총 5개로 구성된 에피소드가 다뤄진다. 공통된 주제는 ‘사랑’ 각 주제마다 남다른 재미를 주기에 때때로 폭소케 하는 유쾌한 재미와 반대로 너무도 애잔한 사연이 웃음과 눈물을 선사한다.

할아버지·할머니의 따뜻하고 애잔한 노년의 사랑, 전라도 부부의 거칠지만 진한 전라도식 사랑, 연극쟁이 커플의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눈치 없는 선배로 인해 발생되는 삼각관계 하지만 알고 보면 술 때문에 발생되는 술 취한 사랑.

터프한 여자 복싱 선수와 소심한 백수 남자의 좌충우돌 첫 만남 그 과정에서 벤치에 실수로 놓고 간 다이어리가 맺어주는 시작하는 사랑, 자폐증을 지닌 남자만 바라보는 여자. 세상의 시선은 연민과 동정으로 변질되어가고 이 과정에서 두 사람이 겪는 가슴 찡한 멜로 스토리로 만들어진 바보 같은 사랑이 ‘사랑’에 흔들리는 이 시대의 연인에게 메시지를 전달한다.

총 5가지의 에피소드가 옴니버스 형식으로 펼쳐지는 가운데, 대형 무대가 아닌 좁은 소극장에서만 만나 볼 수 있는 색다른 재미를 전달한다.

특히 연극 중반을 지나 다뤄지는 ‘노년의 사랑’에서는 50여년을 함께 한 노부부의 아름답고도 서로에게 변함없이 기대하는 아름다운 사연이 눈물어린 진한 감동을 선사한다.

내년에 올릴 금혼식을 앞둘 정도로 오랜 시간 함께 해온 부부지만, 하루가 마다하고 투정부리고 잔소리하는 할머니. 이를 한결같이 받아주고 챙겨주는 할아버지. 하지만 자신이 먼저 떠날 것을 느낀 할머니는 할아버지에게 먼저 가더라도 혼자 외롭게 지내지 말고 사람들과 어울릴 것을 주문하는 데.

“밥 물 말아 먹지 말고, 정기검진 꼬박꼬박 챙기고. 어디 놀러간다 그러면 빠지지 말고 다녀. 말 통하는 이쁜 할마씨 있으면 친구도 하고, 연애는 안 돼! 그냥 말동무나 해. 그 정도는 눈감아 줄 테니까”

그렇게 떠나버린 할머니의 빈자리를 지난 50여년의 세월동안 쌓은 믿음으로 이겨내는 할아버지의 모습은 현대인의 입에 쓰면 뱉고, 달면 삼키는 인스턴트식 사랑에 경고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셰익스피어는 사랑에 대해 “사랑이란, 이를테면 깊은 한숨과 함께 솟는 연기가 되고, 맑아져서는 연인의 눈동자의 반짝이는 불이되고, 흐트러져서는 연인의 눈물에 넘치는 큰 바다가 된다. 그뿐 아니라 매우 분별하기 어려운 광기, 숨 막히는 고집인가 하면, 생명을 기르는 달콤한 이슬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좀처럼 가능하기 어려운 사랑. 그렇기에 더욱 어렵게 느껴지는 사랑. 2009년을 한 달도 남겨두지 않은 이 시점에서 사랑을 갈구하는 젊은 청춘은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며 사랑에 한 발씩 느리게 다가가고 있다. 갈피를 잡을 수 없기에 더욱 어려운 사랑에 대한 의문. 연극 사랑소묘는 진정한 사랑이란? 질문에 대해 잔잔한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김현동 cinetiqu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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