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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마리아 마리아, 누가 예수를 못 박았는가?

생활/문화/리뷰

by 위클리포스트 2011. 12. 10.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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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마리아 마리아, 누가 예수를 못 박았는가?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옵시고, 다만 악에서 구하옵소서(마 6:13)” 라는 예수의 메시지가 전하고자 하는 바가 뭘까? 혹자는 말한다. 유혹 또는 시험이라는 의미가 내제되어 있으며, 그를 따르는 자로 하여금 믿음의 진실성을 테스트하기 위한 예수의 뜻이라고. 또 다른 이는 욕심으로 인해 꾀이는 마수로부터 벗어나게 해달라는 간절한 바람으로 풀이한다.

뮤지컬 마리아 마리아는 전자와 후자 모두를 아우르고 있다. 막다른 인생을 살고 있는 막달라 마리아로 하여금 더 낳은 삶을 누리고자 다른 이를 이용하려는 욕심을 버리라는 것과 설령 욕심을 추구하더라도 거짓된 삶이 아닌 진실 된 삶을 살기를 바라는 의미다. 그렇지만 막달라 마리아는 예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오랜 시간이 지나 간신히 눈을 뜬 그녀 앞에서 예수는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과 돌팔매에 지워지고 있었다.

| 눈에 보이는 것만이 참된 진실인 세상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것만 믿었다. 외모가 추하거나 혐오스러우면 일단 피했다. 고급 세단을 몰고 최고급 정장을 입은 자에게는 일단 많은 이가 호감을 갖는다는 설문결과가 말해준다. 외모지상주의와 물질만능주의가 만든 인정하기 싫지만 인정해야 할 사실이다. 모두가 평등하며 균등한 기회를 가질 수 있는 세상은 너무 멀었다. 하지만 막달라 마리아가 살던 세상은 더욱 냉혹했다.

그녀는 간절히 빌었다. 제발 지옥 같은 삶에서 벗어나게 해달라고. 간절히 바라고 발버둥 쳤지만 그를 둘러싼 환경은 더욱 마리아를 조여 왔다. 주변에는 늘 사내가 끊이지 않았고 사람들은 그녀의 현 모습을 두고 더러운 창녀로 취급했다. 그러던 그에게 마수가 펼쳐졌다. 예수를 유혹하면 지금의 환경에서 벗어나게 해주며, 동시에 그토록 바라던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달콤한 제안이다.

| 젊은 예수, 마리아를 만나다.

마리아가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다. 그래서 수락했다. 세상 모든 남자를 유혹할 수 있다고 자신했던 그녀. 그리고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관능미와 교태를 이용해 예수에게 다가간다. 하지만 젊은 예수는 지금까지 만났던 사내와 확연히 달랐다. 성적 노리개로만 취급받아 왔던 그녀는 난생 처음 사람으로 대하고 따스한 손길을 내미는 예수에게 심한 모멸감까지 느낀다.

예수를 유혹하면 더 나은 삶을 영위할 수 있고, 그 또한 남자라는 이기심에 조급했던 것은 아니다. 모든 이들에게 버림받았다고 단언했던 마리아는 세상을 향한 마음의 문을 굳게 닫은 지 오래였다. 상처가 깊어질 무렵 전해진 예수의 눈빛과 손길. 하지만 그녀에게 그것은 경멸하는 자를 향한 증오의 대상으로만 비쳐졌을 뿐이다.

인생의 막다른 곳에서 살아온 막달라 마리아. 결국 그녀에게 남은 것은 치유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상처. 발버둥을 치면 칠수록 더욱 빠져드는 늪에서 그녀는 벗어나길 원했지만 그녀에서 돌아온 것은 악마의 손짓뿐이었다. 그리고 한 줄기 희망이던 예수까지 그녀의 바람대로 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쉽게 포기할 마리아가 아니다. 악에 바친 마리아의 삶. 이대로 포기하기는 너무 억울하지 않는가!

| 성경을 모티브로 한 공연


공연 초반부터 등장하는 배우의 숨 가쁜 움직임과 관능적인 목소리는 관람객을 공연 속으로 몰아넣는다. 다소 충격적일 정도로 소재도 파격적이다. 신성시되는 예수와 마리아를 창녀로 묘사한 뮤지컬 ‘마리아 마리아’ 그도 그럴 것이 성경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게다가 2010년 공연은 객석과 무대가 가까운 소극장에서 펼쳐진다. 대형 공연장을 위주로 펼쳐지던 기존 공연과는 확연히 다른 느낌이다.

극중 로마 장군 안티바스는 감초역할, 순간순간 나오는 군무는 때론 경쾌하게 때론 엄숙하게 펼쳐지면 분위기 메이커로써의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특히 가장 기억에 남으며 충격적인 장면을 지목한다면 로마군에게 윤간당하는 마리아의 어린시설 회상이다. 인형 뒤에서 전해지는 목소리는 듣는 이로 당시의 끔찍한 상황을 떠올리게 하며, 소름 돋게 할 정도로 구슬프다.

| 1대 마리아 강효성, 마지막 무대

파격적인 내용과 초반 정사신 그리고 성적인 표현까지 여과 없이 등장하는 뮤지컬 ‘마리아 마리아’ 책과 영화로 출시된 다빈치코드를 떠올리게 할 정도로 특정 부문만 봤을 때 종교계의 반발 가능성도 적잖다. 하지만 지난 7년 공연 동안 충돌이 없었다는 것은 그 만큼 작품이 전하고자 하는 의미가 남다르다는 것. 자칫 기독교 뮤지컬이라고 치부한다면 그건 오해다.

지난 2003년 초연 공연 이후 2004년 제 10회 한국뮤지컬대상 4개 부문 수상, 2006년에는 비영어권 뮤지컬 최초로 뉴욕 뮤지컬 시어터 페스티벌에 공식 초청되는 기록을 세운 명실 공히 최고라 불릴 수 있는 대중 뮤지컬이다.

게다가 2010년 공연은 한 가지 더 특별함이 있다. 초연 공연이후 무려 7년간 주인공 마리아 역을 연기했던 배우 강효성이 올해 무대를 마지막으로 오랜 유학길에 오른다. 단연 최고의 연기자라고 불리는 그녀도 아직 배울 것이 많다고.

마지막 연기라서 그런지 더욱 특별하게 느껴지는 뮤지컬 ‘마리아 마리아’ 농익은 마리아의 연기는 때로는 요염하게 때로는 독기어린 그리고 보는 이로 하여금 감수성과 두려움을 동시에 자극한다.

지금까지 마리아를 연기한 12명의 배우 가운데 그 누가 단연 최고의 마리아에 강효성 이외에 다른 이를 지목하겠는가! 50이라는 나이가 믿기 힘든 그녀의 열정은 뮤지컬 마리아 마리아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공연은 명보아트홀 가온홀에서 강효성 주연의 ‘마리아 마리아’와 한국뮤지컬대상 여우신인상을 수상한 소냐가 더블 캐스팅으로 마리아 역을 열연한다. 더 자세한 공연 정보는 마리아 마리아 웹 사이트 (http://www.themaria.c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김현동 cinetiqu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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